해외 게임사들 저력에 韓 게임시장 초토화..'허리가 끊어졌다'

"매출 최상위권은 한국 게임사들이 버티고 있긴 하죠. 하지만 50위권까지의 게임들을 한 번 둘러보세요. 한국 게임들이 절반도 안되요. 그야말로 허리가 잘려나간 형국이죠."

최근 인터뷰하다 만난 한 중견 게임사 사장은 한국 게임시장을 두고 '허리가 잘려나갔다'고 평가했다.

최상위 몇몇 게임사들을 제외하고 오픈마켓 매출 상위 50위권 내에도 한국 게임사의 게임이 반도 안된다며, 그는 "20~30명 규모를 가진 대부분의 한국 게임사들이 전멸하거나 문 닫아야할 수준에 있다."고 토로했다.

모바일게임플레이중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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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6월4일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순위를 보니 결과는 처참했다. 1위부터 6위까지는 '리니지M',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검은사막 모바일', '킹오브파이터 올스타' 등 한국 게임사가 차지했지만 7위부터는 해외 게임사들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핀란드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일본 사이게임즈의 '프린세스 커넥트', 중국 유엘유의 '아르카'가 10위권 내에 포진한 가운데, '클래시오브클랜', '마피아시티', '궁수의전설', '왕이되는자', '소녀전선' 등 기라성 같은 게임들이 국내 시장의 허리를 장악하고 있었던 것.

구글플레이 스토어
구글플레이 스토어

심지어 1위부터 50위권 중에 국내에서 제작한 게임은 24개뿐이었으며, 개발사들도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네오위즈, 카카오, 컴투스 같은 대기업을 제외하고 허리를 받치는 중소 게임사들은 데브시스터즈(쿠키런) 단 하나 뿐이었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다 못해 허리가 사멸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정도로 국내 상황은 좋지 못했다.

문제는 한국의 허리를 담당할 중견 게임사들이 사멸한 가운데, 해외 게임사들의 시장 장악력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것에 있다.

슈퍼셀로고160310
슈퍼셀로고160310

우수한 게임성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믿고 즐긴다'는 브랜드 네이밍을 확고히 하고 있는 '슈퍼셀' 같은 게임사가 있는가 하면, 국내의 특정 매니아 층을 공략해 탁월하게 성과를 내고 있는 'X.D.글로벌'같은 게임사도 위협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한 마케팅으로 국내 시장을 초토화시키는 것도 해외 게임사들의 전매 특허가 됐다.

아르카 김혜자
아르카 김혜자

단적으로 슈퍼셀은 배우 이병헌을 비롯해 10여 명의 유명 배우들을 쓴 광고로 국내 게임 마케팅 업계에 큰 충격을 줬으며, 중국 유엘유 게임즈 또한 언리얼엔진4 엔진을 활용한 중국 최초의 MMORPG(다중접속롤플레잉온라인게임) '아르카'를 광고하는데 일본의 성인배우 시미켄과 배우 김혜자씨를 섭외하는 등 국내 게임사들이 진행하지 못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한국인의 취향을 저격한 중국의 양산형 MMORPG들도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원피스', '블리치' 등 일본 유명 만화IP를 탑재한 해외 게임들 또한 국내 시장에서 인기 게임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상황이 이같은데 뾰족한 해답이 보이지 않는 것도 한국 게임시장이 가진 큰 난제다. 컴투스나 게임빌처럼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성과를 내고 있는 게임사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국내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해외 게임사들의 거센 도전에 조금씩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현 상황이 치명적이다.

WHO 로고
WHO 로고

여기에 게임 규제 중 하나인 셧다운제, 그리고 최근 WHO의 질병코드 등재도 국내 게임사들에게 큰 악재로 다가올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게임세'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몇몇 사회단체들이 벌써부터 '게임세'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며 게임이 질병물로 낙인찍혀 다양한 규제가 신설되면 국내 게임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정부에서 만화를 탄압하면서 국내 만화가 자생력을 잃었고 국내 만화시장은 일본이나 해외의 자극적인 만화로 대체된 바 있다."며 "지금도 국내 게임시장이 정말 쉽지 않은 상황인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에서 각종 규제까지 더하면 몇 년안에 한국 게임시장도 해외 게임사들한테 통째로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가 아니라 한국의 허리를 받칠 중견 게임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육성 정책을 펴야할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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