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수 원화팀장, "B&S에는 범동양권을 아우르는 새로운 컨셉을 그려낼 것"

두 차례의 비공개테스트를 통해 기존의 무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선보이며 게이머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이하 B&S)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비디오게임을 연상케하는 깊이 있는 시나리오와 빼어난 타격감을 자랑하는 전투, 오랜 기간 쌓아온 MMORPG에 대한 노하우가 적용된 다양한 콘텐츠 등 다양한 장점을 꼽을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이 지니고 있는 화려한 비주얼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국내 정상급 일러스트레이터인 김형태를 게임의 아트 디렉터(AD)로 선정한 후, 원화의 개성있는 그림체만큼이나 타 게임과는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는 B&S. 과연 B&S의 게임 그래픽은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에 엔씨소프트의 B&S 캐릭터 원화팀장을 담당하고 있는 이왕수 원화팀장을 만나볼 수 있었다.

기획팀과의 협의 하에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몬스터, 무기의 원화와 이펙트 디자인을 담당하는 원화팀을 이끌고 있는 이왕수 팀장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김형태 AD와의 작업, 작업에 있어 어려웠던 점과 에피소드, 본인이 애착을 갖고 있는 캐릭터 등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아래는 현장에서 진행된 질의응답 전문이다.

질: 게임업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답: 중학교 2학년 시절에 담임선생님 남편이 일본무역에 종사하셨는데 그분이 천공의 성 라퓨타를 처음으로 보여줬다. 그 이후 이러한 세계관과 시나리오가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졌다.

질: 김형태 AD와는 어떤 관계인가?
답: 10년지기이며, 캐릭터 원화에 대한 정보도 서로 공유한다.

질: B &S만의 캐릭터 특징과 컨셉은 무엇인가?
답: 이제껏 만들어온 중국을 기반으로 한 외형적 판타지를 벗어나서 한국과 범동양권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컨셉을 만드는 것이 B&S 캐릭터의 특징과 컨셉이다.'

질: 다양한 캐릭터를 디자인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답: 김형태 AD의 타협하지 않는 높은 눈이 가장 어려웠다. 캐릭터의 성격을 그려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디자인에 있어 이제껏 보지 못 한 무협의 의복을 만든다는 점에서 김형태 AD와 가장 많이 부딪혔다.

질: 일러스트레이트와 게임 내 모델링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델링을 어느 정도나 염두에 두고 원화 작업을 진행하는가?
답: 어떻게 김형태 AD의 원화를 모델링으로 일치시키느냐를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 개발 초기에 원화의 퀄리티를 끌어올렸을 때 모델링의 퀄리티가 보장되는 것이 확인됐다. 원화의 질감이나 외곽선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으며, 그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잘 선택한 판단인 것 같다.

질: 원화의 개성이 매우 강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답: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업 미술적인 측면에서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훌륭한 하나의 문화 콘텐츠라고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 김형태 AD가 시작이자 끝인 작품이라 생각하고 게임 내에서 그의 취향을 최대한 맞춰가는 것이 어려웠지만 현재는 오히려 김형태 AD의 화풍을 코드적으로 분석하여 팀원들의 개개인을 지키되 게임의 특징을 가이드화 하는 데 노력했다.

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과 아쉬움이 남는 그림이 있다면?
답: 직접 그린 캐릭터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란'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헤어스타일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직접 그린 캐릭터 중에는 '간묘월'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0년 1월 1일에 새해 리뷰가 잡혀 있는 데 모든 팀원들이 밤샘작업을 하며 하루만에 원화를 마쳤던 것이 기억나고 어렵게 그렸던 캐릭터다. 물론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라면 '남소유'를 꼽을 수 있다.

질: 남소유가 테스트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캐릭터 원화를 그릴 때의 에피소드는 무엇이며 디자인에 참고한 연예인이 있다면 누구인가?
답: 아내의 유혹에 구은재(장서희)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이다. 눈밑에 점까지 따라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활약을 할 것이다. 남소유는 이름 그대로 '남의 소유'인 캐릭터로 초반에는 손발이 구속된 도포 입은 캐릭터를 그렸지만 두 번의 수정 끝에 현재의 남소유 캐릭터가 탄생했다.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치정의 달인', '팜므파탈' 캐릭터를 모두 합친 것이 남소유라는 캐릭터이다.

