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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의 시대 ⑨] 게임업계 왜 난리인가?

조광민

<지난 5월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 72차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게임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2016년에 이미 게임중독의 질병코드화 계획을 포함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WHO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를 최종 확정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만큼 게임업계는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다가온 게임 질병의 시대, 국내 게임산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하고 사회적 합의는 어떻게 이뤄져야할까. 본지에서 짚어봤다.>

"예전에 중독법이 한창 이슈 였을 때 농담처럼 우리 중독 물질 만들어서 유통하는 사람이 되는 거 아니냐 했는데, 이제 정말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우리 아빠는 콘덴싱 만들어요하는 광고 보셨어요? 그 아이처럼 우리 아이가 자랑스럽게 아빠는 게임 만들어요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가 아빠는 뭐 하는 사람이야? 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WHO의 질병코드 등재 이후 기자와 만난 게임 관계자들이 털어놓은 푸념이다. 그동안 자신들이 해왔던 일이 한순간에 질병 취급당하고, 자신은 '질병'이나 만드는 사람이 되는 상황에 놓인 상황에 대해서 매우 의욕 꺾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과거에도 이런 일은 있었다. 지난 2012년 한 매체에서는 게임은 마약과 같다며 특집 시리즈를 연이어냈다. 파장은 컸다. 자신이 쌓아온 공든 탑이 일순간에 마약과 동급 취급을 받은 많은 게임사 관계자들이 속으로 울분을 토했다.

더불어 민주당 김병관 의원

게임인 출신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당시에 정말 업계를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큰 고민과 좌절에 빠졌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분도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라고 한참 후에야 속마음을 밝힌 바 있다.

최근 게임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던 넥슨 매각 건의 배후에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한 각종 규제에 김정주 회장이 지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게임은 그동안 많은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서 공격을 받았다. 갖가지 사회적 문제에는 '게임중독'이라는 메시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아이를 굶겨 죽인 매정한 부모나 존속 살인 등 끔찍한 사회적 문제들의 원인으로 게임이 지목받았다. 진짜 원인을 찾기보다는 '게임중독'이란 표현과 자극적인 뉴스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게임은 낙인효과를 경험했다. 모 방송사에서는 PC방의 전원을 내리며 게이머들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게임이 폭력적이라는 어이없는 뉴스가 공중파 채널에서 방송됐을 정도다. 당시 인터넷 여론에는 해당 기자가 근무하는 근무처의 전기를 내려보면 어떤 반응이 나오나 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셧다운제 이미지

셧다운제도 게임 이미지 추락의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넷게임 제공자는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의 수면권을 앞세워 만들어낸 규제다. 실효성이 있고 없고 여부를 떠나 이러한 셧다운제는 게임이 청소년에게 해로운 매체인 것처럼 전해지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5월 25일 스위스 제네바 WHO의 총회 이후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등재가 됐다. 국내에서도 ICD-11을 기반으로 KCD(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개정이 논의되는 2025년(시행 2026년)에 도입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와는 수준이 다른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최근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4차 산업의 중요 산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대통령과 식사 자리에 게임계 수장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대통령 해외 순방에 게임업계 대표가 참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해 게임인들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말 그대로 핵폭탄급 이슈가 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관계자가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질병 코드화를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게임이용장애의 질병 코드화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는 59개 협·단체와 33개 대학 총 92개 단체(7월 9일 기준)가 모였다. 

단순히 게임 관련 단체만 모인 것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웹툰 등 다양한 협·단체들이 공대위와 뜻을 함께했다. 게임질병코드화에 대해서 다른 단체에서도 게임이 가진 가치에 힘을 더한 것이다.

먼저 게임이 질병코드화 되었을 때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종사자 수의 감소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그간 부정적인 시선을 버텨온 것을 넘어 게임이 질병이 되는 시점에선 다른 수준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게임 과몰입 정책 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코드 등재가 예고된 이후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개년간 게임업계 종사자 수가 15%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화체육관광부 '2018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결과(2017년 기준)에 따르면 게임산업 종사자 수는 81,932명이다. 거의 1만 명 이상이 업계를 떠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이다.

