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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민의 게임 히스토리] 최초의 JRPG는?

조광민

1974년 롤플레잉 게임(RPG) '던전앤드래곤'(Dungeons and Dragons / D&D)이 등장한 이후 D&D의 복잡한 룰을 컴퓨터를 통해 플레이할 수 있도록 구현된 다양한 게임이 세상에 선보여졌다.(이와 관련된 정보는 게임 히스토리 지난 기사(http://game.donga.com/69749/)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출시되기 시작한 '울티마'(Ultima), '위자드리'(Wizardry) 등의 게임은 컴퓨터 RPG의 기틀을 확립한 것은 물론 일본의 게임 시장에도 큰 영향력을 보였고 이후 일본에서도 일본식 RPG가(JRPG) 등장하기에 이른다.

JRPG는 기존의 RPG가 게이머가 선택을 통해 자유로운 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게임이 구성된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JRPG는 하나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서 주인공을 강력하게 키우고 악을 무찌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소년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방식의 스토리 전개다. 최근에야 JRPG와 서양의 RPG의 경계가 붕괴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같은 RPG임에도 JRPG가 걸어온 길과 서양의 RPG(WRPG)는 그 모습이 달랐기에 이를 확인해 볼 필요는 있다.

JRPG의 등장도 서양의 RPG 등장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서양이 전쟁 게임에서 TRPG로 TRPG에서 컴퓨터 RPG(CRPG)로 발전해간 모습과는 조금 달리 TRPG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콘솔 기반의 JRPG의 모습으로 발전해 갔다. 198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보드 게임 형식의 전쟁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주로 반다이나 츠쿠다 하비 등의 회사에서 게임을 선보여왔으며, 이쯤 일본에서 개발한 최초의 RPG가 등장한다.

일본 최초의 RPG 스타트렉

1983년 츠쿠다 하비는 타마 유타카씨가 디자인한 RPG 'Enterprise: Role Play Game in Star Trek'을 출시했다. 타마 유타카는 초기 일본 게임 업계의 선구자 같은 역할을 해온 사람으로, 게이오 대학 재학 시절 HQ 시뮬레이션 게임 클럽을 창립한 멤버였다. 그는 다양한 게임 관련 텍스트의 저자이자 번역자 역할을 했지만, 1997년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디자인한 'Enterprise: Role Play Game in Star Trek'은 기존의 전쟁 게임에서 게이머가 조작하는 군단이나 전차, 전투기 같은 가상의 유닛을 개인으로 바꾸고 가상의 캐릭터를 부여해 역할을 맡아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게임의 룰 북은 20페이지로 구성됐으며 대부분 텍스트로 채워졌다. 13페이지로 구성된 어드벤처 북은 4페이지의 지도를 포함했으며, 글씨를 쓰고 지울 수 있는 재질로 코팅된 15장의 캐릭터 카드가 따로 제공돼 앞면에는 캐릭터의 사진이 뒷면에는 캐릭터의 상태를 적을 수 있는 부분이 마련됐다.

드래곤 퀘스트1 패밀리컴퓨터용 스크린샷

이 게임은 서양에도 크게 알려지지 않았고, TRPG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JRPG의 모습은 아니지만 최초의 일본산 RPG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JRPG의 틀은 언제 처음 갖춰졌을까? 일반적으로는 JRPG의 시초로 에닉스에서 출시한 '드래곤 퀘스트'를 꼽는다.

물론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 앞서 1984년 11월 팔콤에서 선보인 '드래곤 슬레이어'나 같은해 12월 T&E SOFT에서 출시한 '하이그리드'등의 PC-8801용 RPG가 존재하지만 액션 RPG의 모습에 가깝기 때문에 흔히 생각하는 JRPG의 시초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1986년 5월 닌텐도의 패밀리 컴퓨터용으로 출시된 '드래곤 퀘스트'는 '울티마' 시리즈의 위에서 바라보는 시점의 화면과 텍스트로 전투를 설명해주는 '위자드리'의 전투 등 CRPG의 특징을 하나로 합쳐 현재의 JRPG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난이도가 높은 D&D룰을 따르는 서양의 RPG에 비해 룰을 최대한 간소화했기 때문에 비해 게임을 플레이 하기에 수월한 모습을 보였다.

'드래곤 퀘스트'는 출시 이전 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소년 점프에 '드래곤 퀘스트'의 메인 디렉터인 호리이 유지의 개발 소식들이 실렸고, 이는 나중에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드래곤볼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와의 인연으로도 이어진다. 1986년 세상의 빛을 본 '드래곤 퀘스트'는 출시 이후 단숨에 150만 장 이상을 팔아 치우며 최초의 밀리언셀러 RPG로 등극한다.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드래곤 퀘스트'이지만 서양에서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자유도가 높은 서양의 RPG에 비해 일방통행에 가까운 구조는 서양의 게이머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고, 게다가 '드래곤 퀘스트'라는 이름의 TRPG가 존재해 '드래곤 워리어'라는 타이틀로 선보여졌다.

게임은 용사 한 명이 등장해 세상을 구해 나간다는 스토리로 진행되며, 게이머가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는 용사 한 명으로 제한됐다. 또한,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 방식이 레벨을 올리는 것이 최우선이며, 저장 방식도 배터리 세이브 방식이 아니라 패스워드 입력 방식으로 구성됐기에 현재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역사적인 게임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당시 '드래곤 퀘스트'가 얼마나 대단한 게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일화가 있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와 함께 JRPG의 양대 산맥 중 하나로 불리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알리는 첫 작품을 개발한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드래곤 퀘스트'를 여러 번 플레이하고 '파이널 판타지' 개발에 임했다는 것은 이미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다.

드래곤퀘스트10 이미지

1986년 첫 출시 이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온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메인 시리즈만 10작품, 리메이크 버전이나 외전의 형식을 빌린 게임까지 더하면 30여 작품에 달하며, 현재도 게이머들과 함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가고 있다.

다음 시간에는 최초의 RPG와 JRPG에 이어 우리나라를 온라인게임의 강국으로 만든 MMORPG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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