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그릿사와 궁수의전설 돌풍, 게임업계를 놀라게 하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모바일MMORPG 천하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올해 초 프린세스 커넥트:리다이브부터 더 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 같은 게임들의 돌풍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더니, 이제는 리니지M을 제외하면 누구도 순위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혼돈의 시대가 열렸다.

넷마블 7개의 대죄:그랜드 크로스처럼 대형 IP와 대규모 마케팅이 결합한 신작의 돌풍은 그나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랑그릿사 모바일과 순식간에 9위까지 치고 올라온 궁수의 전설은 기존 마케팅 상식을 무너뜨리는 놀라운 성과로 게임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중국 Zilong Games가 만든 랑그릿사 모바일은 일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우루시하라 사토시가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해 유명해진 랑그릿사 IP를 활용한 만큼 어느 정도 성과가 기대되는 게임이긴 했지만, 2위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다.

분명 많은 인기를 얻었던 게임 시리즈이긴 하지만, 랑그릿사5 이후 우루시하라 사토시가 빠지면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후속작들이 연이어 망하면서 사실상 죽은 IP라는 평가까지 받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윈도우98용으로 이식된 1,2 한글판이 정식 발매되긴 했지만, 이 역시 이식 수준이 좋지 않아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랑그릿사
랑그릿사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랑그릿사 모바일은 중국 개발사가 개발하긴 했지만, 오히려 원작에 더 가까운 재미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콘솔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이 극도로 혐오하는 캐릭터 뽑기 과금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 평점 4.8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랑그릿사 모바일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모바일로 플랫폼을 옮겼지만,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이라 분석된다. 캐릭터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원작의 SRPG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찾기 힘든 특이 장르 게임이 됐으며,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깊이 있는 스토리로 원작의 감성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SRPG 장르는 시나리오가 중요하고, 전투가 오래 걸리는 특성상 모바일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지만, 그만큼 적게 나오다보니 나오는 게임들은 고전게임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넥슨이 선보인 삼국지 조조전도 구글 플레이 매출 10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랑그릿사
랑그릿사

또한, 캐릭터 뽑기 과금 형태를 도입하긴 했지만, 다른 게임에 비하면 착한 게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합리적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SSR 등급의 캐릭터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병종 상성 관계가 확실한 게임이기 때문에 높은 등급 캐릭터 하나로 모든 적들을 쓸어버리는 플레이를 할 수 없으며, 천장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뽑기 운이 없더라도 40회, 70회, 100회에는 무조건 SSR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뽑기에 집착하지 않아도 게임을 플레이하면 캐릭터 등급 돌파에 필요한 소재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플레이하다보면 누구나 최고 등급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으며, 캐릭터 뽑기를 제외하고는 콘텐츠 이용 횟수, 스태미너 충전 등 편의 기능에 과금 상품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오래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랑그릿사
랑그릿사

또 다른 극혐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자동 전투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지원하긴 하지만, 자동전투에 의존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AI 수준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후반부 스테이지로 가기 위해서는 직접 플레이하는 것이 유리하며, 원작에 비해 맵 크기가 작기 때문에 직접 플레이한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궁수의전설 이미지
궁수의전설 이미지

현재 9위에 올라 있는 궁수의 전설은 랑그릿사 모바일보다 더 충격적이다. 국내 유통사도 없는 해외 직접 서비스이며, 유명 IP를 쓴 게임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한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입소문만으로 TOP10에 오른 것이다.

궁수의 전설은 궁수 한명을 조작해 등장하는 적들을 모두 제거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전형적인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의 게임이다. 조작이라고는 궁수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 뿐이며, 움직이고 있을 때는 화살을 발사할 수 없고, 제자리에 서 있을 때만 화살을 발사해 적을 공격한다. 로그라이크 개념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죽으면 1 스테이지부터 다시 시작이며, 캐시를 써도 한번만 이어서 플레이할 수 있다.

궁수의 전설
궁수의 전설

말만 들으면 너무나도 단순해 금방 질릴 것 같은 게임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몰입하게 만든다. 맵이 바뀔 때마다 여러가지 장애물이나, 다른 공격 패턴을 가진 적들이 등장하며, 레벨이 오를 때마다 이중 화살, 튕기기 화살. 방어막 등 여러가지 부가 효과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일정 레벨마다 등장하는 보스전에는 탄막 슈팅의 재미도 맛볼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난이도는 장비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로그라이크 방식이기 때문에 죽으면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게임 플레이 혹은 보물상자 등을 통해 장비를 획득해서 착용하면 캐릭터 기본 능력이 상승해 좀 더 쉽게 스테이지를 통과할 수 있다.

궁수의 전설
궁수의 전설

기본적으로 로크라이크 방식이기 때문에 수집형RPG나 MMORPG만큼 돈을 많이 쓰도록 유도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보물상자 개봉 시간 단축과 아슬아슬한 죽음으로 아쉬움을 느꼈을 때 이어하기로 자연스럽게 돈을 쓰도록 만들고 있으며,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하면 그만큼 강력한 위력을 보여줘서 돈을 쓰는 만족감을 주고 있다.

이처럼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게임이 예상을 뛰어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공통적으로 현재 시장에서 흔하지 않은 색다른 장르의 게임이며, 기본적으로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즐길 수 있으면서, 돈을 썼을 때는 확실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과금 구조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소비자에게 돈을 쓴 만큼 만족감을 준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요즘 기본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게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더 빛나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최근 몇 년간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었던 게임들을 보면 킹스레이드나 소녀전선 등 착한 과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게임들이 많았다. 국내 개발사들이 이 게임들의 성공을 단순히 운이라고 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