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봉인가' 문화부-여성부 진흙탕 싸움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게임규제 정책의 주도권을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가 치열하게 대결을 벌이고 있어 당사자인 게임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여성부는 지난 14일 진행된 여성가족부 상임위원회에서 게임 규제를 위한 셧다운제를 대체토론 과정도 없이 법안소위로 상정했으며, 21일 전체회의를 거쳐 27일 국회 법사위에 상정했다.

여성부는 문화관광부와 게임업계가 시도한 자율규제 방안으로는 제대로 된 규제가 되지 않는다며, 효과적인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는 게임규제를 여성부 주도 하에 청소년 보호법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임 관련 법안을 관할하고 있는 문화부에서는 이 같은 여성부의 돌발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엄연히 문화부가 게임관련 법률 전담 부서이며, 여성가족부의 이 같은 행동 이전에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규제 방안을 게임업계와의 토론을 통해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부가 정부 부서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속전속결로 일처리를 진행한데 반해 문화부는 같이 상정된 다른 법안 때문에 내부 회의조차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22일 부랴부랴 통과시켜 27일 법사위에 상정하게 됐다.

결국, 같은 날, 같은 내용의 법안을 두 개의 부서에서 자신들이 주도해야 한다며 다투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문화부와 여성부가 내놓은 게임규제 방안은 청소년들이 부모의 동의 없이 심야 시간동안에 게임을 즐길 수 없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거의 일치한다.

다만 여성부에서는 위반 사업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등 보다 강제적인 성격이 강하며, 문화부의 방안은 게임업계에서 셧다운제와 피로도 시스템 등 과도한 게임물 이용 방지를 위한 예방조치를 취하고, 이를 문화부에 의무 보고 및 시행하는 형태다. 즉, 문화부는 게임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에 힘을 실은 반면, 여성부는 게임업계가 이를 제대로 시행할리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두 부서의 행동 때문에 죽어나는 것은 게임업계다. 만약 여성부의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진행해왔던 자율 규제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며, 게임 서비스 때문에 문화부와 여성부 모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또한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게임을 청소년 유해물로만 바라보고 있는 여성부의 밑에서 어떤 창작이 가능하겠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동안 게임 관련 사건, 사고가 터질때마다 억울하면서도 속앓이만 했던 게임업계가 성명서를 통해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강도높게 비판한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얼마만큼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현재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여성부의 행동이 지나친 월권 행위라고 보고 있는 상태다. 전담 부서가 따로 있는 상태에서 청소년들이 많이 연관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여성부가 모든 부서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여성부의 논리대로라면 게임을 못하게 된 청소년이 TV, 영화, 만화에 열중한다면 이 역시 여성부에서 규제해야 한다. 결국 모든 문화콘텐츠 관련 부서가 여성부 휘하에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인 것이다. 현재 문화 콘텐츠들은 각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콘텐츠 관련법으로 진흥과 규제가 일원화되어 있는 상태다.

법률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부분이 많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유해약물 및 청소년유해업소 등을 규제함으로써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법류인 만큼 청소년 유해물이 아닌 게임을 청소년보호법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또한, 여성부의 규제 목표가 모든 게임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에 국한된 점도, 15세 이상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는 것도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며, 위헌의 소지도 있다.

모자란 청소년 기금을 게임업계에서 걷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도 여성부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인이다. 언론에 따르면 18일 여성부는 '청소년육성기금 재원 확충방안 연구'라는 용역 과제를 발주했다. 여기에는 청소년 기금 조성 대상으로 술, 담배, 060서비스, 그리고 게임이 포함됐다.

현재 경륜, 경정의 수익금의 30%가 청소년육성 기금으로 할당됐으나 곧 시행될 예정인 '경륜, 경정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의해 이것이 6%로 줄어들면 240억원 정도의 기금 감소가 예상된다. 즉, 이 금액을 게임업계에서 부담해야 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 술, 담배도 있지만 술은 국세청에서 주세를 가져가고 있고, 담배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기금까지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성부에서는 아직 검토 단계이며, 청소년보호법 추진과는 별개의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규제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기금을 마련하라고 했을 시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업체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사태는 결국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문화부와 여성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는가에 의해 판가름 날 예정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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