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에게 4,000억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것인가?

지난 16일,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의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과 사단법인 민생경제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인터넷 중독 예방 기금마련을 위한 기업의 역할' 토론회가 게임 업계와 게이머들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고 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게임 업계가 게임 과몰입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 게임 업계가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한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해서 게임 업계가 이익의 6~10% 수준의 비용을 기금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규모까지도 언급했다. 이러한 여가부의 주장대로라면 게임 업계가 마련해야 하는 기금의 규모는 약 4000억 원 수준이다.

또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여가부에서 청소년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익자부담을 원칙으로 해 관련 기억들이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사실상 여가부에서 필요한 자금을 게임 업계에서 충당하겠다는 의지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발언을 두고 게이머와 업계 관련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여가부가 게임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에 게이머들이 비난을 보이는 것 역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일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를 두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난의 강도는 그 여느 때보다도 높다.

이미 게임 과몰입 예방을 위한 100억 원 규모의 게임문화기금이 조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맥락의 기금을 추가 조성하겠다고 드는 것은 무리라는 발언부터 게임업계의 수익에서 일부를 원천징수 하겠다는 여가부의 발언은 민간에 부담을 주는 준조세성 기금을 폐지하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하고 현 정부의 정책을 거스르는 행위라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맥락에서 여가부의 주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4000억 원 규모의 기금이 조성되더라도 과연 여성부가 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여성부의 자금 운용 능력에도 회의적인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많은 양의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사용하고, 예산 사용 용도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연말에 여성부는 연말 회식 뒤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남성들에게 회식 비로 36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성매매 예방 다짐 릴레이' 이벤트를 기획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2005년에는 반 성매매, 반 성폭력 의식을 지닌 남성들에게 흰색 넥타이를 선물하는 취지의 '화이트 타이' 사이트 개설에 무려 3억 5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홈페이지 운영비로 2,600만 원을 책정해 비싼 세금으로 선물 공세를 펼치냐는 여론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막상 이렇게 개설된 '화이트 타이' 사이트의 도메인은 정작 관리 소홀로 인해 해당 도메인이 성인 음란 동영상 사업자에게 넘어가 수 개월에 걸쳐 성인 사이트로 이용되기까지 했다. 매달 책정된 2,600만 원의 운영비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와 함께 무직 여성들이 취업 할 수 있도록 직업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무직여성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약 7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교육 수료자 중에 취업에 성공한 여성은 단 두 명으로 알려져 네티즌들 사이에서 '여가부에서 파일럿을 육성했느냐'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명 '여성부 회식 사건'으로 칭해지는 호화 시상식 논란도 여가부의 방만한 운영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사례이다.

여가부가 매년 연말에 개최하는 '남녀평등상 시상식'이 2005년부터 특급 호텔에서 풀 코스 만찬을 겸한 호화로운 시상식으로 변모했으며, 여가부는 이 행사에 상금을 포함해 총 4,000만 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당시 언론을 통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초호화 시상식에 이어 여가부는 송년파티 명목으로 966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해 국민의 혈세로 화려한 생활을 즐긴다는 비난을 연이어 받는 촌극을 벌인 바 있다.

이러한 여가부의 행태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당시 여가부의 관계자는 "식사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사실이지만 수상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식사대접을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당시 네티즌들은 '99년부터 2004년까지는 이러한 규모로 진행되지 않다가 이런 식으로 부대비용이 증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여성부 직원들은 뭘 먹고 살길래 송년 파티에서 이러한 비용이 나오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도 여성단체육성지원사업이라는 이름 하에 여성단체가 아닌 시민 단체에 자신들의 예산으로 기부를 하는 가 하면, 여성과 관련이 없는 다양한 행사에도 여가부 예산으로 기부금을 지급해 여가부 예산을 장관의 판공비처럼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해 이듬 해에 관련 예산이 삭감되는 웃지 못할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듯 여가부의 자금 운용에 대해 대중이 지속적인 의혹의 시선을 보이고 있음에도 여가부는 자신들의 예산 사용 내역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켰다. 여가부의 예산 사용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지금 여자라고 무시하느냐?"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대답을 한 것은 여가부의 행동 중 가장 어처구니 없는 일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에피소드이다.

한 네티즌은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게임 업계가 책임 의식을 지녀야 한다는 말에는 공감을 한다. 하지만 관련 기금이 마련되어 있는 상황에서 4,000억 원이나 되는 기금을 별도로 마련하고 이를 자신들이 관리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여가부가 보여준 방만한 운영 사례를 생각하면 4,000억 원의 기금이 투명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이러한 기금이 조성이 되어서 여가부가 관리하게 되면, 이번에도 사용 내역을 묻는 청문회 자리에서 '여자라서 무시하나?'라는 말을 할까봐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만에 하나 기금이 조성된다면 보다 투명하게 운용할 수 있는 부서가 이를 관리해야 그에 따른 잡음도 없을 것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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