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동아 놈놈놈] 디아블로3 편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게임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 수 천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줄을 서고, 밤샘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일 줄 알았다. 아이패드 이야기냐고? 아니. 디아블로3의 이야기다. 지난해 5월 15일에 출시된 이 게임은 출시 이전부터 꾸준한 화제를 모으더니, 출시일에도 기어코 이야깃거리를 잔뜩 만들었다. 수천 명이 몰려들면서 왕십리는 ‘헬십리’가 됐다.

출시 이후에도 디아블로3는 한동안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자들에게 작년 한해를 통틀어 디아블로3처럼 고마웠던 게임도 없었지 싶다. 출시 전, 출시 당일, 출시 이후까지 기사거리가 뿜어져 나왔다. 소재고갈을 염려할 이유가 없었다. 그만큼 디아블로3는 ‘뜨거운 게임’이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1편부터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고, 디아블로3 역시 이러한 시리즈의 특징을 완전히 갈아엎은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싶은 게임이다. 소위 말하는 ‘명작’ 반열에 오른 게임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명작’이라 해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점이 단점보다 명확하며, 그 단점조차 미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점만 나열하기도 벅찬데 굳이 단점을 부각시키는 행동은 일반적인 범주에서는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자칫 ‘튀어보려고 괜히 트집잡는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으니 이러한 게임의 단점을 언급하는 것은 그다지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다.

김한준 기자(이하 한준): 그래서 단점을 짚어보려고.
김형근 기자(이하 형근): 왜 하필이면 지금 이 시점에서 디아블로3를 지적하겠다는 거야?
조영준 기자(이하 영준): 반골기질 뽐내시는 겁니까?

한준: 난 반골이 아니다. 마이너 감성이 투철한거지. 그리고 게임 출시 1주년을 앞두고 디아블로3 확장팩에 대한 떡밥도 슬슬 나오고 있는 와중에 ‘이런게 불편했다’라는 걸 짚어보자는 거야. 막연히 재미있었다고 말하기에 아쉬운 점이 없던 게임은 아니니까.

영준: 조금 전에 왜 하필이면 디아블로3를 지적하냐는 말에 답은 하셨지만... 굳이 게임을 깔 필요가 있을까요?
한준: 난 반골이니까 괜찮아
형근: 아니 좀 전에는 반골이 아니라더니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_-;

<그래픽: 세세한 묘사가 일품 vs 시리즈의 분위기와는 다소 맞지 않는 색감>
한준: 난 사실 디아블로3의 그래픽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 모델링이나 광원효과 이런 점을 떠나서 분위기 자체가 디아블로 시리즈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생각해.
영준: 어떤 점에서 말입니까?
한준: 디아블로 시리즈는 원래 던전 속으로 들어가서 펼치는 일종의 모험활극이란 말이지. 게임의 세계관도 어두운 데다가, 지형적 배경도 어두워서 게임의 분위기가 시종일간 암울해. 진짜로 ‘딥 다크’한 게임이야. 하지만 디아블로3의 분위기는 기존보다는 밝아. 실외를 배경으로 하는 진행되는 구간이 많다지만 그래도 밝은 편이야. 광원효과를 살리려다보니 느낌이 미묘하게 변한 거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어.
영준: 모니터 너무 밝게 해 놓고 쓰시는 거 같은데요.
한준: 아니거든?

형근: 난 그래도 디아블로3의 그래픽을 꽤 좋게 평가하는데?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세부적인 묘사가 아주 인상적이야. 캐릭터 특성에 맞게 모션은 다양하게 그려졌고 동작과 동작의 연결도 자연스럽지. 오브젝트의 세부 묘사도 뛰어나서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거 살펴보면서 재미있게 했어. 풀을 지나가면 풀이 흔들리고, 타격 방식에 따라 몬스터들의 리액션도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말이지.

영준: 아이템이 다양해서 게임 캐릭터를 자신만의 아바타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인 거 같습니다. 아이템 종류가 워낙에 다양하다 보니 이것저것 입혀보는 재미도 있구요.
형근: 뭐 실제로 인형놀이 하는 기분으로 이런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있으니까 말이지.

한준: 오브젝트의 세부적인 묘사가 뛰어나다는 것은 나도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게임 분위기는 유지하면서 이러한 세밀함을 보여줬으면 더욱 몰입도가 높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야. 사실 내가 갖고 있는 디아블로3의 그래픽에 대한 불만은 캐릭터 디자인이나 아이템 디자인 같은 것에 있지 않아. 어디까지나 ‘분위기를 얼마나 살렸냐’에 대한 불만인 것이지.

