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카카오톡으로 인한 생태계의 재구축, 상생이 필요하다

"지금은 수억 원을 써서 마케팅을 해도 큰 소용이 없습니다. 그 위에 카카오톡 게임이 있기 때문이지요. 단순히 현재 시점에서는 카카오톡에 게임을 넣는 것이 가장 주요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얼마 전 개최된 스마트콘텐츠2012 컨퍼런스에서 ‘타이니팜’의 마케팅을 맡은 이상훈 팀장이 한 말이다. 이 말은 카카오톡이 현재 스마트폰 게임업계에서 얼마나 강력한 힘을 보이고 있는지를 단번에 알려준다.

실제로 카카오톡의 위력은 그만큼 대단하다. 카카오톡과 만나기 전의 ‘애니팡’은 사실 기획력이나 개발력 모두 낙제점을 받은 작품이었다. 아직까지 표절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등 문제점도 많다.

애니팡
애니팡

하지만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불어온 ‘애니팡’ 열풍은 한국 전부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무선 인터넷 업계 뿐만 아니라 10대 소녀부터 80대 동네 할아버지까지 모두 ‘애니팡’에 흠뻑 빠져 스마트폰의 화면을 터치하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그동안 구축되어 가던 모든 스마트폰 업계의 질서는 한 순간에 허물어졌고.. 커다란 혼돈이 찾아왔다. 기존처럼 아이폰 앱스토어나 국내 로컬 마켓에 집중하던 사람들, 구글 플레이 마켓에 새로 서비스 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막 개발을 시작한 사람들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다. 여성부와 같은 규제 단체 또한 ‘셧다운제에 애니팡은 해당없음’이라며 열풍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이후 ‘캔디팡’이 실권을 잡기 시작하고, ‘드래곤플라이트’가 또 다시 광풍을 불러오고, ‘아이러브 커피’까지 떠오르자 혼란은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시장의 질서는 카카오톡 중심으로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카카오톡
카카오톡

'플랫폼이 깡패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었고, 업계에서는 ‘카카오톡에 들어가지 못하면 끝장난 것’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즈음이었다.

그 결과 현재 카카오톡에는 2천 개 이상의 게임들이 평가를 기다리고 있고, 평가의 객관성을 살리기 위해 외부 평가제 도입, 그리고 PC진출 등의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연일 매스컴에서도 카카오톡의 행보에 주목하며 기사를 내고 있다.

이렇게 카카오톡에 대한 평가는 게임 서비스 이전과 이후가 극명하게 달라졌고 시장도 확 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 자체가 긍정적으로 가고 있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오’다.

돈을 쓰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카카오톡의 등장은 ‘1등에게 몰아주기’와 더불어 ‘카카오톡의 수익 확보’라는 2가지 결과만을 도출해내고 있다. 일부 시장 진입층의 확대를 역할론으로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존 시장을 초토화 시켜 수익을 땡기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매일 수백 개의 게임이 출시되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카카오톡이 밀어준 게임 몇 개만 수익을 독식하는 현상은 일부 중소 개발사나 또 다른 플랫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도 주었지만 수많은 좌절을 야기하는 현상도 나타내고 있다.

오히려 시장에 기형적인 바람을 불러왔기에 예전처럼 수많은 개발자들이 아웅다웅하며 살았던 생태계 구성이 그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소위 말하는 ‘에코 시스템’은 카카오톡의 등장과 함께 카카오톡 안에서 새롭게 개편되야만 하는 상황이다.

드래곤플라이트
드래곤플라이트

그리고 이렇게 카카오톡에 대한 시장의 독식력이 강해질수록 이를 제재하는 정부 기관 및 스마트폰 플랫폼 사업자들의 목소리에도 무게가 실려가고 있다. 여성부는 잠시 주춤했었지만 호시탐탐 스마트폰 게임 산업 자체를 셧다운 시키려 발버둥 치고 있다. 셧다운제의 실행과 기술적 문제를 카카오톡에게 전가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건전하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많은 개인 개발자들도 카카오톡에 의무적으로 수익을 떼줘야 하는 현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카카오톡에겐 독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카카오톡은 적이 너무 많다.

때문에 카카오톡은, 시장의 수익을 점유하는 만큼 시장 건전성을 위한 재투자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다양한 개발사의 지원, 그리고 시장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 등 할 일은 많다. 청년 창업 지원 등도 고려해 볼만 하다.

‘이미 짜여진 시장에 진입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헌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 카카오톡을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도 하고 적자도 봤었다지만, 그것이 스마트폰 게임업계를 뒤흔들어 매출을 독식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카카오
카카오

불과 몇 주만에 국내 스마트폰 게임의 생태계를 뒤집어놓은 카카오톡이다. 그래서 카카오톡은 얼마나 시장이 빠르게 바뀌는지 잘 알 고 있고, 이 빠른 시장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적을 없애가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적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과정이 상생이다. 카카오톡이 그것을 모를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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