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e스포츠 과연 중흥기인가?'-2부

김남규 게임동아 기자 (rain@gamedonga.co.kr)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

1부에서 언급했듯이 e스포츠는 여러 한계를 내제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해외 유래 없는 발전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다. 다른 나라들은 국내의 게임 방송을 모델로 계속적인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있으며 국내의 온라인 게임의 탁월한 발전과 e스포츠 문화에 감탄하며 한국을 '세계 3대 게임강국'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e스포츠 업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이나 e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모두 우려하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는 '스타크'만의 편중성일 것이다. 1부에서 '스타크' 대체 게임의 부족'에 대해서 폭넓게 짚어본 만큼 2부에서는 '스타크'만의 편중성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범국민적인 인프라를 구축한 대작 '스타크'

'스타크'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브랜드를 가질 만큼 국내에서는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국내 광범위한 네트워크망 보급과 PC방 문화의 확산 또한 '스타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정도니 상상이 가는가.

실제로 '스타크'의 국내 인기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지금은 약간 주춤해져 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게임이었으며 국내 PC패키지 판매 순위 1위를 약 3년간 독점하면서 350만장의 판매된 놀라운 게임이다.

'스타크'의 인기는 국내 '스타' 리그 인기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인 e스포츠를 발전시키는 기이한 현상을 낳았다. 국내에도 전례가 없었기 때문인지 처음 '스타크' 리그가 생겼을 때에는 많은 관계자들이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했고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했었다. '내년에는 망한다' '후년에는 망한다'며 비관적으로 전망했던 관계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2005년의 반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스타' 리그는 지속되고 있고, 온게임넷의 전용준MC와 MBC게임의 김철민MC는 여전히 목청이 터져나가 듯이 'GG'를 외치며 한국의 밤을 뒤흔들고 있다. 급기야 이제는 관계자들도 '향후 3년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때가 됐다.

확실히, 이제 '스타크'는 명실공히 하나의 'e스포츠'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정상의 자리에 도달했다. 이것은 현재 온게임넷과 MBC게임으로 대표되는 각종 '스타' 리그가 타 게임에 비해 월등히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는 일주일 내내 모두 '스타크' 경기를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수십 개의 리그가 진행 중에 있다.

게임전문 케이블방송사들의 '울며 겨자먹기'식 '스타크' 편성

하지만, 현재의 국내 e스포츠에 대해 '절반의 성공', 혹은 '기형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스타크'에 너무나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e스포츠라는 표현보다는 '스타 스포츠'라는 표현을 써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거론될 정도니 말이다.

물론 '스타크'의 편중에 대해 국내 e스포츠 관계자들이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 게임전문 케이블 방송 또한 '스타크'의 과도한 편중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시청률이 높은 '스타크'에 치중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실제로, 0.3%에 그치고 있는 다른 게임 시청률에 비해 '스타크'만은 유일하게 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게임들은 시청률이 낮다보니 특정 게임을 판매하려는 배급사나 개발사가 아닌 이상 광고도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방송사들은 '스타크'의 과도한 편중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방송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겨난 '스타크' 리그가 '온게임넷' 'MBC게임' '겜티비' 등 게임전문 케이블방송을 통해 현재 약 20개를 넘어서고 있을 정도로 포화상태다.

더욱이 방송사들은 새벽 늦은 시간까지도 시청률을 위해 '스타크'를 편성해 놓고 있으며 '이주의 하이라이트 경기'라든지, '명장면 모음'식으로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던 경기를 모아 재탕하는 경우까지 많아졌다. 심지어 메이저 게임전문 케이블 채널이 아닌 채널에서는 '여성 스타크 리그'라든지 '이색 스타크 리그' 등을 기획해 '스타크'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스타크'는 이제 게임전문 케이블방송국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다. 막말로 '스타크'와 함께 죽고 '스타크'와 함께 사는 방송국들이 된 것이다.

방송과 함께 '스타크'로 함축된 국내 e스포츠 관계자들

이러한 문제는 방송사뿐만 아니라 국내의 e스포츠 관계자들에게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 김신배 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한국 e스포츠 협회' 또한 기본 중심은 '스타크' 그 자체다. 정책 자체가 '스타크' 위주로 이뤄져 있으며 다른 대책이 따로 없는 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 또한 실제로 프로게이머나 구단들도 90%이상은 '스타크' 관련 선수들만 보유하고 있을 뿐 다른 종목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협회에서 새로 시행하는 신인 '드래프트' 또한 말만 'e스포츠 프로게이머 드래프트'지 사실은 '스타크 프로게이머 드래프트'나 마찬가지다. e스포츠 협회에서 내놓는 '프로게이머 랭킹'도 사실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라고 해야 상황에 맞을 정도니 '스타크'의 편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협회가 이번에 새 종목을 채택하는 등 현실을 직시하고 대체 노력에 힘을 쓰고 있지만 '스타크'의 편중성에 비해서는 미미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협회 측에서 종목으로 채택하겠다고 발표한 '팡야''카트라이더' 등의 게임과, 이들 게임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과도한 '스타크' 방송 편중으로 점점 가라앉는 e스포츠 열기

몇 년째, '스타크' 방송만이 계속되다 보니 국내의 e스포츠 발전도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다. 국내 최대의 리그, '스카이 프로리그'가 출범할 때만 해도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듯 했고, '스카이 프로리그' 결승전이 약간 과장되긴 했어도 10만 관중을 모았다는 기사를 봤을 때에도 '정말 대단하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작금의 현실에 비춰보면 어느 정도 거품이 아니었나 싶다.

제일 크나큰 문제점은 마니아층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크' 자체가 'e스포츠'를 대변하는 상황에서 '스타크'의 인기가 서서히 줄어듬으로써 점차적으로 국내의 e스포츠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스타크'가 붐을 타고 있을 때 주 사용자층인 10~20대가 현재 7년이 지나면서 성인이 되다보니 게임을 접는 게이머들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새롭게 스타를 즐겨야할 청소년층은 소수만 새로운 사용자층으로 유입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지금 시점에, 한국의 e스포츠는 어떻게든 변해야만 한다. 안으로는 '스타크' 편중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하며 밖으로는 중국과 유럽의 맹추격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의 성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대책을 세우고 새로운 발전의 틀을 개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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