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애니팡2 편

지난 2013년은 국내 게임업계가 예년에 비해 비교적 잠잠했던 한해였다. 굵직한 이슈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예년에 비하면 어딘가 모르게 '심심했던' 한해가 아니었나 싶은 2013년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내가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고. 그리고 올해 게임시장은 연초부터 크게 술렁이고 있다. 마치 잠잠했던 2013년 게임시장의 기억을 지우려는 듯이. 이런 소란스러움이 기쁜 소식에 기인한 것이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 하다는 것이 유감스럽지만 말이다.

지난 1월 14일에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선데이토즈의 애니팡2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니팡2는 출시와 동시에 강렬한 표절의혹을 사고 있다. 선데이토즈 측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모습이지만, 정작 게임을 접한 게이머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 하고 있는 상반된 입장이 드러나고 있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올해 첫 놈놈놈이자 시즌2를 맞이한 첫 놈놈놈의 주제는 애니팡2 되겠습니다. 이 코너 초창기에 애니팡을 다룬 적이 있으니, 오랜만에 선데이토즈 게임을 다시 한 번 다루겠네. 뭐. 좋은 말을 할 부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좋은 말을 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니구요? 그런데 언제 시즌2가 된 겁니까. 이거 시즌제였어요?;

까는 놈: 아니. 시즌제로 구성할 생각은 없었는데...; 김형근 기자가 적을 옮기게 되는 바람에 맴버 구성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거든 -_-; 이럴 때 가져다 붙이기 가장 좋은 핑계가 ‘시즌제’ 아닌가 싶어서;;; 그리고 나 결혼도 했잖냐. 내 인생의 시즌2도 시작 됐으니까 뭐 겸사겸사...;

편드는 놈: 결혼 이야기는 왜 갖다 붙혀요;; 그리고 회사 이야기 이렇게 다 해도 됩니까;;
까는 놈: 네가 물어 봤잖아!!!;

모르는 놈(조광민 기자): 제 소개는 언제 합니까?
까는 놈: 부천 사는 조광민 기자입니다. 됐지?

애니팡2 스크린샷
애니팡2 스크린샷

<비슷하다고 해서 다 표절인가? VS 쉴드도 바뀐 점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쳐주지>
말리는 놈: 저에 대해서 소개할 게 ‘부천 산다는 것’ 말고는 없나요.
까는 놈: 남자 기자의 개인 신상에 대해서 독자들은 그다지 큰 관심이 없어. 할 말도 많은데 네 얘기는 넘어가자.

편드는 놈: 그나저나 애니팡2가 이렇게 문제가 되는 이유가 뭡니까? 이해가 잘 안 가는데... 그냥 인기 게임의 후속작이 나왔다는 것 정도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건가요?
까는 놈: 게임은 해 봤냐?
편드는 놈: 발매일에 바로 다운로드 받았죠. 아무래도 공전의 성공을 거둔 게임의 후속작이니까요. 사전 이벤트에 참가한 70만 명도 그런 이유로 신청한 거 아니겠습니까.

까는 놈: 뭐 전작과의 연계점은 전혀 찾아볼 수 없긴 하다만, 일단 이름과 넘버링이 그러하니 후속작이라고 치자.

보통 후속작은 전작을 개선하거나, 전작의 장점을 이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애니팡2는 그렇지가 않지. 닮아야 할 전작은 안 닮고 엉뚱한 작품을 닮아거든. 킹닷컴의 캔디크러시사가 말이지.

말리는 놈: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양심크러시사가’ 혹은 ‘캔디크러시짜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더군요.

편드는 놈: 그런데 애니팡2가 그 정도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닮았나요? 사실 이런 류의 퍼즐게임은 상당히 많잖습니까. 같은 블록을 몇 개 이상 연이어 줄지어 놓으면 연쇄효과가 일어나고, 배열에 따라 특수 블록이 생기는 장르는 보편적이라고 봐도 좋을 거 같아요.

까는 놈: 네 말마따나. 그런 방식의 게임은 이제 완전히 장르로 정립이 됐지. 하지만 눈치 때문인지,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발전하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다른 게임과는 조금씩 다른 점을 배치하고는 해.

게임의 룰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아도, 게임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특수블록이나 특정 아이템, 함정 아이템을 새롭게 창조하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야. 하지만 게이머들이 애니팡2에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은 애니팡2에서 새로운 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월드맵 구성과 각 레벨에서 자신이 기록한 점수에 따라 별점이 정해지는 것 같은 스토리텔링 요소가 도입된 것은 물론 그 기법까지 똑같아. 게임을 방해하는 방해블록의 종류와 역할도 너무나 비슷하지.

