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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게임은 나온다" 오랜 시간 애타게 기다린 게임들

조영준

우리가 흔히 즐기는 게임은 매우 복잡한 과정 속에 탄생하는 종합 문화 콘텐츠다. 게임의 기본 틀을 잡는 기획부터 이를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프로그래밍 그리고 세계관을 구성하는 주요 스토리라인과 작품을 보다 풍성하게 해주는 디자인과 채색 그리고 이를 더욱 부각시키는 음악까지. 게임은 수 많은 전문 인력이 투입되고 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제작 과정을 거친다.

물론,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출시가 너무나도 오래 미뤄진 게임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렇다면 몇번의 출시 지연은 이해할 수 있지만, 게임의 내실을 다진다고 말하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오랜 기간을 끌어온 게임은 무엇이 있을까?

-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 이제는 업계의 신화가 되어 버린 그 게임 '듀크 누캠 포에버'

2010년 미국에서 실시된 게임쇼 PAX(Penny Arcade Expo)에서는 아주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FPS 게임 '듀크 뉴켐 3D'의 후속작 '듀크 뉴켐 포에버'의 플레이 영상이 공개됐기 때문. "후속작의 영상공개가 뭐 그리 놀랄 일?"이냐고 생각할 만하지만, 이 플레이 영상이 1998년 개발을 발표한 이래 무려 13년 만에 새롭게 공개된 영상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1998년 개발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들린 이후 '듀크 뉴켐 포에버'는 너무나 많은 발매 연기를 거듭한 탓에 '듀크 뉴켐 포에버'는 영원히(forever)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사실 헤일로의 주인공인 마스터 치프가 헬멧을 벗는 순간 그가 듀크 뉴켐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예약판매를 기대했던 중학생이 이제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라는 자조적인 농담이 유행할 정도로 발매 연기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고 말았다.

듀크 뉴캠

결국 이 게임은 2011년 6월 무려 14년이라는 기록적인 개발 기간을 거쳐 출시가 되기는 했지만, 구형 엔진을 억지로 뜯어 고친 조악한 그래픽과 이 그래픽에 맞지 않는 극악의 사앙, 지루한 스테이지와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미국식 화장실 개그의 향연 등으로 최악의 평가를 받으며, "질질 끈 게임 치고 잘된 게임 없다"는 업계의 불문율에 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듀크 뉴캠

더욱이 이 게임이 개발되는 14년의 세월 동안 4번의 월드컵이 개최됐고, 한국은 16강에 두 번이나 진출했으며, 3번의 올림픽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3번이나 바뀌는 등 커다란 변화가 이뤄졌고, 펜티엄 2가 최신 사양이던 CPU 산업이 i5, i7 CPU와 AMD의 페넘 CPU 시대로 접어들었으니 이 게임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을 정도였다.

포가튼 사가 이미지(자료출처-NC 홈페이지)

- 8번의 발매 연기와 예약판매 2년 후 발매된 국내 패키지 게임의 전설 '포가튼 사가'

위에 소개된 듀크 뉴켐 포에버 정도는 아니더라도,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그에 못지 않은 연기 신공을 보여준 게임이 있다. 손노리에서 개발한 포가튼 사가가 그 주인공이다. 포가튼사가는 당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라는 국내 최고 수준의 RPG를 선보인 손노리에서 만든 또 하나의 대형 RPG라는 점과 1990년대 중반 당시 일본 게임 못 지 않은 그래픽으로 개발되어 엄청난 기대를 받던 작품이었다.

이 게임은 1994년 개발 소식이 공개되었고, 1년 후인 1995년경 발매할 것이라고 공개되어 당시 국내 게이머들에게 엄청난 기대를 받았고, 당시로는 매우 획기적인 방식 중 하나였던 'PC통신 선결제 예약'이라는 방식으로 사전 구매 마케팅을 진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가튼 사가 이미지포가튼 사가 이미지(자료출처-NC 홈페이지)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1995년 4월에 발매될 것이라고 광고한 이 게임은 그 이후로 부터 무려 8번의 개발 연기를 진행한다. 그 과정도 굉장히 다이나믹해서 4월 말 발매 -> 5월 발매 예정 -> 6월 발매 확정 등 당시 매달 발권되던 PC 매거진에 광고를 지속적으로 실으며, 발매일을 치일피일 미뤘다.

