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나오기는 합니까? 기다리다 지친 '나몰라' 게임들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라는 만화책을 들어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가노 마모루에 의해 연재된 이 만화는 12권 연재를 끝으로 현재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물론 그냥 쉽게 생각하면 12권 연재 이후 작가가 지치거나, 아님 소재 발굴의 한계를 느끼고 포기했겠지라는 결말을 내기 마련이지만, 이 책의 첫 연재시기를 알면 그런 생각을 못하게 된다.

1987년 첫 연재를 시작한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는 연재와 중단을 반복하다가 지난 2004년 12월 중단된 이후, 단행권 12권을 끝으로 아직까지 추가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이 만화는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다는 것, 덕분에 팬들은 나가노 마모루의 추가 연재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이런 무책임은 게임 쪽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부분이다. 초반에 대단한 정보와 거창한 입놀림으로 게이머와 언론을 사로잡은 후 몇 년이 지나도 출시일은 물론, 그 잘난 플레이 영상 하나 보여주지 못하는 곳들이 많기 때문. 게이머들은 내심 반신반의 하면서도 이 게임이 언제 나올 것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게이머 맘 몰라주는 야속한 게임들이 무엇들이 있을지 찾아보자.

* 이제는 지쳐서 더 알고 싶지도 않은 듀크 뉴켐 포에버

아마 전 세계 게임 역사상 가장 많은 의문과 오랜 기다림, 그리고 게이머들을 당황하게 만든 게임이 듀크 뉴켐 포에버다. 2007년 듀크 뉴켐 포에버 발매 연기 10주년을 기념하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이 게임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96년 듀크 뉴켐 3D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힘입어 개발사인 3D 렐름은 더욱 진화된 풀 3D 듀크 뉴켐 포에어를 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렇게 시작된 개발사의 이상한 언론 플레이는 게이머들은 비롯해 전 세계 언론을 가지고 노는 형태까지 가게 된다.

개발이 거의 완료됐다는 98년 대표 인터뷰를 시작으로, 매년 '99년 최고의 게임은 듀크 뉴켐 포에버가 될 것'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게임을 선보일 것' '듀크 뉴켐 포에버는 게이머들의 기다림에 확실한 보장을 줄 것'이라고 입방아를 찍어왔다.

이렇게 시간이 지난 지 벌써 12년째. 지난 해 과감한 트레일러 영상, 그것도 70초짜리 대단한 플레이 영상을 선보여, 다시 낚시질을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게임은, 올해는 물론, 내년도 아닌, 그리고 언제인지 모를 출시일만 기다리고 있다. 덕분에 해외 전문가들은 이 게임이 나오면 리뷰를 10년 뒤에 써주겠다고 장담하고 있는 상태다.

* 10년은 아니지만, 여전히 출시일 미정인 라제스카

앞에 있는 대선배의 활약처럼 눈부시진 않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 내에서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아직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게임이 있다. 바로 액토즈소프트의 라제스카가 그것.


이미 개발이 상당 수 진행된 상태에서 티저 사이트 공개로 모습을 드러낸 이 게임은 한동안 게이머들 사이에서 '정말 저게 가능한거야?'라는 의문을 들을 정도로 대단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라제스카의 활동은 2006년 6월 첫 테스트로 시작, 2006년 12월 마지막 4차 테스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렇게 시작된 연기는 2007년을 그냥 보내고, 2008년 '샨다 통해 라제스카 중국 서비스 진행'이라는 소식으로 깜짝 등장, 2008년 7월 차이나조이 등장으로 잠깐 시들어 가는가 싶었으나, 이내 모든 소식을 접으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연기에 돌입하게 됐다. 중국 내 공개됐던 라제스카의 모습은 4차 테스터 때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어보였다는 일부 언론의 말처럼 이 게임의 개발이 안정적인 진행 중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 게이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부 게임 전문지 기자들은 "라제스카가 보여주고 싶은 건 영화 스타워즈에서 나온 수많은 전투기들의 도그 파이팅이다. 아직까지 이 도그 파이팅을 완벽하게 게임화 시킨 곳도 없고, 그걸 온라인화 시킨 곳은 더욱 없다. 정말 이 게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 라제스카는 언제쯤 나올까. 액토즈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미정'이라고만 말한 상태다.

* 드디어 발매? 출시 전까지 모르는 파이날 판타지 13

최근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하면서 '정말 출시되는거야?'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게임이 또 있다. 바로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날 판타지 13이 그것. 영화처럼 보이는 실시간 영상과 독특한 게임 플레이로 개발 시작부터 게이머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 게임은, 2007년 연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번이 넘는 출시 루머가 돌았다.


이는 개발사가 아닌 일부 해외 언론이나, 게이머들의 뜬금없는 거짓 루머 등으로 생긴 일이지만, 현재까지 출시일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이 게임이 제대로 나올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남은 상태다. 특히 지난해 갑작스러운 멀티플랫폼 발표는 이 게임의 출시일을 더욱 연기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시하면서 게임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특히 2008년 1월의 경우 메인 디자이너 노무라 테츠야가 직접 '올해 안에 파이날 판타지 13을 출시하고, 그전에 데모 공개가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해 팬들을 자극하기도 했었다. 실제로 데모가 나온다는 구체적인 정보까지 나왔지만, 이 역시 루머로 끝이 났다.

현재까지 파이날 판타지 13의 출시는 2009년 하반기로 되어 있지만, 전문가들은 짧게는 2010년, 길게는 2011년을 보고 있는 상태다. 멀티플랫폼으로 확정돼 있는 Xbox360 버전은 더더욱 미정이다.

* 그래도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게이머들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출시일을 줄곧 연기할 수 있는 것도, 기다리는 게이머들이 있기 마련. 실제로 듀크 뉴켐 포에버를 기다리다 지친 게이머들이 직접 듀크 뉴켐 3D를 풀 3D 버전으로 변경해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으며, 파이날 판타지 13의 경우 무조건 나올 것이라는 열성적인 팬들이 존재해 악성 루머들을 잠재우기도 했다. 라제스카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활동은 없지만 중국 내 서비스 준비에 돌입하면서 어느 정도 국내 출시일도 가닥이 잡히고 있다.

한 게임 전문가는 "개발사 입장에서 출시일 연기는 매우 곤욕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보다는 이를 기다리는 게이머들이 답답해 하는 일은 최소화 시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