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도시를 건설하자

2001년 올해의 게임대상과 2001년 독일게임상 1위를 한꺼번에 거머쥔 게임이 있었으니,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카르카손이다. 올해의 게임대상은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게임에 영예의 대상이 수여되는 반면, 독일게임상은 한층 매니악한 다소 무거운 게임에 1위의 영광이 돌아간다. 때문에, 매년 시상하는 보드게임을 대표하는 2개의 상이지만, 최고작품이 동일한 경우는 흔치 않는데, 바로 카르카손이 그러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게임이길래 이러한 호평을 받았는지 살펴보겠다.

먼저, 카르카손은 프랑스의 남부에 위치한 도시로 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고유 명사이기 때문에, 다소 된소리로 발음해야 정확하겠으나 국내에 출시된 한글판의 경우 카르카손이라 명명했기 때문에, 본 리뷰에서도 카르카손이라 부르겠다.

개인적으로, 보드게임을 처음 즐기는 게이머와 함께 보드게임방을 찾아가면 항상 권해주는 게임이 있다. 보드게임 기사를 통해 몇 차례 얘기한 기억이 있는데, 첫째가 카르카손이요. 둘째가 어콰이어다. 어콰이어는 장문의 리뷰를 통해 이곳에 소개했으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번 탐독하기 바란다. 카르카손을 처음으로 선택한 이유는 당연히 재미있어서고, 보드게임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보여주기에도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사실, 뭐든지 처음이 중요하다고, 괜히 어정쩡한 게임으로 보드게임에 입문하면 괜히 좋지 않은 감정만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택한 게임인만큼 카르카손은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임을 귀뜸해두겠다.

지금까지만 보아도 칭찬일색이다. 그렇다면, 과연 카르카손은 어떤 게임일까.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전형적인 타일놓기 게임이다. 대략 어콰이어가 그러했고, 탤리호가 그런 부류의 게임이다. 타일놓기 게임이라면, 한면은 트럼프의 그것과 같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또다른 한면은 특정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 게임 특유의 규칙대로 이것을 놓아가며 진행되는 게임이다. 카르카손은 게임의 제목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이, 타일을 이용해 카르카손 도시를 건설해가는 게임이다.

중세 도시를 배경으로 한만큼, 타일에는 성과 수도원, 도로가 그려져 있다. 한데, 이것이 정말 특별한 것이 성과 도로의 경우에는 한타일에 전체 성과 도로가 그려진 것이 아니라, 부분부분만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타일을 놓아가며, 이렇게 부분만 그려진 성이나 도로를 다른 성이나 도로 타일로 완성시켜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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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카손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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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타일을 놓는 것으로 게임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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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부분에서는 강을 연결시키면서 타일을
붙여간다. 자신이 놓은 타일 위로 일꾼을
올려놓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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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완성되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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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규칙은 이미 놓인 타일이 현재의 도로나 성이 망가지지 않는 형태에서는 계속해서 확장해나갈 수 있다. 즉, 반쪽이 성인 타일 바로 옆에 도로를 놓아 모양이 흐트러지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한, 이미 바닥에 놓인 타일들에 어떻게든 한면이 연결되는 형태로 타일을 놓아야 한다. 즉, 현재 타일이 지역을 완전히 벗어나서 무인도를 만드는 것은 불가하고, 또한 꼭지점만 맞닿는 형태의 타일 놓기도 안된다는 점이다. 얼핏 상상만으로는 그렇다면 별로 놓을 곳이 많지 않겠다 싶겠지만, 성과 도로만 신경쓰면 그만이기 때문에 놓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굉장히 넓다. 장담하건데, 어떻게든 연결되어 가는 카르카손의 장관에 입을 다물기 힘들 것이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일단 타일을 하나 집어 앞서 얘기했던 규칙에 맞게 기존의 카르카손 지형에 연결시킨다. 그리고 옵션으로 해도 무방, 안해도 무방한 일이 하나 있으니, 바로 자신의 일꾼을 현재 놓은 타일 위에 배치시키는 것이다. 바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데, 성 또는 도로, 수도원, 그리고 맨땅에 놓을 수 있다. 이렇게 놓인 일꾼은, 놓인 자리가 완성되면 해당하는 점수를 얻게 된다. 성의 경우, 사방이 완전히 성벽으로 막혀 완성되면 점수가 되고, 도로는 입구와 출구가 막히면 역시 점수가 된다. 수도원은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주변에 모든 타일이 위치하면 점수가 된다. 마지막으로, 맨땅이 흥미로운 부분인데, 이곳에 놓은 일꾼은 농부가 되어 타일이 모두 소비되어 게임이 끝나는 시점에, 완성된 성의 영토를 기준으로 각각 점수를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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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은 타일을 적절한 위치에 올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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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길이 막혔다. 길 위에 놓인 도둑을
주인에게 되돌려주며, 점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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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촐한 성도 완성되었다. 역시 노란색
플레이어에게 기사를 되돌려 주고 점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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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점수를 얻는지 등의 정확한 게임 규칙은 따로 말하지 않겠다. 이 정도가 대략 카르카손의 게임 규칙이다. 농부의 점수 계산이 약간 까다롭지만 전체적으로 게임 규칙이 상당히 깔끔하다. 잘 만든 게임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카르카손도 애매한 부분 없이 기본 제공되는 설명서만으로 충분히 게임 소화가 가능하다.