이미 선 결제를 했는데, 게임 출시가 계속 미뤄져 불안감이 커지던 그때. 손노리의 모회사였던 판타그램(킹덤언더파이어의 그 개발사 맞다)는 1997년 11월 15일 발매를 확정하며, 우려를 불식시키는가 했으나 1주일 발매 연기라는 한국 게임 역사에 전후무후한 기록을 세우며 결국 11월 22일 발매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시된 포가튼 사가는 다양한 콘텐츠와 당시 세계 게임계를 주도하던 일본 RPG 못지 않은 볼륨, 그리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수 많은 버그와 엄청난 사양 등으로 혹평을 받으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포가튼 사가 이미지(자료출처-NC 홈페이지)

물론, 당시 플레이 시간이 수십 시간에 이르는 볼륨의 RPG는 지금의 대형 AA급 게임과 맞먹는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던 작업이었고, 이를 1년 만에 개발한다는 것은 당시 판타그램의 개발 스튜디오에 불과했던 손노리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때문에 게임의 완성도를 다듬을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을 조금만 더 제공했다면 한국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이카루스 북미 이미지

- “이 게임이 이렇게 오래 개발됐나?” 10년의 기다림 끝에 만나볼 수 있었던 '이카루스'

수 많은 게임들이 서비스되고 또 종료되는 게임 시장에서는 애플 멕킨토시로 나오려던 헤일로가 라이벌 MS의 개발사 인수로 인해 Xbox 독점으로 발매된 것처럼 기구한 역사를 가진 게임이 다수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위메이드에서 선보인 이카루스다. 온라인 MMORPG로 개발된 이카루스는 무려 10년이라는 개발 과정 끝내 출시되어 국내 온라인게임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한 기구한 운명을 겪은 게임이다.

네드(이카루스)

이카루스의 역사는 2007년 12월로 건너간다. 당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이하 위메이드)는 자사가 준비 중인 신작 MMORPG의 BI를 공개했다. 이전까지 자사가 선보였던 동양의 무협 세계관이 아닌 서양 판타지 세계관을 기초로 하는 게임인 네드(NED)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 게임은 2008년 1월 게임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사전체험 서버가 오픈됐으며, 1차 비공개테스트를 위한 테스터 모집에 이어 4월에는 24일에는 1차 비공개테스트가 진행됐다. 하지만 테스트 직후, 네드에 대한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지 않으며 일각에서는 ‘프로젝트가 취소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카루스 이미지

그리고 또 다시 시간이 흘렀다. 게이머들이 네드에 대한 소식을 다시 접할 수 있는 것은 지스타2009 이후 3년이 흐른 지스타 2012였다. 지스타 2012에 앞서 위메이드는 ‘네드’의 타이틀을 이카루스로 변경했다. 높이 날아올라 최고의 게임으로 인정받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카루스는 당시 온라인게임에서는 획기적인 공중 전투에 집중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기도 했다.

그리고 2013년에 진행된 두 차례의 테스트 덕분에 온라인게임 시장에는 이카루스에 대한 기대감이 한창 무르익었고, 서버 안정성, 신규 콘텐츠, 게임 밸런스 등을 점검하는 ‘페가수스 기사단’ 테스트를 실시하고, 사전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막바지 작업에 착수했고, 이듬해인 2014년 4월 16일 공개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의 문을 열었다.

이카루스 프리뷰 이미지

이카루스는 이카루스는 크라이 엔진을 기반으로 한 화려한 그래픽과 기존의 펫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당시 온라인게임 시장은 모바일게임의 대두로 인해 점차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던 시기에 접어들어 이후 러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 포가튼사가 듀크뉴켐포에버 이카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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