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저물어가던 시리즈를 다시 되살리는 방법 ‘용과같이7’

15년이 넘도록 오랜 시간 출시되고 있는 게임 중 '용과같이' 만큼 마니아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도 드물다.

일본의 어두운 그림자인 야쿠자의 세계를 그린 용과같이는 2005년 첫 작품이 출시된 이례 외전과 리메이크까지 합치면 무려 14종의 작품을 선보이며, 묵직한 스토리와 수컷 향기 가득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뤄 세가의 대표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용과같이7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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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칼과 배트 같은 흉기는 물론, 총기까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심심찮게 살인 장면까지 연출되는 등 과도한 폭력성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많았고 결정적으로 일본의 야쿠자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만큼 이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던 것이 사실.

더욱이 불세출의 캐릭터 키류 카즈마와 마시마 고로, 사에지마 타이가 등의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그리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게임의 중심이었지만,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점차 신선함 보다는 지루함과 반복적인 패턴이 이어진다는 지적 속에 그 명성을 잃고 있던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발매된 용과같이 시리즈의 최신작 용과같이7은 “용과같이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외치는 듯한 방대한 콘텐츠와 재미로 무장해 저물어 가던 시리즈의 수명을 다시 늘린 기념비 적인 작품으로 남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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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용과같이7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는 기대감 보다 우려가 더 컸다. 야쿠자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작품에서 드래곤퀘스트와 같은 턴제 전투가 도입된 데다 잡체인지(직업 변경) 시스템과 각종 무기를 활용한 마법에 스마트폰으로 아군을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 시스템까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요소가 대거 도입됐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시리즈의 중심축을 이끌어가던 핵심 인물인 키류 카즈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는 최초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이번 작품에 기대를 접는 이도 많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 해본 용과같이7은 기존 시리즈의 묵직한 이야기는 유지한 채 낡은 시스템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옷을 갈아입은 듯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해 시리즈 리부트의 정석으로 삼을 만한 재미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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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턴제 임에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전투 시스템이다. 이전까지 용과같이는 키류 혹은 다른 캐릭터로 전투를 벌이는 실시간 액션이 중심이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최대 4인의 캐릭터를 이용하는 커맨드 RPG 배틀로 전투가 진행된다.

각 캐릭터는 전용 직업 이외에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의 유대 관계 혹은 레벨에 따라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으며, 철거업자, 보디가드, 댄서, 딜러는 물론 심지어 호스트와 나이트퀸에 이르는 해괴 망측한 직업도 선택할 수 있다.

더욱이 캐릭터의 레벨 이외에 직업 레벨이 별도로 존재하고, 직업 레벨에 따라 해금되는 일부 스킬이 다른 직업에도 전승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러 직업을 선택하는 식으로 유도해 직업을 지속적으로 바꿔가면서 플레이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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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스킬도 4차원을 아득히 넘어서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먼저 동료로 들어오는 이다치 코이치의 형사는 확성기로 분노를 일으키는 등 어그로 스킬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난바의 경우 강력한 입냄새(!)로 전투 불능의 아군을 살리고, 입의 가스로 불을 붙여 광역 공격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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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전직 마담이었던 사에코는 위스키에 들어가는 얼음을 깎아 던지거나, 안주를 집어 던지는 수속성 공격을 펼칠 수 있으며, 회사 경영 콘텐츠를 시작하면서 영입할 수 있는 카마타키 에리는 직업이 사무원이지만, 카터칼, 스테이플러 등을 던지는 닌자 뺨치는 공격력을 펼치는 등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스킬이 다수 등장한다.

이러한 전투 시스템은 야쿠자가 등장하고, 위조지폐를 통해 정치 뒷세계의 암투가 벌어지는 게임 스토리에 비해 다소 어색할 수 있으나 이러한 괴리감은 용과같이7의 캐릭터성으로 극복해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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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같이7의 모든 전투와 스킬은 모두 어린 시절 드래곤퀘스트를 너무나 재밌게 해 성인이 되서도 용사가 되는 것이 꿈인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의 상상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주변 인물들의 성향과 캐릭터가 전투에 그대로 녹아 들어 하늘에서 위성을 쏘든, 스마트폰으로 가재를 불러 독 대미지를 주던 전혀 어색하지 않는 모습이다.

