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의 참맛을 느끼자

미중년 haansolo@naver.com

게임 속에서의 운전

운전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많은 규칙들 속을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그런 의미의 행위가 연속된다. 운전자 그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주행 중의 차량은 이중삼중으로 얽힌 수많은 법규와 제도의 틈바구니를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압박감은 운전을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모두, 적어도 비현실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게임'속에서 공통적인 탈출구를 찾게끔 하는데 이런 욕구를 주로 충족시켜 주는 것은 레이싱 게임의 여러 요소중에서도 코스가 아닌가 싶다. 흔히 온로드, 오프로드로 나눠 이야기하는 레이싱게임에서는 이 코스의 성격을 바탕으로 차종이나 주행요령 등이 완전히 다르게 변하게 된다. 오늘 이야기를 해볼 게임은 이 두가지 구별중 오프로드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상당히 매니아적인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 오프로드나 산악도로를 배경으로 하는 랠리경주는 아스팔트로 말끔하게 포장된 도로에서 차체에 주입된 테크놀러지와 운전을 하는 테크닉에 좌우되는 모터스포츠의 그 본질적인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는 점은 없다. 다만 운전에 대한 책임과 역량이 운전을 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가 되는 노면상태로 인한 네비게이터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부분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애니메이션인 '사이버포뮬라'가 원래 이 랠리경주를 배경으로 방영된 TV판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였기 때문에 주인공의 애마인 '아스라다'가 유독 코스분석과 레이싱상황에 관해 말이 많다는 점을 주목하자. 이런 운전자 옆에 버티고 있는 조언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일반적인 온로드 레이싱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랠리경주에서 당연하게 접할 수 있는 경주진행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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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중게임박스의 새로운 도전?

XBOX라는 콘솔기기를 배경으로 한 랠리게임도 여러 개성 있는 작품들이 많이 출시되어 서로 자웅을 겨룬다고는 하지만, PC쪽에서 유명했던 게임 외에는 기존 팬들에게 그리 어필할 여건을 못되었다고 보인다. 특히 게임 자체가 어느 정도의 전체적인 수요가 커야 그 중에서 나오는 소수의 코어유저들을 기반으로 하는 성격이 있다 보니 국내에 10만대정도 유통되어 있는 XBOX의 규모로 볼 때 이런 스타일의 타이틀을 유통한다는 것은 사업체에게는 부담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다행이도 몇몇 모험적인 유통사들이 랠리레이싱 타이틀에 손을 댔고 외국에서 검증을 받은 유명 타이틀을 중심으로 국내에 출시를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배틀필드1942 시리즈로 전세계적인 히트를 친 'Digital Illusion CE.(이하 Dice)'의 랠리 스포츠 챌린지 2이다. 이 게임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XSN 스포츠의 브랜드로 출시한 게임으로 국내에서는 세중게임박스를 통해 정식으로 유통이 될 예정이다.

랠리 스포츠 챌린지 2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차체를 운전하며 지정된 코스를 빠른 시간 내에 주파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전통적인 게임방식의 기조는 유지하면서 거기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선에서 게임의 모드 부분을 상식선에서 조정했다. 때문에 기본적인 랠리모드에서는 앞서 말한 일반적인 형태를 답습하였고, 여기에 코스의 특성에 따른 레이싱 테크닉이 좀 더 중요시되는 랠리크로스모드가 추가되어 색다름을 추구했다. 그러나 '랠리'라는 게임 자체가 차보다 코스가 먼저인 장르이므로 코스 특성이 더 전면으로 나오는 '힐클라임'이나 '아이스레이싱'도 제공되어 장르의 특성에 충실한 구조로 게임이 설계되어 있다.

