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맹위를 떨치는 카카오톡, 애플과 구글의 방침은?
불과 몇 개월 전, 게임 서비스를 런칭하기 전만 해도 카카오톡은 적자에 시달리는 애물단지였다.
가입자가 4천만 명에 육박했지만 별다른 수익구조가 없던 카카오톡에게 어쩌면 게임의 접목은 마지막 도박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통해 범 국민적인 게임 열풍이 불어오면서 카카오톡에 대한 세간의 시각은 180도 달라졌다. 카카오톡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인기를 누릴 수 없었을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의 게임들이 월 매출 100억 원을 넘기면서 카카오톡은 돈을 벌 수 있는 ‘신의 한수’로 까지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현재에도 수백 개의 게임들이 카카오톡에 서비스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11월 초인 지금 신청해도 내년 3~4월 이후에나 게임 런칭이 가능하다고 한다. 숨쉴 틈 없이 게임들이 밀려 들어오다 보니 카카오톡 담당자들의 콧대 또한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하지만 이러한 카카오톡의 행보에 대해 원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과 애플은 썩 기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애초에 플랫폼 장악력이 약한 구글은 초반 카카오톡으로 인해 구글 플레이 마켓 활성화의 기쁨을 맛봤지만, 이제는 카카오톡에 의해 시장이 좌지우지 되는 상황이 닥치자 좌불안석이다.
애플 또한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카카오톡의 영향력이 약하다고는 해도 구글 꼴이 안 되란 법이 없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톡이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갈수록, 그리고 그러한 플랫폼이 늘어날수록 구글과 애플의 고민도 더욱 커져갈 것이다.
카카오톡의 선전을 보고 구글과 애플이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 싶었는데, 최근 애플이 앱스토어 약관을 통해 “특정 모바일 앱에서 다른 앱을 홍보하거나 구매 유도하는 앱을 금지시킨다”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슬슬 제재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기본적으로는 ‘에드XX’ 등의 전형적인 어뷰저 앱 들이 제재 대상이 되겠지만, 카카오톡도 제재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카오톡을 제재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만약 제재를 받는다면 ‘시장왜곡’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힐 것이다. 카카오톡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안드로이드 시장은 이미 카카오톡에 등록된 게임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카카오톡으로 인해 정당한 순위 경쟁은 불가능한 시점이 됐고, 앞으로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유추된다.
이처럼 특정 앱이 추천하는 게임이 전체 스토어 인기순위 거의 반 강제적으로 순위가 올라가는 것은 기존 시장을 흐리는 ‘어뷰징(작위적 순위 경쟁)’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 카카오톡 측이 게임사들과의 계약으로 수익쉐어를 명확하게 구분해놓은 것도 제재 방침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구글이나 애플 입장에서는 카카오톡이 ‘어뷰징’의 대가를 명확하게 제시해놓고 수익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카카오톡의 수익에 구글과 애플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는 것도 제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 또한 쉽사리 제재를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시장에는 카카오톡처럼 거대한 사용자 데이터 베이스를 갖춘 후 플랫폼으로써의 사업을 꿈꾸는 개발자나 개발사들이 너무도 많다. 또 NHN의 라인 등 더 큰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유사 서비스들이 구글과 애플, 그리고 카카오톡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은 이제 구글과 애플만의 것이 아니다. 때문에 과거처럼 안하무인적인 제재는 사실상 어렵다.
플랫폼 형태의 앱들이 늘어날수록 구글과 애플의 고민이 깊어지고 한숨이 깊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이부분일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지만, 사실 스마트폰 시장이 개화한지는 이제 막 3년이 지났을 뿐이다. 그동안 시장도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이번 카카오톡 문제 또한 구글과 애플 입장에서는 시장이 커져가면서 생기는 새로운 돌출 문제로 볼 수 있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구글과 애플의 몫이다. 여하튼 시장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
페이스북과 징가의 관계를 보는 것처럼 카카오톡이 더 커진다면 웹 등의 플랫폼 확장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윈도우8 이후 이제는 PC와 스마트폰의 융합이 보다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카카오톡 입장에서는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시도하는 등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여담이지만, 카카오톡 또한 개발사 선정 등을 보다 객관적으로, 차별없이 진행해야 한다. IT 시장은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움직이고 있고, 카카오톡이 당장 내일에도 승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모바일 게임 쪽에서 절대 권력을 누리던 이통사들이 하루 아침에 어떻게 되었는가. 후에 모바일 게임의 역사에 카카오톡이 세간에 부정적인 인식으로 굳어지지 않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