콘텐츠 업계 종사자 수

단순 감소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이전의 미디어 언론의 편향적인 태도로 게임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 상황이다. 고급 인재의 유입이 줄고 있다. 몇몇 기업에서는 예전보다 인재의 유입이 줄고 있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게임 관련 학과의 입학률 감소도 자연스럽게 수면으로 등장하고 있는 문제다.

종사자 수 감소는 결국 산업의 쇠퇴와 시장 축소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게임 질병 코드화 이후 국내 게임 시장 위축 규모는 2023년 1조 7,796억 원, 2024년 3조 1,833억 원, 2025년 4조 1,945억 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10조 원에 달하는 돈이 단 3년 만에 증발하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3년간 국내 매출이 22.7%, 해외매출도 16.9%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화체육관광부 '2018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결과(2017년 기준)에 따르면, 2017년도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46.7% 증가한 88억 1,444만 달러로 나타났다. 수출액 규모는 게임산업이 59억 2,300만 달러(해외매출액 포함)로 가장 크다. 그 다음인 캐릭터(6억 6,385만 달러), 지식정보(6억 1,606만 달러), 음악(5억 1,258만 달러)을 모두 더해도 게임을 넘어서지 못한다.

산업 입장에서 커다란 문제는 질병코드 등록에 따른 '중독세' 부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대위 자문 변호사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인정될 경우 합법적인 게임물에 대하여도 '부담금관리법 제3조 및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2조 및 제14조의2 법개정을 통해 예방, 치유와 센터 운영 등을 이유로 부담금, 수수료 등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게임이 카지노업, 경마, 경륜·경정, 복권 등의 사행산업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행성 게임물이 아닌 합법적인 일반 게임물에 대해서도 그 중독의 예방과 치유 그리고 센터의 운영 등을 이유로 부담금을 징수하도록 관련 법령이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수수료 부과도 가능하다는 견해도 내놨다. 기존에 합법적으로 허용되던 일반 게임물 또는 게임관련 사업 허가의 법적 성격을 특허로 취급하고, 특허의 발급 대가로 상당한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양극화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게임사들은 생존의 존폐가 달린 치명적인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문제는 이번 질병 코드화가 게임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공대위 발족 현장에서는 게임의 다음 타겟은 동영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게임개발자협회도 개인의 건전한 놀이나 취미 활동이 과하다고 질병으로 취급하면 제2, 제3의 게임질병코드가 개인의 취미 생활을 제약할 것이라 내다봤다. 게임은 수많은 문화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게임은 건전한 놀이이자 영화나 TV, 인터넷, 쇼핑, 레저 스포츠와 같은 취미·여가 문화 중 하나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2, 제3의 게임질병코드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대위에 많은 단체가 뜻을 모으기도 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대위는 영화 300처럼 최후까지 맞서 싸운 게임 스파르타 300인을 조직해 게임이용장애에 반대하고 게임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계획이다.

게임 스파르타 300

아울러 각 게임사들은 자발적으로 SNS를 통해 게임은 질병이 아닌 문화임을 알리고 있다. 또한,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협회)를 중심으로 뭉치는 모습이다. 협회는 WHO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특히, 협회는 유럽 게임개발자연맹, 영국 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협회,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 캐나다 ESA, 호주 인터랙티브게임엔터테인먼트협회, 남아프리카 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협회, 브라질 비디오게임협회 등 전세계 게임산업협회 및 단체와 뜻을 모았다. WHO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을 재고해야 한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업계에서 발벗고 나서는 가운데 이제 키는 국무조정실 산하 협의체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문화부, 복지부 등 관계부처, 게임업계, 의료계, 관계 전문가, 시민 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가 7월 중 구성된 게임이용장애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최근 봉준호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봉 감독처럼 게임업계에도 존경받는 게임인이 탄생할 수 있을지 아니면, 질병을 유발하는 것을 만드는 사람에 그치게 될지 결정되는 것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 게임이용장애 게임질병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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