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드는 던전 탐험의 매력. 신과 운명혁명의 패러독스

신과 운명혁명의 패러독스(이하 카미파라)는 SRPG의 명가 니혼이치 소프트웨어의 신작으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이토 노이지의 캐릭터 디자인과 입장할 때마다 달라지는 던전 구성, 턴제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게임 진행이 특징인 게임이다. 원색적이고 깔끔한 그래픽, 만만치 않은 난이도, 수많은 파고들기 요소 등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 니혼이치 스타일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쉽게 패드를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고 있다.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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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던전 스타일의 빠른 SRPG
카미파라는 기본적으로 풍래의 시렌, 이상한 던전 시리즈처럼 변형 던전을 매 층 클리어 해 나가는 로그라이크 형태의 SRPG이다. 본 게임의 던전은 초반에는 5층, 중반부터는 10층마다 세이브 포인트가 나타나며 방문할 때마다 내부 형태가 무작위로 달라지는 던전 층제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는데, 던전의 형태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위치 역시 매번 랜덤하게 바뀌기 때문에 SRPG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이른바 ‘외워서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세이브 포인트가 있는 층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를 마쳐야 한다.

본 작품은 SRPG이면서 로그라이크 형태의 시스템을 채용했기 때문에, 방향키를 한 번 입력할 때마다 턴이 지나가게 되어있어 빠른 리듬으로 던전을 탐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장비마다 일정 개수씩 정해져 있는 각종 스킬을 좌측 아날로그 스틱으로 바로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어, 다른 SRPG처럼 ‘공격-기술 선택-범위설정-확인’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디스가이아 시리즈 등으로 익숙한 들어올리기, 던지기 같은 요소는, 기타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능동적인 게임 공략을 실현시켜 준다. SRPG+로그라이크라는 독특한 시스템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게임이 어느 정도 손에 익은 뒤에는 시원시원하게 던전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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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기술을 지닌 장비들로 수집욕 상승
카미파라는 주인공과 동행 천사가 갖춘 장비에 따라 사용하는 스킬이 달라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장비 아이템은 각 장비마다 고유의 경험치가 부여되어 있으며, 사용하면 더 빨리, 사용하지 않더라도 착용만하고 있으면 경험치가 쌓이도록 되어있다. 검계의 경우 슬래시, 권갑계는 난타류, 완드 계는 마법계 등과 같이 크게 분류된 스킬들에서 피격 시 자동 회복, 공격시 추가공격 등 특수한 능력을 지닌 장비들도 많이 있어 이것들을 상황에 맞게 사용해 나가며 던전을 클리어해나가야 한다. 게임 초반부는 스킬과 상관 없이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지만 중반부나 2주차 정도 되면 조우하는 적들도 강해져 어중간한 세팅으로는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게임 중 아무 때라도 장비들을 변경해 가면서 진행할 수 있어 착용장비만 사용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아이템 수집욕, 캐릭터 성장 뿐만이 아니라 아이템 강화에도 도전의욕을 강렬하게 불러일으키는 시스템이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장비 5개소 이외에 아래에 있는 6번째 스킬은 이도류이다. 양 손에 같은 이름의 장비를 장착 후 사용하는 것으로, 스킬 범위는 비슷하나 강력한 기술이 대부분이지만 이도류 장비에 따라서는 단체에서 복수로 범위가 달라지는 것들도 있으므로 시험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비록 무기 한정이지만 이도류 사용을 위한 플레이어의 수집욕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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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플레이가 필요한 신체개조 시스템
로봇대전 스타일로 말하자면 기체개조/무기개조라 할 수 있는 신체개조는 인터미션이나 캐러반에서 수행할 수 있는데. 캐릭터 육성을 위한 신(神)체회로를 열어 회로 내에 4가지 능력치의 패널을 열고 그 곳에 능력치 패널을 체스처럼 올려 능력치를 성장시킨다. 이것 뿐이라면 별 것 아니지만 일단 열어 놓은 능력치 패널에 갓 에너지를 물 흐르듯이 흐르게 하여 지나간 패널의 능력치와 에너지가 흘러간 갓 에너지의 끝에 놓여진 강화성배의 능력치가 상승하게 된다. 흐르는 방향과 위치에 따라 캐릭터의 특성, 강화성배에 해당하는 장비 아이템의 능력치 상승이 결정되어 던전을 클리어한 후 신체개조 화면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다행히 갓 에너지 방향 바꾸는 아이템은 한 번 구입하면 무제한으로 쓸 수 있어 한가지 능력치만 비약적으로 늘리는 것도, 골고루 키우는 것도 가능하다. 초반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후반부에 신체회로를 등한시하다간 고층 던전에서 비약적으로 레벨이 뻥튀기 된 보스들에게 일격사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갓 에너지원은 패널 활성화에 따라 개수가 늘어나 원하는 능력치와 장비를 골고루 강화할 수 있다. 주인공인 신 뿐 아니라 동행하는 천사들 역시 신체회로, 강화성배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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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아이템마다 비주얼 표시