영준: 쌓인 게 많으셨군요;
한준: 실제로 디아블로3 출시 이후에 나와 같은 이야기 하는 사람들 제법 많았어. 다뤄지지가 않았던 거 뿐이지. 개인적으로는 보스 몬스터가 주는 압박감이 전혀 없었다는 게 너무 아쉬워. 각 액트의 긴장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인데 ‘어? 보스 나왔네? 해치우자!’ 는 느낌 밖에는 못 받았거든.
형근: 이런 류의 게임이 그동안 제법 많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적응해서 그런 건 아닐까?
한준: 디아블로1에서 부처(Butcher)가 ‘음~ 후레쉬 밑~~’ 이러면서 등장할 때의 포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아쉬울 수 밖에 없어. 진짜 그때 난 “저놈이 나를 육회를 쳐서 먹으려는가보다!”하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사운드: 솔직히 사운드 부분은 불만 없지? vs ‘비전력이 부조카당~’ 무시하니?>
형근: 뭐 그래픽이야 취향차이라고 해도 좋을 이야기였던 거 같은데. 사운드는 솔직히 비판할 거 없지? 불만있어? 텍스트를 죄다 음성 연기해주는 데다가, 한국어 더빙까지 되어 있어서 몰입도도 뛰어났거든.
영준: 그런데 전 글씨만 읽고 음성은 다 스킵했는데요.
형근: 그거야 니가 선택한 게임 진행 방식이고. 하나하나 듣는 재미가 있는 게임인 것은 확실했어. 모든 캐릭터의 대사를 다 들어야 하는 도전과제가 있을 정도로 캐릭터들의 대사와 음성에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한준: 그렇지. 음악도 좋았고 말이지. 배경이 계속해서 바뀌는데 전혀 거슬리지 않게, 하지만 존재감이 확실하게 음악이 들려오고, 멀리서 들려오는 몬스터의 울부짖음 같은 음향도 게임 몰입도를 높인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형근: 왠일로 칭찬을 다 하고 그래?

한준: 하지만 ‘여마법사’가 출동하면 어떨까?
형근: 헉!;;
영준: 비전력이...
한준: 부족하다~

영준: 네이버 검색창에 ‘비전력’만 써도 ‘비전력이 부조카당’이 추천 검색어로 뜹니다.
형근: 야! 이건 억지야 억지!; 다른 캐릭터들 음성은 다 괜찮잖아!
한준: 다른 건 다 인정한다니까? 다만 ‘여마법사’ 음성이 옥의 티였다는 말이지. 난 가뜩이나 이 게임의 분위기에 아쉬움이 많은 사람인데 갑자기 저렇게 앙탈 부리는 귀요미가 나와서야 게임에 몰입이 되겠어?
영준: 그래도 형근기자 말도 일리가 있는 거 같은데요. 저 대사 하나만 갖고 게임의 한국어 음성 수준을 운운하기엔 워낙에 음성 퀄리티가 높지 않습니까?

한준: 저 대사 하나만 갖고 하는 말은 아니야. 한국어 음성의 수준이 높은 건 인정하지만 설정과는 다소 맞지 않는 번역도 있었거든. 이것도 ‘여마법사’ 이야기인데. ‘여마법사’로 대량학살을 하면 캐릭터가 ‘스승님이 이걸 봤어야 하는데...’라고 아쉬운 듯이 말하지?
형근: 그게 뭐 어때서?

한준: 저 대사가 설정이나 소설을 보면 ‘여마법사’가 스승이 이렇게 성장한 자신을 미처 보지 못 한것이 아쉽다는 투로 말한 게 아니거든. 내 이런 모습을 왜 진작에 몰라줬냐는 자만이 가득한 뉘앙스였어. ‘도도한 독거미부인’을 ‘순정파 귀요미’로 바꿔놓은 셈이지. 세계관하고 일치하지도 않아.

<게임성: 다양성을 지닌 파밍 지양적 게임이다 vs 다양하지도 않고 파밍 지향적 게임이다>

한준: 이런저런 불만을 이야기했지만 가장 큰 불만은 이거야. 출시 이전에는 게임이 더욱 자유롭고, 아이템 파밍 이외에도 즐길거리가 많다고 했지만 실상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 디아블로2의 출시 이후 10년이 흐르면서 세상은 많이 달라지고, 게임계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는데, 새로운 외투를 걸쳤지만 알맹이는 2000년대 초반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는거야.

형근: 디아블로3가 솔로잉에 중점을 둔 게임인 것은 동감. 파티 플레이를 지원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즐길 때와 게임 양상이 크게 다르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아이템 파밍에만 중점을 둔 게임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 도전과제도 제법 많이 갖추고 있고, 정복자 레벨을 도입해서 게이머들의 도전욕구를 자극하고 있기도 하니까 말이지.

한준: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를 출시하면서 공공연히 언급한 것이 ‘현금 경매장’의 도입이야. 국내에는 현금거래 기능이 제외되고 단순이 아이템을 쉽게 게임 내에서 거래할 수 있는 장터 역할만 할 수 있도록 구현됐지만 말야.
영준: 디아블로3 경매장 시스템 굉장히 편리하지 않습니까? 사고 싶은 아이템의 시세도 바로 파악할 수 있고, 내가 팔고 싶은 아이템도 즉각적으로 경매장에 올릴 수 있어서 편의성 하나는 갑이던데요.