그럼, 이번에는 좀더 심도 깊게 카르카손을 생각해보겠다. 그래도 게임을 조금했다고 하는 보드게이머 중에 의외로 카르카손을 얕보는 게이머가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일단 카르카손은 딴지 요소를 제대로 즐길줄 알아야 한다. 게임의 규칙상, 카르카손에서 일단 누군가 확실히 세력권을 가진 지역에 바로 자신의 일꾼을 들이밀 수 없다. 일례를 들어, 현재 연결된 6개의 도로에 쇠똥이의 말이 있다고 치자. 카르카손에서는 도로 위에 위치한 일꾼은 도둑이라 표현한다. 6개나 연결된 도로는 분명 노려봄직한 장소다. 말뚝이는 어떻게든 쇠똥이의 도로에 합승하고 싶어한다. 한데, 카르카손의 규칙상, 6개의 도로 바로 옆에 연결된 도로를 놓으면서 말뚝이의 도둑놈을 내려놓을 수 없다. 게임 순서가 먼저 타일을 놓고, 다음으로 일꾼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말뚝이가 도로 타일을 내려놓으면 그 순간 바로 쇠똥이의 세력권에 들어가기 때문에 말뚝이의 도둑을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다면, 카르카손은 쓰레기 게임으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바로 이렇게 남의 세력에 합승하기 위해서는, 어쨋건 독립적인 지역에서 자신의 세력을 확보하고, 그 다음에 서로를 연결하는 타일을 놓아 합승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즉, 앞서의 예에서 계속 진행하자면, 말뚝이는 쇠똥이의 도로에 바로 연결시키지 말고, 그와는 직접 연결되지 않으나 다음에 다른 도로 타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지점에(보통 침범하고자 하는 지역에서 한칸정도 뛰어)도로를 놓고 그곳에 자신의 도둑을 올려놓아야 한다. 지금은 달랑 1개짜리 도로를 점유하고 있으나, 다른 플레이어가 이 도로를 끊어 먹지 않은 이상, 다음턴 이후에 이들을 연결시키는 타일을 놓아 쇠똥이의 긴 도로에 합승할 수 있다. 물론, 연결시키는 타일이 나올 경우에 한하겠지만, 타일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고 전략적으로 위치를 잘 잡아놓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상대 타일에 붙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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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들기 예(#1)이다. 파란색 성이 커져가자, 녹색 플레이어가 입성을 꿈꾼다.
일단 영역권이 아닌 곳에 둥지를 튼 다음, 화면에 보이는 연결 타일로 성을 붙인다.
이것으로 거대한 성은 파란색과 녹색 플레이어의 소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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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또다른 끼어들기 예(#2)다. 이렇게
큰 성을 그냥 둘 수 없지 않겠는가. 빨간색과
노란색 플레이어 역시 함께하기 위해 입성을
꿈꾼다. 붙을 수 있는지는 앞으로의
타일뽑기 운으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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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의 예이다. 가운데가 뻥 뚫린 지역을
잘 보자. 이미 주변 타일이 결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갈 타일은 1종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이것을 주워 성을
완성하고 자신들의 일꾼을 회수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상대가 놓기 어렵게
하는 것도 카르카손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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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 아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커가는 성이나 도로에는 여러 플레이어의 말들이 슬슬 붙어온다. 점수 계산이 이뤄지는 순간, 해당하는 성이나 도로에 더 많은 숫자의 일꾼을 가진 플레이어가 모든 점수를 획득하는데, 때문에 한 지역에 2명 이상의 일꾼을 놓는 지혜도 필요하다. 자신의 세력권에 새로운 일꾼을 붙이는 것 역시, 앞서 말한 다른 세력권에 합승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이 먼저 확보했던 지역이라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런 식으로 다른 플레이어가 힘겹게 키워가는 지역에 무임승차하고, 더욱 많은 일꾼으로 빼앗는 딴지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다. 카르카손에 이러한 딴지 플레이는 게임의 생명력을 더하고, 단순히 자기의 영토만 늘려가는 것에 비해서는 역동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사실, 보드게임이란 것이 혼자 고립되어 놀수록 그 재미가 떨어지지만, 카르카손은 워낙 타일도 예쁘고, 완성되가는 지역을 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지어지기 때문에 혼자 노는 것도 다른 게임에 비해서는 월등히 흥미롭다.