일반적으로 장비한 무기만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다른 SRPG들과 달리 카미파라는 장비 머리, 양손, 다리, 확장 등 5가지 장비 개개의 그래픽이 던전 내에서 모두 표시된다. 장비품을 착용하면 캐릭터의 얼굴 및 신체 일부가 아이템 그래픽으로 가려지기도 하는데, 인어, 참치,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로 익숙한 자쿠나 니혼이치의 명물 캐릭터 프리니 등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효율 장비를 중시한 플레이뿐만 아니라 아니라 외모를 중시한 플레이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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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재미는 2주차부터
1회를 클리어한 후 엔딩이 끝나면 바로 2주차가 시작된다. 2주차에서는 스토리 진행과 상관 없이 처음부터 기존 스토리에서 이미 죽은 캐릭터 및 모든 천사와 동행할 수 있으며 서바이벌 등 숨겨진 던전이 개방되고 아이템, 소지금 제한도 풀린다. 2주차부터는 모든 이벤트가 스킵되어 게임의 흐름이 던전 진행으로 간략화 되고, 스토리 진행보다는 플레이어의 수집욕이나 캐릭터 성장, 숨겨진 던전 클리어, 숨겨진 캐릭터 입수 등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디스가이아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니혼이치 식 파고들기 요소를 더욱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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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죽음의 대가
카미파라에서 전투의 핵심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던전 내에서 동행 천사가 사망해도 그다지 큰 손해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 도중 주인공이 사망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창고에 보관하지 않은 모든 아이템이 소멸되며 소지금이 반으로 깎여버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용 기술은 장비 아이템에 의존하며, 전투중 금전 수입은 대부분 장비 개조에 들이게 된다. 이들을 몽땅 잃었을 때의 그 허망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1주차 때야 5층마다, 10층마다 세이브 포인트가 등장하고 장비 등을 잃어도 크게 아깝지 않지만, 진정한 시작이라 할 수 있는 2주차 상급던전 100층 이상에서 눕기라도 하면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지금을 보관하는 은행을 지원한다던지 사망하더라도 사망하기 전 성장한 캐릭터의 전체 레벨은 저장되도록 해주는 등의 지원을 해 주지만, 재산의 대부분을 쏟아 부은 아이템의 소멸은 ‘한 번 사망하면 처음부터 다시 키워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너무나 가혹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로그라이크 게임에서는 10층마다 등장하는 캐러반에서 세이브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카미파라는 캐러반에서 다른 모든 것은 다 할 수 있어도 세이브만은 지원하지 않는다. 캐러반에서라도 세이브를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이런 비극적인 비명은 지르지 않아도 될 텐데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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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가 이기는 던전
카미파라는 그래픽은 아기자기하지만, 결코 만만한 난이도의 게임은 아니다. 아이템마다 부착된 스킬들의 범위와 속성을 숙지해야 하며, 때로는 현재 가지고 있는 아이템의 스킬 하나만으로 목숨을 부지해야만 하는 상황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러나 빠른 템포의 게임 진행과 직관적인 시스템, 죽어도 결코 게임오버까지는 이르지 않는 구성은 실패해도 다시 던전에 도전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한 고비를 넘기고 플레이어를 반기는 다양한 파고들기 콘텐츠는 그런 도전정신을 더욱 자극한다.

카미파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라이트노벨 스타일의 간편한 스토리, 반복 플레이를 염두에 둔 수많은 콘텐츠 등 게임을 오래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최대한의 요소를 두루 갖춘 게임이다. 2주차에서만 플레이 할 수 있는 던전 등 숨겨진 콘텐츠들을 소비하는데 만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오래간만에 진득하니 몰입할 수 있는 SRPG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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