한준: 누가 지금 경매장 시스템이 불편하다 그랬냐. 맞아. 경매장 시스템은 진짜 잘 만들었어. 버그가 있긴 했지만 지금은 다 수정된 상황이고. 그런데 경매장은 기본적으로 아이템 거래를 위해 만든 시스템이야. 아이템 거래를 보다 편하게 하고, 자기가 얻지 못 하는 아이템을 얻거나, 필요 없는 아이템을 팔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 것이라고.

아이템의 가치를 블리자드 측에서 인정해 준 셈인데, 이런 상황이면 사람들이 더 아이템 파밍에 열을 올리지. 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비싼 아이템 = 돈’인데?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아이템 파밍을 더 하게 만들었구만. 아이템 파밍 이외에도 다른 즐길거리를 마련한 건 사실이지만, 내가 보기엔 파밍을 더 강조했다고 밖에는 안 보여. ‘파밍하는 자에겐 복이 있나니 작정하고 아이템 파밍을 해라’는 느낌이야.

그리고 정작 경매장 시스템이 게임 플레이에 해를 끼치고 있는 측면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 하지는 않고 경매장을 쳐다보면서 ‘이베이’ 하듯이, 주식 하듯이 시세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영준: 파밍을 하더라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선 괜찮지 않습니까? 스킬트리가 정해져 있는 디아블로2보다는 레벨에 맞게 스킬이 언락되고 이들 스킬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서 캐릭터를 좀 더 다양하게 육성할 수 있으니까요.
형근: 그래. 정형화된 패턴을 피할 수 있도록 한 좋은 시도였어.

한준: 의도는 그랬지. 의도는. 너희들도 디아블로3 해봤을테니 한 번 물어볼게 그럼. 게임 하면서 스킬 막 상황에 맞게 바꿔가면서 게임 진행했어? 특히 지옥, 불지옥 난이도에서도? 장담하건데 절대 아니었을걸? 좀 더 빠르게 적을 도륙하고 쓸어담기 위해서 가장 효율이 좋은 스킬만 계속해서 쓰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어. 블리자드의 시도 자체가 먹혀들지 않았다는 것이지. 실제로 초반에는 버려지는 스킬도 무지하게 많았고. 더군다나 아이템 파밍을 더 많이 해야 내 캐릭터가 강해지고, 게이머 자신도 이득을 보는 구조를 지닌 게임인데 성능이 떨어지는 스킬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잖아.

더군다나 블리자드가 이러한 ‘스킬 쏠림’ 현상에 기름을 부었지. 게임 난이도가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지자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네팔렘 버프’를 추가했지. 사냥 난이도도 낮추고 파밍도 쉽게 할 수 있는 건 좋았는데... 스킬을 바꾸면 ‘네팔렘 버프’가 사라지게 해 둔 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플레이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 스킬을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스킬을 바꿔가며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불이익을 준 행태는 이해할 수가 없어. 스스로 내세운 가치를 자기 손으로 뒤집은 거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마무리: 재미있는 게임. 딱 거기까지>
영준: 서버 이야기는 왜 안 하십니까?
한준: 그동안 서버 관련해서는 두들겨 맞을 거 다 맞은 게임인데 뭘 또 언급을 하냐. 더 이상 비판했다가는 비인륜적이라고 인권위에서 지적할라.
형근: 서버는 이제 문제 없잖아. 서버 확충도 충분히 했고 말야.
한준: 서버는 확충이 됐고, 게임을 충분히 한 사람들은 이미 게임 플레이를 중지했으니... 이런 상황에서 서버가 또 다운될 일은 없겠지 당연히.
영준: 한준선배는 그럼 디아블로3가 재미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까?

한준: 아까도 말했지만 난 이 게임 재미있게 했다니까? 앞뒤가 딱딱 맞아 떨어지던 디아블로1과 2의 스토리에 비해 3의 스토리는 좀 뜬금없이 흘러가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래도 적들을 우르르 쓸어버리는 특유의 호쾌함은 여전해서 재미있게 즐겼어. 다만 저런 아쉬운 점들이 남아있기에 아쉽다는 이야기지. 굳이 말하자면 재미는 있지만 전작들처럼 ‘명작’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 한 게임이라는 생각이야.

솔직히 디아블로3 이전과 이후의 블리자드의 이미지는 너무나 많이 달라졌어. 그만큼 이 게임에 실망을 느낀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해. PvP 시스템도 호언장담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뒤늦게 추가됐고.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로 돈은 충분히 벌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만큼의 이미지 손실을 받았다고 봐도 무관할 것 같다.

- 디아블로3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1996년에 개발해 게임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3번째 작품. 핵&슬래쉬 장르를 개척한 게임의 최신버전답게 진일보한 시스템과 새로운 시도를 선보여 게이머들의 찬사를 받았지만, 2012년 5월 15일에 발매된 이후 몇 달에 걸쳐서버 문제와 각종 버그로 인해 뭇매를 동시에 맞은 전력도 지니고 있다. 현재 확장팩에 대한 기대치가 시장에 무르익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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