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시장, 스마트폰 열풍은 성배인가 독인가
불과 3년 전만 해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WIPI 콘텐츠들의 격전지였다. 2천여 억 원이 넘는 시장 규모에서, 그리고 이동통신사의 테두리 안에서 국내 모바일 게임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또 노력한 만큼 열매를 수확했다.
이동통신사로의 접근이 어려운 것이 WIPI 시장의 가장 큰 단점이었지만, 일단 안정적으로 진입만 하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던 것이 과거 WIPI 모바일 게임 시장의 구조였다.

하지만 국내에 WIPI탑재 의무가 사라지고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WIPI와 이통사의 테두리 안에 있던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은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치솟으면서 패닉 상태에 빠졌다. IOS, 안드로이드 OS의 보급과 하드웨어의 고용량, 고스펙 화는 과거의 개발 노하우들을 쓸모없게 만들었으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송두리째 바뀌게 만들었다.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 스마트폰 시장의 불 투명한 수익구조>
스마트폰 시장의 불 투명한 수익구조는 개발사들에게 가장 큰 이슈로 다가왔다. 전체 시장은 더 커졌지만 경쟁도 그만큼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국내 게이머들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잘 만들면 100만 건 이상 다운로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이런 경우 다운로드 수익금 40억 원과 50%에 가까운 부분유료화 수익으로 50억~60억 원을 취득할 수 있었다. 컴투스의 미니게임천국, 게임빌의 프로야구 시리즈, EA의 영웅서기 등 1년 농사를 지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으로 넘어와서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 과거에 4천원으로 고정됐던 다운로드 수익은 이제 무료로 서비스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비즈니스가 진행되기에 이르렀고, 출시하더라도 과거와 다른 불특정 다수 속에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바뀌었다. 스마트폰 시장의 특성상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었지만, 게임 카테고리 개방 문제와 맞물려 국내 게임사들의 신음은 더 깊어지고 있다.
< WIPI로 승승장구하던 업체들, 사라지다>
불 투명한 수익성, 규모 경제로의 전환 등으로 과거 이름을 날리던 모바일 게임사들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실제 판매율에 비해 스마트폰의
체감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현재에 이르러 대부분 업종 변경이나 피인수 등을 통해 사라지는 중이다.

게임크루는 NHN에 인수되어 오렌지크루가 되었으며, 지오인터랙티브는 네오위즈에 인수되어 네오위즈모바일로 거듭났다. 과거에 CJ인터넷과 협력해오던 모비클은 팔라딘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덩치를 키웠고 레드아이도 컴투스에 흡수 합병됐다. 또 쌈지게임즈가 웹게임으로 주력 게임업종을 변환했으며, 중견 개발사였던 픽토 소프트 또한 웹게임을 런칭하면서 시장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이외에 액토즈, 위메이드, 제이씨 등 국내 대형 온라인 게임사들이 스마트폰 시장의 진입을 위해 대거 국내 모바일회사들의 인수전에 나선 것도 모바일 게임사들이 사라지는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 개인들의 참여, 치열한 경쟁 속으로>
이렇게 모바일 게임 전문 개발사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시장은 개인 개발자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서버 기술이나 C언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개발자들 중심으로 소위 <투잡> 열풍이 불고 있으며, 현재에도 많은 온라인 게임 개발사 소속의 개발자들이 스마트폰 용 게임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을 별도로 개발해 출시하다 회사와 마찰이 생겨 퇴사하는 촌극도 게임업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더불어 파프리카랩, 선데이토즈, 플로우게임즈 등 온라인 개발의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드는 새로운 업체들도 속속히 등장하고 있으며 1인 개발자와 같은 소규모 형태 업체들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스마트폰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 스마트폰 시장, 게임사와 개인의 전략 변화>
스마트폰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은 수많은 경쟁자들의 도래로 인해 다작 보다는 퀄리티와 대형 위주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아예 독보적인 퀄리티와 온라인게임 수준의 규모로 개인 개발자들과의 격차를 벌이겠다는 회사들이 늘었다. 또 무료 서비스가 늘어난
만큼 온라인 게임에서 쌓은 부분유료화 설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에 개인 개발자들은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간단하면서도 필요한 아이디어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창업 붐에 대한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경쟁력 있는 개인 집단들만 서서히 살아남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고 퀄리티와 아이디어로 무장된 시장이 소셜 등 네트워크 플레이 중심으로 다시 한 번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컴투스나 게임빌에서는 소셜 게임을 이미 출시하거나 준비하고 있으며 국내에 네이트앱스, 네이버앱스, 그리고 삼성의 삼성앱스 등 다양한 오픈마켓이 생겨났다.”라며, “새 환경에 적응해야 스마트폰 시장의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며 빠르게 적응하기를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패드 등 태블릿PC의 게임 매출이 살아나고 있다. 이런 시장을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것도 전략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앱스토어에서 높은 등수를 기록해도 실제로 업체가 거두는 이익은 생각 보다 많지 않다.”라며 너무 낙관적이지 않기를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