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호크, 해외 게임이지만 한국인의 피 녹아있어요'

플레이스테이션2나 엑스박스360 등 비디오 게임을 주로 즐겨왔던 게임 마니아라면 네버소프트(never soft)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올 해 초 국내에 서부 총잡이 게임 '건'을 발매하기도 했던 이 게임 개발사는 '토니호크' 시리즈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꽤나 유명한 개발사 중 하나다. 그리고 김태근 씨는 이 회사에 근무하는 유일한 한국인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다.

"아직 '토니호크9'가 발매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접하게 되신다면 볼티모어(Baltimore)라는 도시의 항구지역(Harbor)과 도심지(Downtown)를 잘 살펴봐주세요. 제가 바로 그 두 지역에 모든 건물과 땅을 만들어낸 장본인입니다"


까무잡잡한 피부, 토종 한국인이지만 약간은 이국적인 향기가 나던 김태근 씨는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토니호크' 시리즈가 매년 가을을 목표로 출시되다 보니 8월 안에 모든 그래픽 작업을 마쳐야 한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얼마만큼이나 야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미소짓는 그의 표정은 신세를 한탄하기 보다는 오히려 즐거운 듯한 느낌이었다.

"'토니호크' 시리즈는 미국과 유럽에서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 게임 부분에서 가장 인지도가 있고 또 매년 100만장 이상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엑스박스360과 PS3로 발매되기 때문에 이번 버전은 그래픽 적인 면에서 큰 진보가 있었습니다"

김태근 씨는 '토니호크9'가 회사의 주력 게임인데다 워낙 시리즈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 그래픽 퀄리티를 높이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모션 캡처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컷씬(Cut Scene) 동영상이 무려 100개가 넘고, 리얼하게 비가 내리게 하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 쌓여진 얼룩이나 녹이 쓴 자국 등도 재현했다며 그는 '9'에서 '게임의 진화'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극한의 리얼리티를 표현해 내고 있지만, 배경을 실제와 완전히 똑같게 만들진 못했습니다. 미국은 저작권에 대한 검증이 활성화되어 있어 100% 똑같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많거든요"

실제 건물들을 똑같이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게임에 넣을 때는 약간의 변형도 해야 하고 색상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김태근 씨, 그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게 끔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많은 지형을 게임 진행 방식에 맞게 수정하고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눈에 띄지 않는 지형으로 변형하는 것도 고난도의 작업이었다며 잠시 한숨을 쉬었다.

"개발할 때는 어렵고 힘들지만, 막상 게임이 발매되고 나면 뿌듯합니다. 특히 이번에 발매되는 '9'는 게임도중 다른 지역으로 이동 중에 로딩(Loading) 시간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모든 지역을 오고 갈 수 있고, 그래서 제가 만든 배경도 더욱 쉽게 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김태근 씨는 비디오 게임기의 성능 향상으로 자신이 만든 배경이 좀 더 접근성 있게 게이머들에게 다가가는 것에 대해 사뭇 기쁜 모양이었다. 두 시간 여의 인터뷰를 마치고 바로 PC 모니터를 보며 '퀄리티 업'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였다. 왜, 프로는 아름답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저는 이렇게 미국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지만, 한국의 온라인 게임도 틈틈이 즐겨보고 있습니다. 한국산 게임들이 더욱 더 잘 만들어지고 더욱 인기를 얻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게임을 보실 때마다 한국인의 피가 스며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틈틈이 한국의 온라인 게임을 한다며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던 김태근 씨, 그는 자신이 제작하고 있는 게임만큼이나 한국 게임들이 잘되기를 바란다며 마지막 운을 뗐다. 한국의 게이머들이 '토니호크' 시리즈나 '기타 프릭스' 등을 재미있게 즐기며 꼭 자신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그처럼, 필자 먼저 그 게임들을 보며 그를 떠올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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