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이머들이 기억하는 추억의 게임

바람의 별 wingzc01@hanmail.net

흑백 화면에서 전설은 시작됐다.
흑백 모니터와 286XT가 세상을 점령하던 시절, 당시는 5.25인치 디스켓 안에 모든 프로그램의 저장이 가능한 때였다. 지금이야 80기가 하드드라이브와 대형 LCD 모니터로 쾌적한 컴퓨터 생활(?)을 해나가고 있지만, 이 때는 5.25인치 디스켓 10장이면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만큼 대단한 용량으로 치부될 때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단 5.25인치 디스켓 두장의 용량으로 모든 어린이+청소년들을 열광케한 게임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페르시아의 왕자'란 게임이다.

흑백 도트로 찍힌 캐릭터, 배경은 촌스러웠지만 인도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현란한 음악, 그리고 운동선수에 가까운 주인공의 다양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은 게이머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한정된 시간 60분 안에 게임을 완전 클리어 해야 된다는 극악한 조건은 수많은 게이머들이 긴장감 속에 몰아넣었다. 물론 여기서 끝나지 않고 각지에 숨겨진 물약을 찾아내야 했고, 스테이지마다 나오는 암호표를 맞추기 위해 고도의 찍기 실력을 발휘해야 했다(틀린 암호를 넣으면 주인공의 라이프를 하나씩 잃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암호는 영문 알파벳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끔 이걸 찍기로 통과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아무튼, 공주의 얼굴을 한 번 봐야한다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게이머들이 밤을 지새워야 했다. 적들이 어렵기 보다는 순간의 실수로 떨어져 죽고 찔려 죽을 때가 더 많기 때문에(게다가 시간의 압박은 점점 다가오고)세심한 컨트롤과 집중력, 암기력이 필요했던 게임. 60분 안에 게임을 클리어하고 나면 눈을 감고도 플레이할 수 있게 되며 심지어 최단 루트까지 개발한 '선구자'가 될 수 있으며, 동네의 모든 아이들로부터 존경 받는 존재가 될 수 있게 해준 게임이 바로 '페르시아의 왕자'이다.

이후 '페르시아의 왕자'는 원색이 다량 함유된 칼라 게임으로 후속작이 탄생했지만, 원작에 비해 대폭 쉬워진 난이도와 어정쩡한 액션 등 1의 완성도를 따라가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고, 점점 팬들의 기억 속에 묻히게 되었다.


국내에서도 좋은 인지도를 얻고 있는 UBI 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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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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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지어주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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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면을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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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뛰어넘어 화려하게 부활!
그렇게 '페르시아의 왕자'는 고전 게임이 되어 잊혀졌지만, 2003년, PS2와 Xbox로 리메이크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비록 PC 게임도 아니고 게임업계 사정도 많이 바뀌어 초대작 게임이 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올드 게이머들에게 향수를 되찾아주기에는 충분했다. 또 원작과는 다른 재미가 추가되어 리메이크판 만의 독특한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이렇게 성공적인 변신을 마친 페르시아의 왕자는 다시 한 번 GBA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GBA에서 발매된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얼마 전에 리메이크 된 게임을 휴대용에 맞게 간략화해 이식됐다. 휴대용이라고 우습게 보지말자. GBA만의 알짜배기 요소들은 모두 갖추고 있으니까!


갇혀있는 공주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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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부활한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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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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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도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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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이라고 얕보지 마라!
비록 휴대용 게임에 맞게 간략화되었지만(3D 게임을 2D로 이식했으니까)작품 자체의 묘미는 그대로 살아있다. 먼저 페르시아 왕자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미로의 묘미가 건재하다. 지도 하나 없이 자신의 몸으로 부딪혀가며 길을 찾아내야 하는데 일방통행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각종 미로와 함정이 존재한다. 특히 문 하나를 열기 위해서는 반대편에 있는 입구로 돌아가서 버튼을 누르고 와야 하는 시스템은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진행을 위해서는 화면 안의 모든 곳을 돌아다녀야 하며 맵 구석구석을 뒤져야 하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또 주인공이 보여주는 다양한 액션도 볼거리이다.
기본 액션들만이 아니라 두루마리를 손에 넣음으로써 구르기, 시간 되돌리기 등 좀 더 다양한 범위의 액션들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액션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행은 물론 적들을 물리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적절한 활용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작에서 있었던 시간제한이 사라졌다는 것과(이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이 많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플레이 하기는 너무 어렵다는 쪽과 오히려 어려운 난이도가 더 많은 재미를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나뉠 것 같다. 하지만 예전처럼 60분을 고집하기 보다는 이 시간을 조정함으로써 타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게임은 세이브, 로드도 편한데...)
기본 액션이 되는 공격 모션이 너무 단순하다는 것이다. 물론 두루마리를 통한 액션은 늘어나지만 공격 모션만큼은 단조로운 편이라 플레이하는 동안 게이머들이 쉽게 질리지 않을까 싶다. 마리오나 소닉 시리즈처럼 특정 적들은 밟아서 처리할 수 있다던가 칼 이외의 아이템을 한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면 이런 아쉬움 점들을 만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왕자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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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다양한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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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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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생각이 나지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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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체력 회복하기 힘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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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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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들의 부활들을 기대해본다
최근 게임 시장도 경제의 여파 때문인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게임은 줄어들고 기존의 시리즈들을 믿고 나오는 게임이 대다수가 됐다. 분명 장기적으로 볼 때 좋지 않는 방향이지만, 현재로서는 나름대로 장점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제작사들도 기본적인 타이틀 판매가 유지되어야 하고 게이머들은 과거의 명작들을 현대의 기술을 빌려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양측이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 따라서 어느 정도 게임 시장이 다시 발전하기 전에는 이런 리메이크 게임들이 많이 발매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런 기준이라면 이런 시기를 이용해 과거의 명작들을 부활시키는 것도 크게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페르시아의 왕자' 같은 고전 명작들을 다시 즐기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은 게임 계를 유지하는데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효과를 본 뒤에는 다시 새로운 게임들을 개발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앞으로도 고전 명작들을 GBA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프리뷰를 마치겠다.


두루마리로 사용할 수 있는 액션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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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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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쓰러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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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흡수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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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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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오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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