질: 김형태 AD와의 작업은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는가?
답: 현재 원화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은 캐릭터, 몬스터, 무기 원화, 이펙트 디자인 등을 담당하고 있다. 기획팀이 시나리오를 가져오게 되면 김형태 AD와 회의를 통해 원화 팀에서 컨셉 러프 스케치 다수를 제작한다. 여기서 시나리오상 성격에 맞는 혹은 디자인이 좋은 컨셉 스케치를 선택한다. 완성하는 과정에서 메인 시나리오에 들어가는 NPC는 김형태 AD가 철저하게 감수한다. 캐릭터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8일에서 1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며, 남소유 같은 경우에는 길게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질: 작업에 있어서 많이 참고하거나 영감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가?
답: 작업을 하다 보면 가장 난관에 부딪히는 점이 원화가들이 지니고 있는 리소스가 떨어졌을 경우이다. 헐리우드 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이러한 것들을 많이 참조하고 있다. 의외로 캐릭터를 디자인함에 있어 일상 의복 오브제를 사용하기 보다는 배경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옥의 처마, 중국 고건물의 장식물들을 참고로 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리소스가 떨어졌을 경우는 손을 놓고 잠시 머리를 식히는 것도 중요하다.

질: B &S가 기존 무협과는 다르게 범아시아적 디자인을 추구한다 했는데 B&S와 기존 무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답: '명품'이라는 컨셉으로 접근했다. 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파츠 분할하지 않고 하나의 매시로 제작하고 있다. 기존의 MMORPG에서 할 수 없었던 코트나 원피스 형태의 옷을 디자인 할 수 있게 됐으며, 복장에 기능이 없기에 외형적으로 어떻게 등급을 나눠 게이머들에게 보상을 줄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다. 만들기 어려운 것이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라 고급 소재와 높은 퀄리티의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운 복장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개발 초기부터 고급스러운 무협을 만드는 점에 많은 원화가들과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전통적 무협의 외형을 지닌 도포를 그리더라도 멋지게 그려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디자인을 90%, 완전 새로운 디자인을 10% 비율로 정하고 동양적 코드에 집착하지 않고 작업에 착수했다.

질: 최근 넥슨이 게임 원화가들의 전시회를 실시했다. 이러한 류의 전시회를 실시할 생각이 있는가?

****답: 게임의 정식 출시가 된 이후에 2차 저작물에 대한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질: 여성 캐릭터에 비해 남성 캐릭터의 퀄리티가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이 있다. 남성 캐릭터의 퀄리티는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답: 현재 NPC 중 여성 캐릭터의 비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여성 캐릭터가 많지만, 앞으로의 개발 버전에서는 남녀 성비가 맞춰진 작품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다.

질: 컨셉아트를 그리는 과정에서 컨셉이 원화에 영향을 줬던 것 이외에 원화를 그리며 컨셉에 영향을 줬던 부분도 있는가?
답: 남소유의 경우는 처음에는 단막극의 치정 전문의 단순한 캐릭터였지만, 사내개발 게시판에 캐릭터를 공개한 이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나리오 라이터의 동의 하에 해당 캐릭터를 끝까지 끌고 가기로 했고, 게임의 끝까지 주요 인물로 등장하게 됐다.

질: 다른 캐릭터 중에도 연예인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가 있는가?
답: 내부 개발자가 많이 주요 NPC에 도입되어 있으며, 외형적인 면도 흡사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질: 동양의 종교적인 색채를 게임에 도입한 부분도 있나?
답: 종교적인 부분은 전혀 접근을 하고 있지 않다. 개발 초기에 '감리곤건'이라는 태극기의 패를 기반으로 종족을 나누기도 했지만 지금은 곤과 건만 남아있다.

질: b &s에 등장하는 종족들은 모두 컨셉과 특성이 다르다. 작업을 함에 있어 가장 작업이 쉬웠던 종족과 어려웠던 종족은 무엇인가?
답: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형태를 지닌 진족이 가장 쉬웠으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건족이다. 성별이 없는 종족이라는 초기 컨셉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건족을 디자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많은 원화가들이 고민한 끝에 '늘씬한 미녀'로 그리기로 하고, 동유럽권의 모델을 연상시키는 미녀를 그리기 시작했다. 고민한만큼 매력있는 종족이 탄생한 것 같다.

질: 원화 디자인에 있어 선정적인 요소는 어느 정도로 그려내고 있는가?
답: 선정적인 의상은 지양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역량에 맡기고 있지만 시장에서 안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은 자제하고 있다. 단, 치마의 한 쪽 부분이나 속옷 디자인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질: 작화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답: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 말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많은 콘텐츠를 보고 익혀서 견문을 넓혀야 한다. 또한 무엇을 그려야하는 지에 대해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내가 저 사람 보다는 잘 그릴거야"라는 비전을 갖고 작업을 한다면 본인의 역량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나 역시도 김형태AD를 개인적인 라이벌로 삼고 노력하고 있다. 당장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오늘 그린 그림이 어제 그린 그림과 어떻게 다른지를 판단하고 개선점이 없다면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질: B &S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답: 곧 3차 비공개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공개된 캐릭터보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공개될 예정이다. 오래 기다렸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기 부탁드린다. 또한 같이 작업하고 있는 우리 팀원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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