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DONGA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아.. 내 영혼마저 날아가 버릴 것 같아...

아구리

유명하진 않지만...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이코는 그리 유명한 게임이 아니다. Game Developers Choice Awards 3개 부문에서 입상하며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역시 귀무자나 MGS같은 이른 바 킬러 타이틀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이코가 재미없는 게임이라는 반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들 알고 있듯이 유명하지 않다고 재미없으란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이 리뷰에서 필자는 계속 이코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늘어놓겠지만, 결론부터 말하고 들어가자면 이코는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코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이 많이 엇갈리는 편이긴 하지만 언제나 말했듯이 리뷰는 쓰는 필자 마음이다. -_-

환상적인 그래픽
그래픽의 퀄리티가 전체적으로 뛰어나기도 하지만, 이코 그래픽의 진수는 역시 숨막힐 듯한 성 내부의 공간감 표현과 빛의 효과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이 이루어지는 성 내부는 사실적인 공간 묘사와 웅장함을 자랑하며 플레이어에게 정말 내가 성에 갖혀 있는 거란 생각이 들게끔 만들고, 종종 발생하는 햇빛 등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의 빛의 효과는 그래픽에 좀 더 현실감을 부여해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에 더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어두컴컴한 성 안을 이리저리 헤매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밝게 채색되어 있는 풀밭 같은 곳에 나오게 되면,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필자도 모르게 손을 들어 눈을 가리기도 했었으니 오죽하겠는가.
캐릭터의 모션에 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캐릭터 자체의 퀄리티는 사실 좀 떨어지는 편이지만, 캐릭터가 취하는 모션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다양하고, 사실적이다. 이건 참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간단한 예를 들자면, 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후 곧바로 달려나갈 때, 보통의 게임에선 별다른 모션없이 그냥 뛰어가게끔 되어 있는데, 이코에선 현실에서와 같이 몸을 비틀비틀 거리다 달려나가는 모션을 취하게 된다. 그밖에도 쇠사슬을 타고 올라갈 때의 움직임, 난간에서 떨어질 뻔할 때의 움직임 등 이코에선 캐릭터의 모든 모션이 너무도 사실적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되어 있다. 그런 작은 부분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지 모르나 그런 세심함은 곧 게임의 리얼리티로 이어져 플레이어에게 탁월한 현실감을 부여하며 도저히 게임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눈이 부실 지경..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햇살이 내리쬔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실감나는 모션

최고의 리얼리티
게임의 기본은 게임 속 주인공과 자신을 동화시킨다는 데에 있다. 곧 게임을 할 때의 자신은 게임을 하는 자의 시점인 3인칭이 아니라 게임 속 주인공의 시점인 1인칭이 되어야 한단 소리다. (물론 장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다) 그런 면에서 이코는 위에서 이야기한 그래픽을 포함한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리얼리티를 제공하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 속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첫째로, 이코에는 화면을 가리는 그 어떠한 인터페이스 창도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화면에 HP 게이지 같은 요상한 창이 떠 있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사람의 생명력이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무언가 화면에 표시된다는 것은 완전히 게임의 세계에 녹아드려는 플레이어의 욕구를, '이건 게임이야, 정신 차려!' 라고 말하며 가로막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코에는 배경음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에 맞게 적절한 음악이 제때제때 흘러나와주는 곳이 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적절한 사운드가 몰입감을 높여주는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은 게임을 하는 자의 시점인 3인칭일 때의 얘기다. 게임 속 주인공이 되어 버린 1인칭 시점에서는 오히려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 아무도 없는 성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것은 곧 '이건 게임을 하는 너희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 좋지?' 라고 플레이어에게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로, 이코에서는 게임 진행 중 그 어떠한 설명도 나오지 않는다.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정도는, '상자는 밀거나 당길 수 있습니다', '쇠사슬에 매달린 채 ㅇ 버튼을 누르면 쇠사슬을 흔들어 좀 더 멀리 점프할 수 있습니다' 같이 진행 설명을 해줄 법도 한데, 이 게임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번도 그런 것이 나오지 않는다. 위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는 성 안에 그렇게 친절하게 게임 속 주인공 '이코'에게 설명해 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있다면 그건 게임을 만든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에게 해주는 설명일 뿐이다. 친절하게 플레이어로서의 나에게 설명을 그렇게 해줘 버리면, 게임 진행은 편해지겠지만 게임 속 주인공 이코로서의 나는 점점 멀어져만 가게 된다.
이런 요소 덕에 플레이어는 아주 자연스럽게 게임 속에 녹아 들어 주인공 이코가 꼭 자신인양 행동하게 된다. 필자가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눈이 부시단 착각을 하며 눈을 가렸던 것도 다 이런 까닭이다.