이것이 랠리 게임이다

Dice의 레이싱게임 타이틀들은 대표작인 미드타운 시리즈에서도 볼수 있듯이 차체의 '부서짐'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로 다듬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드타운이 단순히 보는 재미에서 타협을 봤다면 랠리 스포츠 챌린지 2는 경주에 대한 영향의 비중이 더 커졌다. 우선 차축에 받은 손상에 의해 노면과의 마찰이 지속적으로 틀려진다. 실력 있는 게이머라면 차량의 손상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이러한 변수로부터 약간 혹은 아주 큰 위험을 먼저 방지할 수 있기에 효율적인 차체의 손상관리도 코스적응의 길라잡이라는 걸 깨우칠 수 있다. 그리고 노면의 울퉁불퉁한 요철부로 인해 쉽게 노출되는 차량의 피로도 부분이 HUD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항상 고지되므로 단순히 선으로 구성된 지도만을 믿고 달리는 것은 무모한 것임을 항상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어야 한다. 현실속의 차체와 마찬가지로 대미지의 누적은 정상적인 주행을 어렵게 만드는 속성을 갖고 있으므로 휠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음을 탓하기 이전에 얼마나 차량을 아끼며 주행하였는가를 먼저 반성해야 한다.

케이블방송에서 흔히 보여주는 랠리경주를 보다보면 유럽각국을 돌아다니며 유수의 메이커들이 참전하는 경기를 제일 많이 볼 수 있는데, 전 위도를 포괄하는 코스도 그렇지만 다양한 회사에서 내놓은 다양한 차량들 역시 매력덩어리다. 이런 와중에 랠리 스포츠 챌린지 2에 등장하는 현대자동차는 색다른 관심을 가지게 한다. 호주랠리에서 입상한 덕에 랠리스포츠업계에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된(것보다는 북미대륙에서 '10년 보증'을 내세운 것이 더 컸다.) 현대자동차. 가장 먼저 등장해 기분을 좋게 하지만, 그만큼 가장 안 좋다는 뜻도 가지고 있기에 묘한 감정을 가지게 하는 차이다. 물론 이런 점은 기본적으로 현대자동차 라인업이 얇다는 점과 정작 큰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는 것이 화근이 된 것이겠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점차 게임 내에서의 입지를 굳혀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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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아쉬운 점들

불행히도 로지텍이나 MS 하드웨어 그룹 같은 곳에서 온로드용 레이싱게임에 어울리는 휠도 안 내놓는 상황에서 랠리용 휠(=지름이 크고 핸들의 두께가 두꺼우며 감이 둔중한)이 있을 턱이 없으므로 불행히도 국내의 XBOX 유저들은 프로젝트고담레이싱2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조이패드만 붙들고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 못내 아쉬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게임의 진동설정이 3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보니 상당히 강한 축의 진동을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어 노면을 튕겨 돌아다니는 차체의 느낌을 나름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 정도가 만족스럽다.

너무나 잘 구성된 코스와 주위 환경의 아름다움은 명불허전이지만, 그에 비해 안개 낀 듯 뿌연 느낌이 드는 차체의 그래픽은 왁스로 코팅되어 온 슈퍼카만 보아온 유저들에겐 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게임의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코스에 역량이 집중되면서 차체가 상대적으로 격이 안 맞는 느낌이 드는 것 역시 사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모습만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기에 레이싱 게임 유저라면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 그래픽

XBOX 라는 게임기가 PC로 치면 Geforce3 정도의 레벨인데, 그 부분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그래픽이다.

- 사운드

폭발적인 엔진의 굉음만이 공간을 지배한다. 그런데 사실 실제로 운전하는 사람에겐 이 소리밖에 안 들린다. 어느 정도 수준은 넘은 꽤 괜찮은 소음. (그러나 BGM은 단조로움.)

- 스타일

무난한 레이싱게임의 정도를 걸었다. 차량과 코스들 외에는 따로 내세울만한 것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 다른 저명한 레이싱게임에 비해 무게감이 적다.

- 플레이

좋은 그래픽, 좋은 사운드, 좋은 조작감...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좋은 진동. 이런 진동이 느껴지는 휠만 있다면 그걸 거치해 놓은 것은 흔들림을 못 견디고 부서질 듯.

- 가치

레이싱 게임을 그 유행의 전환과 기술적인 발전이 유독 빠른 장르다. 콘솔이라는 하드웨어적인 한계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유지는 해주겠지만,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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