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18세이용가로 대동단결.. 정부 중첩규제 ‘헛손질’
“앞으로 모든 게임들 다 18세 이상 이용가로 제작해. 자꾸 귀찮게 하니 청소년 층은 포기한다.”
최근 한 게임업계 게임 개발사 대표가 내부 직원들 전부를 모아놓고 한 말이다. 최근 여성부와 문화부, 거기에 교과부까지 합세해 청소년 이용가 게임들을 문제시 삼는데 따른 정책의 변화다.
이처럼 게임 업체들이 정부 기관이 손댈 수 없는 ‘성인’ 영역으로 피신하고 있다. 정부 부처가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타임제 등의 정책을 통해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게임업계를 압박하자 일단 피하고 보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 18세 이용가 게임, 갈수록 늘어나>
최근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온라인 게임이 전체 수의 4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청소년 대상 게임에 대한 규제를 하기 전에 평균 24%에 머물던 것과 대비해 확 올라간 수치다.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일부러 18세 이상가를 받는 것도 게임업계에서 트렌드화 되고 있는 현상이다.
블리자드의 신작 ‘디아블로3’가 18세 이용가를 받았고, 최근 CJE&M 넷마블도 ‘리프트’의 등급이 15세 이용가가 된 상황에서 1.7 업데이트와 함께 18세로 등급을 재신청했다. 북미 등 해외에서는 ‘리프트’의 등급이 13세로 낮지만, 넷마블 측은 게이머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일부러 18세로 신청했다는 후문이다.
라이브플렉스도 15세 이용가를 받은 ‘징기스칸 온라인’을 18세 이용가로 바꾸기 위해 재 심의를 받았다. 라이브플렉스는 ‘드라고나 온라인’ 등 자사 게임 전부를 성인 게임 중심으로 바꾸기도 했다.
또 올해 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다중접속롤플레잉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 또한 무난하게 18세 이용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 신작 빅3가 모두 18세 이용가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개발사들, 18세 이용가에 당당한 이유는>
이처럼 개발사들이 앞다투어 18세 이용가를 신청하는 이유는 그동안 게임을 주로 즐겼던 게이머들의 중심 축이 20대 이상으로 상향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엔씨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저희 주요 고객층이 20~40대가 됐기 때문에 18세 이용가 게임으로 출시해도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성인 전용 게임들이 큰 인기를 얻어 매출 증진에 도움이 된 것도 18세 이용가 편승 기류에 힘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NHN의 ‘테라’를 비롯해 액토즈의 ‘다크블러드’, SGI의 ‘DK온라인’ 등 18세 이용가 게임들이 대거 성공했고, 최근 CJE&M 넷마블의 ‘블러디헌터’ 등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성인용 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
라이브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성인 이용자들이 게임 아이템 구매 비중이 높다.”며 “게임 내 표현력 확대, 마케팅 등 성인들 대상으로 운신의 폭이 넓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 정부 중첩규제, 성장동력 떨어지나>
하지만 이렇게 게임업계가 18세 이용가 쪽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는 가운데, 게임을 규제하려는 정부 부처들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정부 부처의 게임 규제안은 ‘청소년 보호’ 보다 ‘기금 확보’에 치중됐다는 의견이 많다. 여성부는 명확한 사용 근거도 없이 게임업계 민간 기금을 천 억 원 단위로 의무화하는 안을 공개한 바 있으며, 교과부 또한 학교 폭력을 게임과 관련시켜 예방비 차원의 기금 마련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게임업계가 점차 성인용 게임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정부 부처의 규제도 목적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소년 이용 게임들이 점차적으로 줄어들면 ‘청소년 중독’을 명분으로 한 기금 걷기의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게임업체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기금 걷기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행보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정부 부처가 더 이상 게임을 압박하지 못하도록 자체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정부 부처가 기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경우 또 다른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