성인이 된 남자를 위한 동화
이코란 게임의 핵심 키워드는 '요르다'이다. 요르다는 이 게임에서 히로인의 역할을 하는 신비한 소녀인데, 플레이어(이코)는 이 소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매뉴얼에도 요르다에 대해선 신비한 소녀라고만 써 있을 뿐이고, 게임을 진행하면서도 그 이상의 어떤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요르다가 게임 엔딩에 이르기까지 하는 대사도 2줄 가량밖엔 되질 않는다. 참 무성의한 캐릭터처럼 느껴질 테지만, 사실 이코란 게임에선 요르다가 곁에 있어 준다는 것 자체가 곧 게임의 재미요, 감동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남자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여자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동화 속 공주님처럼 예쁘고, 착하고,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너무나 가녀리고, 화장실 같은데는 가지도 않고, 평생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그런 여자에 대한 환상. 집안에 누나나 여동생이 있으면 혹 안 그랬을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어린 시절 한번쯤은 그런 환상을 갖게 된다. 필자 역시 어렸을 적 유치원생일 때, 그런 환상을 가졌었다. 주위에 같은 유치원 여자애들이나 여선생님이 있긴 했지만, 당시의 필자는 그 여자들은 모두 여자의 탈을 쓴 다른 생물이라고 생각했었다. -_-;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런 환상은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며 깨어지고 만다. 점점 '현실에서의 여자'를 알게 되면서, 내가 생각했던 그런 여자는 현실에는 없는 환상, '꿈 속의 그녀'였을 뿐이란 걸 알게 되는 것이다. 요르다는 바로 그런 어린 시절의 남자라면 누구나 꿈꿔봤을 법한 '꿈 속의 그녀'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새하얀 피부, 가녀린 외모, 툭하고 치면 부서져 버릴 것만 같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런....
그래서 필자는 이 게임에 빠져 버린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가슴 한켠에 묻었던 꿈 속의 그녀와 손을 잡은 채, 모험을 할 수 있다니 어찌 가슴이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필자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아.. 내 영혼마저 날아가 버릴 것 같아..'란 이코를 소개하는 문장대로 완전히 빠져서는 게임 속의 주인공 이코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는 요르다의 손을 꼭 붙잡고 그녀와 함께 이름 모를 성의 그림자 마녀를 피해 도망쳤다.
이 게임의 몰입도는 바로 여기서 나온다. 최대한의 리얼리티를 만들어 플레이어를 게임 세상 속으로 끌어들인 다음, 요르다란 존재를 통해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 바로 이것이다. 이 게임에서 요르다는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항상 이코가 손을 잡고 이끌어주어야만 한다.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이코가 할 수 있는 건 소리를 질러 요르다를 부르는 것뿐이고, 그 밖의 모든 행동은 다 손을 잡고 이끌어줘야만 한다. 심지어 요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직접 가서 손을 잡고 끌어주는 수밖에는 없다. 게다가 잠시라도 요르다를 혼자 두었다간 곧 그림자들이 나타나서는 요르다를 납치해가 버린다. 절대로 그녀를 혼자 둘 수가 없다. 항상 내가 곁에 있어주면서 지켜줘야만 한다. 그러니 어찌 요르다의 손을 놓을 수 있단 말인가. 어찌 패드를 놓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손을 잡고서..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요르다를 도와주자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지..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즐거운 한 때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자들의 습격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자 마녀

그런 최고의 몰입도를 제공하는 게임, 이코이지만, 엔딩 씬에 가서는 단 한번도 나오지 않던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면서 강제로 플레이어를 현실로 되돌려 보낸다. 지금껏 요르다의 손을 잡고 있는 건 이코가 아닌 나의 손이라고 느꼈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요르다가 잡고 있던 손은 내가 아닌 이코의 손이었다는 걸 알게 되며, 요르다의 손을 이코에게 넘겨주며 나는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는 없게 된다. 이미 그런 여자는 현실에는 없는, 꿈 속의 그녀일 뿐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건 어쨌든 게임일 뿐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남자를 위한 동화. 이코는 바로 그런 게임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슴 한켠에 지니고 있는 어린 시절의 향수, 감수성을 끄집어내게 만드는 바로 그런 게임... 그렇기에 진행 방식, 스토리 모든 것이 지극히 단순함에도 이 게임이 그리도 가슴저리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엔딩 씬에서 요르다가 '안녕...' 이라고 말할 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마는 것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돌이 되어 버린 요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자 마녀의 최후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요르다가...

반드시 해봐야 할 게임
PS2를 가지고 있다면 이코는 반드시 한번쯤은 해봐야 할 명작이다. 자신이 여자나 아직 어린 남자라면, 요르다에게서 필자가 느꼈던 그 감정을 그대로 느끼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이코란 게임은 재밌을 수 있다. 이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게임을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은 딱 두 부류뿐이다. 페미니스트와 액션 지상 주의자. 이런 사람들은 이코를 하면 열만 받을 것이다. 여자를 한없이 가녀리고 나약하게만 그려놓은 이 게임을 하며 페미니스트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여성부에 확 고발해 버리고 싶어질 것이고, 화끈한 액션은 단 한 개도 나오지 않는 이 게임을 하며 액션 지상 주의자는 졸리기만 할 것이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 좋다. 이코는 절대 다수의 게이머에게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중적인 명작이 아니다.
이코에 대한 게이머들의 평을 보면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지루하기만 한 재미없는 게임이란 평과 명작, 수작이라는 평. 필자의 경우는 앞서 말했듯 후자다. 그것도 필자 게임 인생 12년동안 해본 게임 중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명작이었다. 평이 많이 엇갈리는 만큼 필자의 리뷰에 동의하지 못하는 게이머들도 많겠지만, 어쨌든 필자가 해 본 이코란 게임은 이랬다. 그럼 이쯤에서 이만 리뷰를 접으며, 이코를 개발한 SCEI의 개발팀이 제작에 착수했다는 이코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