최초의 4인 턴제 전투를 선택한 만큼 게임의 난이도는 조금 높은 편이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거리에서 만나는 적들의 레벨과 수도 점차 증가하고, 직업 전용 무기, 캐릭터 전용 무기 및 각종 방어구와 악세서리 아이템도 장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돈이 꽤나 많이 소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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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높은 등급의 장비와 아이템의 가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초중반은 자금을 확보하는 일종의 ‘돈 노가다’를 조금 진행해야 여유롭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루한 돈 노가다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며 회사경영이나, 카지노 등 자금을 얻는 방법이 다양해 서브 미션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몇 천만엔 이상은 쉽게 벌어들일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본 기자는 카스가의 인간력 중 하나인 세련됨을 4까지 높이고 곧바로 카지노로 달려가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포커를 쳐 초반부터 몇 천만엔을 확보하고 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기자의 취향이며, 직원을 고용하고, 건물을 매입 & 매매해 회사를 키워가는 회사경영으로도 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이 게임의 재미를 높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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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의 발전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전까지 용과같이 시리즈는 배경과 캐릭터 모델링이 상당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메인 스토리 영상에 비해 일반 영상의 퀄리티가 극명하게 갈려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주 무대인 요코하마와 캐릭터 모델링 그리고 기상천외한 스킬에 이르기까지 수준급의 연출과 퀄리티로 등장해 이제야 PS4에 걸맞는 작품이 나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중 맵의 배경이 되는 요코하마는 한번이라도 그곳을 방문한 이들에게는 “어 여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었으며, 서브 미션과 자격증 학원, 오락실, 호스트, 상점과 음식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즐길 거리로 꽉차 있어 도시를 거니는 재미도 쏠쏠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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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시대 배경이 1980~2000대 초반에 머물러 있어 낡았다는 느낌이 들었던 이전 시리즈와 비교해 이번 용과같이7은 무려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2010년 이후의 배경을 제대로 구현해 내어 새롭게 시리즈에 입문한 이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한 모습이었다.

특히, 용과같이 제작진이 새롭게 시도한 게임 ‘저지아이즈’에서 도입된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그대로 적용되어 길찾기도 매우 편해졌고, 택시를 찾아갈 필요로 없이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 더욱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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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진행은 크게 메인 스토리 -> 서브 미션 -> 부가 콘텐츠 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서브 미션 중 하나인 회사 경영과 드래곤 카트, 서바이벌 캔줍기, 자격증 학교, 알바 히어로 등은 플레이할 때마다 완전히 다른 게임을 즐기는 듯한 재미를 줘 메인 스토리를 등한시하고, 서브 미션만 즐기는 이전까지의 용과같이 시리즈의 전통을 완벽히 계승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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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겉가지가 아무리 화려해도 뿌리가 단단하지 않으면 나무가 쓰러지기 마련이듯 게임의 중심을 잡아주는 메인 스토리의 몰입감도 상당했다. 조직의 죄를 홀로 떠 안고 감옥에서 18년간 복역한 카스가 이치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토리는 용과같이 시리즈의 근본이었던 어둡고 묵직한 일본의 뒷세계를 그대로 다루고 있으면서도, 용기와 희망으로 똘똘 뭉친 22세기형 용사 카스바 이치반의 활약으로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특히, 게임 곳곳에는 전작에 등장하거나 전작을 암시하는 요소가 다수 등장해 이를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며, 이전 시리즈의 핵심 인물도 과하지 않으면서도 임펙트 있게 등장해 전작을 아는 이들에게는 감동을, 입문자에게는 어색함을 주지 않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본 기자가 이번 작에 주목한 부분은 키류의 그늘에 가린 용과같이 시리즈를 새롭게 도약시키기 위한 세대교체였다. 위에서 설명한 것 이외에도 수 많은 기상천외한 즐길 거리가 존재하는 용과같이7는 진지한 메인스토리와 서브 스토리가 서로 겉돌 수 있지만, 이를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바로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의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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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바 이치반은 전형적인 일본 성장 배틀만화의 주인공 같은 인물이다. 목숨처럼 떠받들던 보스에게 배신당하고, 밑바닥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지만, 끝까지 동료를 믿고, 자신의 신념을 관찰시켜 나가며 성장하는 카스가 이치반의 이야기가 바로 용과같이7의 핵심 스토리다.

이것은 세계관 최강자이자 의리와 의협심으로 무장한 키류 카즈마와는 다른 모습으로, 완벽한 주인공이 겪는 굴곡이 아닌 완벽하지 않는 인물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새로운 재미를 제공한다.

이는 ‘키류 카즈마’라는 용과같이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캐릭터와 이별하고, 새로운 주인공을 등장시킨 제작진의 의도가 반영된 부분이라 할 수 있으며, 반복되는 스토리와 낡은 감성으로 침몰해가던 용과같이 시리즈를 새롭게 만들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절로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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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전작의 인물들이 범접하지 못할 전설의 야쿠자로 등장시켜 기존 팬들에게는 감동을, 입문자들에게는 “이들이 뭔가 대단한 인물인가 보네?”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이전 시리즈의 자취를 이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용과같이7은 묵직하고, 수컷 냄새 강하게 풍기던 이전 시리즈의 핵심은 계승하고, 요즘 게이머들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재미로 무장해 출시전까지의 우려를 모두 말끔히 씻어내고 90년대에 머물러 있던 시리즈를 새로운 세대로 도약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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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지형지물의 방해로 전투가 딜레이되고, 몇몇 사기 스킬이 등장하는 등 보완할 부분은 존재하지만, 용과같이7은 시리즈의 수명을 15년에서 20년 이상으로 늘리는데 성공한 기념비 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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