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명장온라인, 좀 더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했어야 한다

"던파(던전앤파이터) 패치 했어?"

지난 12월 15일부터 비공개테스트를 시작한 한 게임을 즐기고 있는 기자를 보고 있던 친구가 대뜸 던진 말이다.

"던파가 아니다"라고 답해주자 이 친구는 한 마디를 툭 던지며 지나갔다. "아... 테스트 시작했나보네? 그런데 이거 던파랑 너무 똑같은 거 아니야?" 본 기자가 즐기고 있던 게임은 네오위즈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중국산 액션 온라인게임, '명장온라인'이었다.

명장온라인은 온라인게임의 표절 문제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대표적인 표절작 '명장삼국'의 국내 서비스명이다. '명장삼국'이 어떤 게임인가.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를 쏙 빼닮은 외형과 게임성 때문에 또 다른 표절작인 '귀치등'과 함께 '던파 클론'이라 불리던 그 게임이다. 그런 표절작이 원작이 서비스 되고 있는 한국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게임의 진행 방식이 똑같다고 해서 표절작이라 하면 이 세상에 표절작이 아닌 것이 어디있냐?"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 개발사들이 이런 주장을 펼치며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창조성을 드높이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횡스크롤 액션 장르가 채택하고 있는 구성 방식만 똑같다면 표절 시비도 없었을 것이다. 이는 장르를 구분 짓는 요소이지 게임의 정체성을 구분하는 요소는 아니다.

명장온라인이 어느 정도로 던파와 흡사한 지는 따로 설명하는 것이 곤란하다. 워낙 많은 부분이 던파의 모습을 닮아있기 때문이다. 미술 기법 중에 데칼코마니(Decalcomanie)라는 것이 있다. 도화지 절반에만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후 종이를 접었다 펴서 반대 면에도 물감이 뭍어나게 하는 기법이다. 던파와 명장온라인을 데칼코마니로 비교하자면 던파는 물감으로 그림이 그려진 면, 명장온라인은 반으로 접었다 펴 물감이 뭍어나온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던파의 게임의 진행 방식은 물론, 마을 맵, 게임 전투 인터페이스와 메뉴 인터페이스, 각 아이템의 능력을 구분짓는 세부 능력치의 종류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은 던파의 모든 것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템 설명에 보여지는 아이템 능력치를 설명하는 내용과 각 항목의 배치까지 따라하고 있다. 삼국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명장온라인은 던파보다 더 늦게 출시되는 게임이니만큼 게임의 그래픽이 뛰어나다거나 던파에는 없는 전투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는 자신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특히 1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PVP나 마상전투 시스템 등은 던파는 물론 타 MORPG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시스템이며, 이를 통해 게임에 더 몰두하고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차이로는 표절작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효과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도트 이미지가 아니라 벡터 이미지로 그래픽을 구성하고 몇몇 콘텐츠를 추가했다고 '우리는 던파와 다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대찌개에 사리 하나 추가해 놓고 "이건 부대찌개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음식"이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태다.

이렇게까지 던파와 흡사함에도 명장온라인이 그나마 표절시비에 덜 사로잡힐 수 있던 것은 그나마 이 게임이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 서비스 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한국 게이머들이 아무리 왈가왈부 하더라도 중국 업체가 귀를 닫아 버리면 이는 별 의미를 지니지 못 하고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될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국내에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상 명장온라인은 표절시비에서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다. 명장온라인이라는 게임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업체의 도덕성이라는 측면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다수의 게이머들은 네오위즈게임즈를 향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 경쟁사의 대표 게임의 표절작을 들여왔다는 이유에서이다.

명장온라인은 분명히 재미있다. 워낙에 탄탄한 구성을 갖추고 있는 작품의 시스템에 '삼국지'라는 수 천년에 걸쳐 인증을 받아온 콘텐츠를 얹었으니 재미가 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게이머들 역시 이 작품을 비난하면서도 게임이 재미있으니 계속 즐기게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이번 테스트에 참가한 게이머들은 테스트 시간이 너무 짧다며 더욱 늘려달라는 의견을 보일 정도로 게임의 표절 여부와는 관계 없이 게임성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목표가 이윤창출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네오위즈게임즈는 이 게임으로 인해 수익이 발생한다면 사실 그걸로 충분하는 입장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언정 네오위즈게임즈는 자사의 이미지 훼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린피망'을 위시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좋은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네오위즈게임즈였기에 더욱 그렇다.

만약 피망에서 서비스 중인 아바나 크로스파이어 등의 게임의 대부분을 표절한 중국산 게임이 있다고 한다면, 네오위즈게임즈는 이 게임들도 자사의 서비스 라인업에 추가할 수 있을까? 타 퍼블리셔가 이러한 게임을 들여와 국내에서 서비스한다면 불쾌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 명장온라인으로 인해 불거진 표절시비는 법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도덕성의 문제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인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엄청난 매출로 국내 게임계를 대표하는 3N사로 분류되고 있는 네오위즈게임즈가 선택할만한 행동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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