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임 시장, 리메이크 작품이 지배한다
비디오게임 시장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작품들이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인기작들의 신규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에 인기를 얻었던 바로 그 작품들이 새 옷으로 갈아입고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게임시장에서 리메이크 작품들이 인기를 얻는 것이야 흔한 일이라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게임들이 리메이크 된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북미지역 최대의 게임 관련 사이트인 IGN의 인기게임 순위를 살펴보면 이러한 리메이크 작품들의 득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순위에서는 <스타폭스 64 3D>, <스트리트 파이터 3: 서드 스트라이크 온라인 에디션>이 쟁쟁한 경쟁작을 제치고 5위 안에 자리잡고 있다. 또한 최근 몇 주 전에는 슈퍼패미컴 시절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으로 손꼽히는 크로노트리거의 DS버전이 한 달 가량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타폭스 64 3D>는 슈퍼패미컴으로 출시되어 큰 화제가 됐던 SF 슈팅게임 스타폭스 시리즈 중 닌텐도 64로 발매됐던 작품을 3DS로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 특유의 레벨 디자인과
매력적인 캐릭터, 슈팅게임으로는 드물게 스토리 라인을 부각시킨 점이 장점인 작품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3: 서드 스트라이크 온라인 에디션>은 수많은 2D 대전격투게임 중 가장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스트리트 파이터 3: 서드 스트라이크>에 온라인 대전 기능을 추가할 작품이다. 대미지 없이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블록킹 시스템의 채택하는 것만으로도 대전격투게임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이 작품은 게임이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대전격투게임 마니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크로노트리거 DS> 역시 역대 최고의 롤플레잉게임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게임으로 다양한 캐릭터와 당시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한 활용한 그래픽과 음악,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그려지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분위기가 게임의 매력포인트로 언급된다. 특히 이 작품의 경우는 원작의 콘텐츠를 거의 그대로 옮겨와 새로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지적됨에도 까다로운 북미 게이머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 특징이다.
북미 게이머들의 성향이 강하게 반영되는 IGN의 인기순위를 참조하지 않고, 최근 출시된 게임들의 면모만 보더라도 비디오게임 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리메이크 열풍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캡콤은 지난 9월 8일, 자사의 인기 호러게임 시리즈인 <바이오하자드 코드 베로니카 완전판>과 <바이오하자드 4>를 HD 해상도로 리마스터하고 한 장의 디스크에 담은 <바이오하자드: 리바이벌 셀렉션>을 출시했다. 이 작품은 바이오하자드 출시 15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게임으로 드림캐스트와 PS2보다 더욱 높은 해상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강점과 원작에 없던 추가미션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역시 이런 리메이크 작품 개발 행보에 뛰어들었다.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의 간판 액션 게임인 <갓오브워> 시리즈의 HD 리마스터 버전을 꾸준히 내놓고 있으며, 최근에는 PS2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코>와 <완다와 거상>을 HD 해상도로 리마스터한 합본판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런 대작들이 리메이크 됐다는 것은 오랜기간 비디오게임을 즐겨온 이들에게 놀라운 일. 하지만 놀라기에는 이르다. 앞으로 출시될 예정인 리메이크 작품의 면모도 보통이 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8일, 일본 도쿄에서 막을 내린 도쿄게임쇼 2011(TGS 2011)에서는 오랜 기간 게이머들이 열망해 왔던 작품들의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코나미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와 <존오브엔더스> 시리즈, 그리고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날판타지 10>이 리메이크되어 SCE의 신규 휴대용게임기 PS VITA(PS비타)로 출시될 것이라는 정보가 공개된 것이다.
이러한 대작들이 지속적으로 리메이크 되어 출시된다는 소식에 게이머들은 반갑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30대 이상의 이른바 <올드 게이머>들은 자신들이 과거에 느꼈던 즐거움을 향상된 그래픽으로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리메이크 열풍을 걱정하는 이들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리메이크 작품의 출시가 도드라진다는 것은 게임 개발사들의 아이디어가 한계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이런 식의 콘텐츠의 확대, 재생산은 결국 시장의 몰락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다소 격한 주장을 하는 이들도 찾을 수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단순히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게임업계의 리메이크 작품 출시는 굉장히 안정적인 전략이다. 적은 노력으로도 많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 게임사들이 이러한 전략을 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게이머들에게 노력하지 않는 개발사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업체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것이 게이머들이지만 반대로 마음이 한 번 돌아서면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는 성향을 지닌 것도 게이머들이기에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