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라 그럼 맞출것이다?

'옛날옛적에' 못지 않은 기발한 게임을 하나 소개하겠다. '바르바로사' 가 그 주인공으로 쉽게 말하자면 스무고개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독특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세틀러오브카탄의 Klaus Teuber가 만들었다. 약력을 가볍게 소개하기 무색할 정도로, 그는 올해의 독일 게임대상만 수차례 수상한 현존 최고의 보드게임 디자이너이다. 바르바로사 역시 1988년 올해의 독일게임 대상을 수상한 게임이다.

빨리 게임 내용을 얘기하고 싶어 안달이 났으니, 바로 게임으로 들어가겠다. 이 게임은 박스를 열어보는 것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어린 시절, 수없이 가지고 놀았던 찰흙이 그것도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것으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찰흙? 보드게임이 분명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엔터테인먼트 장르지만, 지금껏 콤포넌트하면 뽀대는 나도, 뭔가 각이 확실하고 단단한 느낌의 것이었는데, 찰흙은 둥글 넙적한 데다, 말랑말랑하기까지 해서 지금껏 겪어왔던 어떤 게임과도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도대체, 찰흙으로 뭘 어쩌란 말인가.

간단하다. 어릴적 찰흙으로 했던 행동을 고대로 취하면 된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다. 자신이 만드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리면 안 된다. 그러니, 너무 잘 만들어서 한눈에 알아보게 하면 안된다. 또 한가지, 너무 못 만들어도 안 된다. (찰흙 적당히 펴서 A4지라거나 대충 주물럭대놓고 수제비라고 말하는 사람 꼭 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바르바로사는 자신이 만든 무언가를 남들이 적당한 타이밍에 맞출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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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바로사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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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안에 든 것이 폭신폭신 찰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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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한 리스트 중에 한 개를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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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진행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각자 색상을 선택해서, 해당 색상의 찰흙과 몇 개의 이동 말, 점수말 등을 받는다. 말은 주어진 위치에 놓고, 찰흙으로 무엇을 만들지 고심해야 한다. 본래, 바르바로사에는 만들꺼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 한가지를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국내로 들어오면서 일단은 만들꺼리가 영어로 표기되었다는 점과 그 가짓수에 제약이 있어, 보통은 특별한 제한없이 아무 사물이나 만드는 것으로 플레이한다. 그래서, A4가 나오고 수제비가 나오고, 플레이스테이션이 나오는 것이다.

3 ~ 4인이 할 때는 3가지 무언가를 만들고, 4 ~ 5인이 할 때는 각자 2가지 무언가를 만든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의 무언가는 사람들이 바로 알아도 안 좋고, 너무 몰라도 안 좋다. 그러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서 만들어야 한다. 물론, 말은 쉽다. 자, 이제 완성했으면 자신의 물건이 무엇인지를 종이에 적어놓는다. 아마 이때부터 각자가 만든 물건이 무엇일런지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생각하고 얘기하느라 왁자지껄할 것이다.

이제부터 진행은 간단하다. 보드판이 얼마나 간단명료하게 생겼는 지로 대략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각자 플레이어들은 주사위를 굴려 해당 숫자만큼 이동하거나, 엘프스톤이라 하여 자신의 일정한 포인트를 소비해서 그만큼 이동하는 것으로 턴을 시작한다. 멈춘 칸의 행동을 따르게 되는데, 몇 개 안되니 전부 얘기해보겠다.

먼저 엘프스톤 칸은, 엘프스톤을 1포인트 회복시킨다. 용과 유령이 있는 칸은 자신 이외의 다른 플레이어의 점수말을 앞으로 이동시킨다. 자신이 용이나 유령을 건드려, 그것들을 지키는 사이 다른 플레이어들이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난장이가 영어를 들고 있는 곳에 이르면, 특정한 물건을 가리키며, 그 물건의 알파벳 하나를 물어볼 수 있다. 즉, "저 물건의 두 번째 알파벳이 뭐지요?" 이런 식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물론, 한글로 게임을 진행한다면, 그에 적당한 음소 단위인 ㄱ,ㄴ,ㅏ, ㅑ 이런 것을 알파벳 하나로 생각해서 대답하는 편이다. 이 경우, 해당 단어를 직접 물어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답을 유추하고 맞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짧은 단어의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그다지 좋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수수께끼의 동굴' 로 불리는 공간이 있다. 이곳이 바로 바르바로사 게임의 핵심인 해당 물건의 질문과 답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일단, 이곳에 도착하면 2차례의 기회를 갖는다. 각 기회마다 아무 물건이나 잡고 무작위로 질문을 할 수 있는데, 그 질문에 해당 물건을 만든 사람은 "예", "아니오", "아마도 그럴 것 같다", "적당하지 않은 질문이다" 4가지 중에 한가지로 답해야 한다. 물론, 거짓으로 답하면 안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이건 "아니오"라는 답이 나오면 1번의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즉, 그 외의 답변은 1번의 기회로 계속해서 물어볼 수 있다.

