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소' 빼고 전멸.. 온라인 게임사 안으로 밖으로 '외통수'

"시장은 아직도 온라인 쪽이 훨씬 큰데, 왜 모바일에만 올인하는지 모르겠어요. 각종 지원도 줄고 규제 일변도에.. 이러다 세계 최고라는 한국의 경쟁력도 무너질 수 있는 거 아닌지요."

최근 정부 지원사업 설명회서 만난 한 중소 온라인 게임 개발사 대표의 말이다. 이 사장은 온라인 게임이 여전히 게임업계에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대한 기대나 지원이 전무하다시피 됐다며 한숨을 털어놨다.

이처럼 한국 온라인 게임업계에 위기가 오고 있다. 대내외로 다가오는 위협요소에 업계 구성원들은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시장 분석, 여성부와 교육부, 문화부의 3대 규제 기관, 무섭게 치고 들어오는 모바일 게임 분야 등 악재만 남았다.

우선 온라인 게임 시장에는 ‘신작의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수년 전에 출시되어 자리를 잡은 인기 온라인 게임들이 수많은 콘텐츠와 게이머들을 기반으로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어 신작 온라인 게임이 새로 끼어들 틈이 없다.

블레이드앤소울
블레이드앤소울

단적으로 PC방 순위 20위 내에 국내 출시 신작은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과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 뿐이다. 해외 온라인 게임도 ‘디아블로3’와 ‘리그오브레전드’가 비교적 최신작일뿐 기득권을 갖춘 게임들이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월 30억 원 매출 이상을 기록했던 게임도 ‘블레이드앤소울’과 ‘DK온라인’ 이외에는 전무하다.

온라인게임 투자나 지원도 씨가 마르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 등 정부 기관의 ‘실력행사’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SBA 등 콘텐츠 진흥기관도 대부분 모바일 게임으로 지원금을 몰표하면서 점차 온라인 게임 분야는 설자리를 잃고 있다.

당장 내년만 봐도 콘진원이 50여 억 원의 스마트폰 용 게임 지원 예산을 확보하고 있고, 중소기업청 또한 90여 원의 창업진흥 자금을 스마트폰 앱 개발과 개발자 육성 및 창업에 배당하고 있다. SBA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면 10여 억 원이 스마트폰 관련 예산이다. 반면에 온라인 게임 쪽 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온라인 게임의 해외 수출도 각국의 보호 무역 정책에 의해 조금씩 압박이 더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부에서 인정하는 판호를 획득해야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데, 점점 획득하기 어려워져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베트남 등 동남아 권 국가들도 중국과 비슷한 형태의 제한 조치를 일제히 만들어 운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규제에 대한 개발비 상승과 사회적으로 PC 사용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셧다운제 등 별도 개발비를 투입해야 하는데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태블릿PC들의 보급률이 올라가고 있는 부분, 인터넷 등 간단한 활동을 스마트폰으로 진행하면서 점점 집에서 PC를 켜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도 온라인 게임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다.

모두의마블
모두의마블

때문에 전문가들은 온라인 게임사들이 선점되지 않은 새 분야를 개척하거나, 혹은 스마트폰 분야 까지 섭렵하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족 대상의 게임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모두의 마블’이 그 예다. 차츰 사회 고령화 현상에 맞춘 고연령 층의 게임, 그리고 교육과 게임을 접목시킨 기능성 게임 등 다양한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분야의 체질 개선도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다. 위메이드, 스마일 게이트, 액토즈, 와이디온라인 등 국내 내로라 하는 온라인 게임사들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스마트폰 게임 개발 비중을 최대 40% 까지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이 스마트폰 게임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 시장은 계속 굳건하게 최대 게임 시장의 타이틀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이럴 때 일수록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이 새로운 발상과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전세계적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국내 온라인 게임 분야의 급격한 위축을 막기 위해 충분한 예산을 편성해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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