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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 시장 점령 나선 105명의 영웅들, 그들의 앞날에 영광 있을까?

김한준

역사를 돌이켜보면 춘추전국시대, 삼국시대처럼 다양한 세력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툼을 벌이던 시기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나타난다. 다양한 세력의 영웅호걸들은 자신들의 천하를 거머쥐겠다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특히나 AOS 시장을 보고 있으면 이러한 춘추전국시대가 자꾸만 떠오른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를 비롯해 다양한 게임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기가 바로 요즘이니 말이다.

이들 게임들은 하나같이 게임 내에 다양한 영웅 캐릭터를 구비하고 게이머들에게 자신들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게임 그 자체를 국가로 보고, 게임에 등장하는 영웅 캐릭터들을 각 국가의 장수로 본다면 현재 국내 AOS 시장은 실제 춘추전국시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HON

이러한 난세에 또 하나의 세력이 등장했다. 105명이나 되는 장수들을 이끌고서 말이다. 지난 5월 22일부터 사전 공개서비스에 돌입한 엔트리브소프트의 AOS 게임, 혼(Heroes of Newerth / HON)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혼은 AOS 장르의 시조격인 작품인 도타(Defence of the Ancients / DotA)의 정통성을 잊고 있다고 주장하는 작품이다. 실제로 게임 내에 도타에 등장했던 다수의 영웅들을 등장시키고 있을 정도로 도타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도타의 팬들을 게임에 유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모든 AOS 게임을 통틀어 가장 많은 영웅이 등장한다는 점과 도타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점 때문에 혼은 게이머들, 특히 AOS 팬들에게 적지 않은 인기와 관심을 얻었다. 이러한 혼이 등장한다 하니 일각에서는 혼이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인 카오스의 연장선에 있는 카오스 온라인,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LOL과 함께 국내 AOS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혼이 국내에서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로 혼의 게임성을 꼽는다. 105명이나 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그래픽이 여타 경쟁작에 비해 화려하게 구성되어 있어 시각적인 만족을 줄 수 있으며, 게임 진행이 빠른 편이어서 좀 더 박진감 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HON

이 이야기는 모두 맞는 말이다. 혼은 지금까지 출시된 AOS 게임 중 도타2를 제외하면 가장 광원효과와 텍스처 품질을 자랑한다. 도타2가 북미 지역에서만 서비스 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혼은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모든 AOS 게임 중 가장 뛰어난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게임 진행 역시 대단히 빠르다. 빠르다는 말로도 부족해서 박진감이 차고도 넘친다고 말하는 게 적절할 지경이다. 캐릭터들의 기본적인 이동속도가 빠른 것은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스킬의 위력이 높고 사거리도 길어서 상대와 더욱 긴박하게 대치하게 된다.

이러한 점을 본다면 혼은 선행주자가 지니지 못 한 자신만의 무기를 갖춘 것이라 볼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시작은 늦었지만 혼은 선행주자의 목덜미를 오싹하게 만들 수 있는 칼을 들고 그 뒤를 쫓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혼이 자랑하는 이 무기가 문제다. 혼이라는 세력과 그 세력 안의 105명의 영웅이 들고 있는 이 칼은 병기(兵器)라기 보다는 예리함보다는 화려함을 추구한 장식용 검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비슷한 게임성을 갖추고, 비슷한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AOS 장르에서 영웅 캐릭터가 지니는 비중은 굉장히 크다. 캐릭터의 특징에 따라 게임이 진행되는 양상이 달라지고 새로운 전술이 지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혼에 등장하는 영웅은 총 105명으로 혼에는 그 어떤 AOS게임보다 많은 수의 영웅이 등장한다. 영웅이 많이 등장한다는 이야기는 곧 혼에서 펼칠 수 있는 팀의 조합이 다양하다는 뜻이고 이는 곧 플레이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이머들의 기대로 이어진다.

하지만 실제로 혼은 이러한 게이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 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105명의 영웅이 게임에 등장하는 2개 진영으로 각각 나뉘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속한 진영에서 해당 영웅을 지원하지 않으면 다른 영웅을 고르던가 진영을 바꿔야 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진다. 105명이나 되는 영웅이 등장하지만 게이머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영웅의 수는 더욱 적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인터페이스 역시 이 게임의 흥행의 걸림돌로 지적하고 싶다. 게임의 개발사와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엔트리브소프트의 입장에서는 의지가 있어도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혼의 인터페이스는 가독성이 너무나 떨어진다.

인터페이스는 게임성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게이머들이 게임을 얼마나 쉽게 접하고 습득할 수 있는가를 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게임의 플레이 지속성을 이끌어낸다기 보다는 게임의 초반 진입 장벽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인터페이스의 완성도에 달려있다.

혼의 인터페이스는 앞서 말한 것처럼 복잡하다. 너무나 많은 텍스트가 나열되어 있으며,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화면을 하나하나 뜯어봐야 한다. 이러한 요소는 적응되면 해결될 문제이긴 하지만, 그 적응되는 기간 동안 게이머들의 짜증을 이끌어내서는 안 되는 것은 적응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 하겠다.

북미에서는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혼은 국내에서는 엄연히 후발주자다. 여타 AOS 게임과 경쟁을 해 우위를 점해야 하며, 이는 다른 AOS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혼으로 유입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온라인게임이 득세를 하고 있는 국내 시장이라지만 AOS 장르를 즐기는 이들의 수가 무한정 확대되지는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게이머들은 자신들이 즐기던 게임보다 더 나은 게임이 나오더라도 자신이 즐기던 게임을 쉽게 버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페이스가 이렇게 불편해서는 타 게임을 즐기다 혼으로 시선을 옮긴 이들을 잡아둘 수 없다. 적응하기 불편한 게임을 하느니 자신이 원래 즐기던 게임을 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더 빨리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엔트리브소프트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지만 혼의 개발사인 S2게임즈와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혼의 인터페이스를 두고 엔트리브소프트를 탓하는 것은 엔트리브소프트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이러한 업체의 사정까지 이해하지 않는다. 그럴 이유도 없고 말이다. 복잡한 인터페이스로 인한 게임 진입장벽 문제는 결국 엔트리브소프트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상점의 진열대에 맛있는 과자가 잔뜩 있다. 대부분은 뜯기 쉬운 포장 안에 담겨 있지만, 유독 한 과자만 비닐 포장이 아닌 깡통에 담겨 있다면 사람들은 그 과자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다른 맛있는 과자도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혼은 두꺼운 깡통에 담긴 과자다. 눈에 띄기는 하지만 꺼내 먹기는 어려운 과자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 현재 혼이 처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엔트리브소프트가 얼마나 빨리,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혼의 성공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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