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닌텐도 스위치 파손 주의! ‘항아리 게임’ 뺨치는 매운 맛 ‘스마일모’

게임은 직접 플레이하는 사람이 가장 재미있도록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가끔 자신보다 남이 플레이하는 것을 볼 때 더 재미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엄청난 조작 난이도로 플레이하는 사람을 골탕 먹이는 게임들은 게임 전문 스트리머들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컨트롤 능력을 뽐내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스트리머가 고통받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팀으로 출시돼 주목을 받았고, 최근 CFK를 통해 닌텐도 스위치로도 출시된 국산 인디 게임 ‘스마일모’도 그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한동안 유튜브에서 항아리 게임이라는 별명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게팅 오버 잇’처럼, 이 게임도 단순하고 귀여운 첫인상을 자랑하지만, 플레이하는 사람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끌어내는 사악한 게임이다.

스마일모
스마일모

이 게임의 주인공은 갑작스럽게 바이러스에 오염된 컴퓨터 세상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웃는 이모티콘 ‘스마일 모’다. 빨간색 바이러스가 맵 전체를 뒤덮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피해서 전진해야 하며, 맵 곳곳에 있는 백신 코드를 모아서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다시 컴퓨터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어야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 세상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 세상

예전 윈도우에서 많이 보던 바이러스로 인한 오류 화면과 함께 게임이 시작되면 ‘슈퍼마리오’ 등을 통해 상당히 친숙해진 화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여러 장애물로 구성되어 있는 맵에 주인공 혼자 덩그러니 서 있고, 여러 가지 함정을 피해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면 스테이지 클리어. 별다른 설명서가 없어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원초적인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빨간 바이러스에 닿으면 뒤로 튕긴다
빨간 바이러스에 닿으면 뒤로 튕긴다

설명만 들으면 참 간단해보이지만,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맵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빨간색 장애물, 즉 바이러스에 주인공이 닿으면 뒤로 튕겨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번만 튕기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튕긴 상태에서 다른 빨간색 바이러스에 또 닿으면 튕김의 연쇄 작용이 일어나 순식간에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한참을 전진하다가 점프 한번 실수로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갔을 때의 기분은, 항아리 게임에서 곡괭이질 한번의 실패로 끝없이 추락하는 그 때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무한으로 도르마무를 외칠 수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라면 모를까 맨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든 정신 공격이다.

시작점으로 되돌아온 스마일모의 넋 나간 표정
시작점으로 되돌아온 스마일모의 넋 나간 표정

더욱 심각한 것은 일정 지점을 지나면 나타나는 거대 보스인 트로이 목마다. 빨간 바이러스를 피하는 것도 머리가 아픈 상황에서, 주인공 스마일모를 잡아먹으려고 빠른 속도로 쫓아오기 때문이다. 느리게 가면 잡아먹히고, 빠르게 가도 점프 한번 실수하면 뒤로 튕겨져나가 잡아먹히기 때문에, 정말 순간 순간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아무리 익숙한 장르라고 하나 일반적으로 튜토리얼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첫 번째 스테이지부터 이렇게 매운 맛이 확 들어오는 게임은 처음인 것 같다.

무서운 트로이목마
무서운 트로이목마

머리 속으로는 분명 정확한 타이밍에 버튼을 누른 것 같은데, 막상 의지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인 손가락을 탓하면서 분노를 삭히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오기가 생기게 되고, 그때부터 이 게임의 마수에 걸려들게 된다.

개인마다 시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계속 하다보면 1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순간이 오게 될텐데,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만나게 된 1스테이지가 워낙 매콤했다보니, 나머지 스테이지도 비슷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새로운 기능이 열린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새로운 기능이 열린다

하지만, 2스테이지부터는 바이러스가 조금씩 치료되면서 좀 더 멀리 뛸 수 있게 해주는 대시 모드, 벽에 매달리거나 점프할 수 있는 닌자 모드 등 새로운 기능이 계속 추가되고, 그만큼 장애물도 더 어려워진다. 게다가 백신 코드 입수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스테이지를 진행하면 할수록 개발자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중간에 트로이 목마가 나오는 순간에 중간 저장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정말 닌텐도 스위치를 몇 번 집어던졌을 수도 있다.

백신 코드도 먹어야 한다
백신 코드도 먹어야 한다

다만, 스테이지를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은 그동안 고생한 시간에 비례해서 몇 배로 커진다. 계속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캐릭터를 볼 때마다 “무슨 명예를 얻겠다고 이 짓을 반복하고 있나”라는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결국 클리어하게 되면 엄청나게 불합리한 상황을 실력으로 극복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백신으로 치료를 하면 컴퓨터 세상이 점점 복구된다
백신으로 치료를 하면 컴퓨터 세상이 점점 복구된다

그리고 이런 게임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어질 것이다. 내가 당할 때는 고통이지만, 친구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다. 보통 추천 맛집을 설명할 때 최상급 묘사로 ‘나만 알고 싶은 집’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게임은 ‘나만 당할 수 없는 게임. 모두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게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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