다른 영토 침범보다 더욱 고단수의 딴지 플레이도 가능하다. 카르카손을 폄하하는 게이머라면, 최소한 이러한 수준까지는 오른 다음에 나무라기를 바란다. 카르카손이 타일 게임이고, 게임 도중 전체 타일을 모두 소비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에서 사용되는 타일은 고정된다. 때문에, 게임에서 특정한 상황에 사용되는 타일의 수를 기억하고, 이를 이용해서 상대방이 타일을 놓기 힘들게 주변 지역에 타일을 놓아가면 이것이 또한 상당한 딴지가 되버린다. 점수계산이 이뤄지지 않는 지역의 경우, 얻는 점수도 낮아지고 일꾼을 게임도중 회수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타일을 이용한 딴지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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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농부다. 농부는 성도 길도 수도원도 아닌 맨 바닥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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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츰 완성되어가는 카르카손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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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을 중심으로 사방에 타일이 가득찼다.
수도사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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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끼어들기 예(#2)에서 살펴봤던
지역이 화면상의 타일로 인해 드디어
합쳐졌다. 결국 거성은 현시점에서 모든
플레이어 소유가 되었다. 이제 각
플레이어들은 2번째 기사를 이곳에
입성시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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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성 옆으로 작지만 짭짤한 성이 완성되었다.
성타일당 2점, 방패당 2점씩이니 이곳은
16점짜리 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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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오른쪽 위를 보라. 거성에 또다른
녹색 기사가 입성에 성공했다. 찾았는가?
이렇게 되면 현재 거성의 소유자는 오직 녹색
플레이어뿐이다. 카르카손은 철저히
약육강식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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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계산표를 이용해 얻은 점수를 더해간다.
게임이 끝날 때,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자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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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 정도로 마무리 지어보겠다. 카르카손은 기본 규칙대로 플레이하자면, 1개의 타일을 랜덤하게 집어 이것을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운의 요소가 적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운의 요소는 앞서 말했던 다른 세력에 일꾼 침투와 타일수 세기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100% 전략적인 것은 아니다. 사실, 게임이 그 정도로 전략적인 요소를 강화했다면, 올해의 독일게임대상은 수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급자와 초심자의 레벨 차이를 어느 정도 극복하게 하고, 자주 플레이해도 할때마다 뭔가 다르게 해주는 운의 요소가 적절히 배어 들어 있기에, 카르카손은 더욱 재미있는 것이다. 게다가, 카르카손은 듬직한 내용물에 가격까지 저렴하다. 가족끼리 모여 앉아 그럴싸한 보드게임을 해보고 싶다면 카르카손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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