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롤스터 신한銀프로리그 우승, '10년의 한을 풀다'

KT 프로게임단 KT롤스터가 7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신한은행 프로리그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강민, 홍진호 등 유명 스타 플레이어들을 대거 보유해 'e스포츠 계의 레알 마드리드'라고 불리우던 KT게임단은 최고의 영광으로 불리우는 광안리 결승전에서 번번히 준우승에 머물면서 '무관의 제왕'이라는 오명을 얻어야 했다.

하지만 KT 롤스터는 이번 결승전에서 최다 프로리그 우승에 빛나는 SK텔레콤을 누르고 창단 이후 최초로 프로리그를 우승함으로써 그동안의 설움을 완전히 씻어냈다. KT 롤스터 팀원들은 우승이 확정되자 마자 무대로 뛰어나오며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한을 풀어내듯 환호성을 내뱉었다.

두 팀의 대결은 경기 시작 전부터 치열했다. SK텔레콤 측이 "플레이 오프를 거치면서 우리 팀이 더 단단해지고 기세가 올랐다"고 말하자 KT 측이 "플레이 오프에서 올라오는 것은 약한 팀들이나 하는 것이다. 우리는 1위로 광안리에 직행해서 하고 싶어도 못했다"며 응수하는 등 기세 싸움이 대단했다.


이러한 KT의 자신감은 경기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이 1경기를 확 사로잡기 위해 고인규(테란)를 출전시켜 전진배럭을 시도하자, KT측은 이미 그럴줄 알았다는 듯 우정호(프로토스) 선수를 내보내 바로 전략을 파해시켰다. 고인규 선수가 놀라서 재빨리 본진을 재정비하려 했지만, 우정호는 침착하게 질럿과 드라군 6 마리를 고인규의 본진에 침투시키며 진영을 초토화 시켰다. SK텔레콤의 생각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한, 마법같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KT의 마법은 2경기에도 계속됐다. KT는 2경기에 김대엽(프로토스) 선수를 내보내며 SKT의 2번 타자로 나온 김택용(프로토스) 선수를 저격했다. 전략은 너무나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김택용이 빠른 다크 템플러 전략을 쓰기도 전에, 김대엽 선수는 확신이라도 하듯 다크 전략에 대응하는 빌드를 실행했다. 결과는 허무할 정도로 압도적인 KT의 승리, SK텔레콤 진영의 표정이 '뭔가 잘못되어간다'며 일그러지는 것도 이때 부터였다.

물론 결승전에 임하는 SK텔레콤의 대응도 나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2대0 상황에서 절대 질 수 없다는 듯 '공격력의 화신' 도재욱(프로토스) 선수를 내보냈고, 곧바로 1승을 챙겨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네번째 주자인 이승석 (저그) 선수가 KT 박재영 선수(프로토스)를 만나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패퇴했고, SK텔레콤은 1대3 매치 포인트로 벼랑끝에 몰리면서 마지막 남은 정명훈 (테란) 카드를 미리 꺼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SK텔레콤은 KT의 강력한 에이스인 이영호 선수에게 대처할 마지막 여력까지도 소진해버렸고, 6경기 째에 이영호 선수에게 마지막 패배를 허용하며 준우승의 눈물을 흘려야했다. KT는 지난 2005년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SK텔레콤에게 받은 뼈아픈 패배를 완벽히 되갚고, 관심을 모으던 이동통신사 라이벌 대전에서 승리함으로써 더욱 짜릿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한편, 이날의 MVP는 6세트에 출전해 승리를 거두며 승부를 끝낸 KT의 이영호 선수가 차지했다. 이영호는 정규시즌 최다승, MVP에 이어 결승전 MVP까지 차지하며 이번 시즌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날 행사는 3만 명의 e스포츠 관객들이 운집했으며, 가수 아이유가 축하공연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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