1번의 기회를 잃으면, 2번째 기회가 된다. 이때는 평상시와 같이 질문을 할 수도 있고, 또한 특정 물건의 답을 말할 수도 있다. 1번째와 같이 역시 질문은 "아니오"라는 답변이 나오지 않는 이상, 계속 가능하므로 질문을 하다가 답을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답을 말하면 맞든 틀리든 해당 플레이어의 턴은 끝난다.

답을 말할 때는, 종이에 적어 해당 물건을 만든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확인을 받는다. 왜냐하면, 각 물건마다 한사람이 맞추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명까지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맞추면 5점을 얻고, 두 번째 맞추면 3점을 얻는다. 몇 번을 맞추었는지를 표시하기 위해, 물건마다 화살을 꼽아놓는데, 여기서 또 다른 핵심 시스템이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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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용 세팅 모습이다. 가운데 찰흙으로
빚어놓은 무언가가 잔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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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이 꼽힌 녀석을 유심히 보라.
느낌대로 캔디다. 너무 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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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멈추면, 정답 중 한 알파벳을
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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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를 굴리지 않고, 엘프스톤을 소모해
원하는 칸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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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물건을 토탈해서, 몇 번째 맞춰지느냐에 따라 해당 물건을 만든 사람이 점수를 잃을 수도 있고, 점수를 얻을 수도 있다. 즉, 초반이나 후반에 자신의 물건을 누군가가 맞추면 점수를 잃게 되지만, 중반에 맞추면 오히려 점수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물건을 너무 쉽게 만들어도 안되고, 너무 어렵게도 만들면 안 된다고 했던 것이다. 그래야 중반부에 누군가 맞출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각 플레이어는 조그맣고 시꺼먼 조각을 갖고 시작한다. 이것은 일명 '파워큐브'로 누군가의 턴에 난입하여 자신만의 액션을 수행하게 해준다. 이때, 특정 물건의 단어 묻기와 답 맞추기를 시도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질문/답변 등을 듣고, 해당 물건이 무엇인지 가닥이 섰을 때 사용하면 좋은 아이템인 셈이다.

이렇게 게임은 진행되다, 누군가의 점수말이 열쇠가 있는 곳에 도착하면 그것으로 게임 종료다. 분명, 할 수 있는 액션은 제한되어 있고, 게임은 간단하다 못해 심심하게까지 느껴지겠지만, 리뷰 내용이나 사진 만으로 충분히 많은 이들을 콩닥거리게 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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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알았다면, 검은 파워큐브를 날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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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플레이에서는 6개째 화살이 꼽힐 때부터, 1
3개 화살까지 문제를 낸 사람도 +점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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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슬슬 종반부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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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이 열쇠가 있는 곳까지 올라섰다.
이것으로 파란색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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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알아보자. 왼쪽 화살 두개 꼽힌 것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소, 튤립, 버섯, 선인장,
입술, 사탕, 근육, 기린, 피아노,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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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장단점을 조목조목 따져야 하는 리뷰이니, 몇가지 단점도 꼬집어 보겠다. 바르바로사는 분명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만한 게임이지만, 몇차례 비슷한 멤버끼리 플레이를 하다보면 빤하게 진행되는 구석이 없잖아 있다. 또한, 적당한 타이밍에 상대가 내 것을 맞추는 것이 이득이 되긴 하나, 솔직히 기본 규칙대로 하면 그다지 영향을 줄만한 점수는 아니다. 차라리, 어정쩡한 타이밍에 맞추는데 모험을 거는 것보다는 아예 어렵게 만들어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모든 플레이어가 이렇게 생각하면, 그 게임은 정말 기하학적인 물건만 등장하게 되고, 질문은 쓸모 없이 오직 단어 맞추기로 물건을 맞춰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마 대부분 바르바로사의 흥미도는 바닥을 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찰흙은 특성상, 게임을 하고 나면 손이 찝찝하고, 또한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때가 탄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 보드카페의 바르바로사는 각 찰흙의 색상 구분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바르바로사는 이러한 단점을 엎어 치고 매치고 뒤칠만한 수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적당한 무언가를 쪼물락거리고 맞춰가는 재미는 해본 사람만이 안다.

한마디로, 바르바로사는 보드게임이 PC게임이나 콘솔게임과 비교해서 어떤 차별화된 강점을 가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보드게임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세계를 맛보고 싶다면 바르바로사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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