애니팡2 스크린샷
애니팡2 스크린샷

편드는 놈: 그래도 선데이토즈 측에서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지 않습니까. 애니팡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면서 전작과의 연계성도 염두에 두고 있구요.

까는 놈: 표절 논란에 휘말린 가수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 봤어? ‘장르의 유사성이다’, ‘오마쥬다’라고 둘러대기나 하지. 그리고 법적으로 문제될 게 당연히 없지. 현행법에는 표절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으니까. 유권해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주장이 가능하다고. 바꿔 말하면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해서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만 주장하고 있다는 해석도 돼.

<카카오톡은 뭐 했나? VS 카카오톡이 이런 것도 해야 하나?>
모르는 놈: 개발이야 할 수 있겠죠. 사실 아마추어 개발자들도 모작을 하는 경우는 많으니까요.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이런 논란의 여지가 가득한 게임이 시장에 출시가 됐다는 거 아닐까요.

편드는 놈: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출시한 거 아니겠어요?
까는 놈: 물론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출시를 하긴 했지만 그 판단은 카카오가 한 게 아니라는 것이 함정이지. 카카오 측에서는 개발사인 선데이토즈 측이 검토를 했고 그 결과에 따라 출시를 결정했다고 하더라고.

야구판에서 한때 ‘믿음의 야구’가 유행하더니, 이젠 게임 비즈니스에서는 ‘믿음의 출시’가 대세가 되는 거야? 어떻게 자신들이 출시하는 게임에 문제 여부를 개발사에게 전적으로 맡길 수 있어? 만약 실제 문제가 있는 게임을 개발사가 허위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하면, 그 게임도 출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 플랫폼 홀더로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거라고 보여 이건.

또 “법적으로 플랫폼 홀더가 그런 일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편드는 놈: 하지만 카카오가 실제로 그런 일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카카오는 퍼블리셔가 아니라 플랫폼 홀더잖아요. 말 그대로 물건을 팔 수 있는 땅을 제공해 주는 곳인데, 자신의 땅에서 어떤 물건이 팔리는지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까는 놈: 솔직히 말해서. 난 관련 법은 잘 몰라. 하지만 다른 플랫폼 홀더의 행태와 비교는 할 수 있지. 구글도, 애플도. 자신들의 오픈마켓에서 팔려나가는 게임들에 대해서 사전 검토 작업을 꼼꼼하게 해. 국내 이통3사의 오픈마켓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카카오는 왜 개발사의 말만 듣고 출시를 했을까?

더군다나 카카오 내에는 애니팡2 표절논란의 원인이 된 캔디크러시사가가 이미 서비스 중에 있어.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 보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지점, 대리점을 설립하면서 기존 업주들의 상권보호를 안 해주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

카카오 게임하기에 캔디크러시 사가가 출시된 건 작년 9월이야. 반 년도 안 지난 게임의 카피캣 의혹이 있는 게임의 출시를 허락해 준 셈이라고. 가뜩이나 카카오가 자사 플랫폼에 출시된 게임들의 상권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번에 그런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셈이라고.

애니팡2 스크린샷
애니팡2 스크린샷

<엄연한 사업 전략이다 VS 기둥뿌리 뽑는 짓이겠지>
모르는 놈: 이미 검증 받고 성공한 게임을 벤치마킹 하는 건 사업자 입장에선 안정적인 전략이긴 합니다.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니까요 투자자와 사업자들은.

편드는 놈: 지극히 안정적인 사업 전략이죠. 애니팡의 성공을 통해 갖추고 있는 유저풀을 활용한다면 애니팡2도 시장에 충분히 안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까는 놈: 그렇지. 사전 이벤트에 70만 명이나 몰려든 것만 봐도 ‘애니팡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사례야.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둘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이 게임이 실패할 확률은 지극히 낮아. 이번 표절 논란으로 이슈가 되면서 이름이 더 널리 알려지기도 했고 말이야.

문제는 이 게임이 성공하게 되면 자칫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모럴 해저드’가 생길 수 있다는 거야. 가뜩이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는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 표절 논란에 시달리는 게임이 성공을 거둘 경우는 ‘표절이니 뭐니 해도 돈은 벌 수 있구나’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다고.

실제로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이번 애니팡2의 표절 논란 때문에 창작 의욕이 꺾였다고 토로하는 개발자들이 적지 않아. 창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기운 빠질만한 일이니 그들이 저러는 것도 이해가 가.

게다가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기획력, 기술력 발전이 저하될 수 밖에 없어. 쓰지 않는 칼은 녹이 스는 것처럼, 기획과 개발자의 두뇌도 멈추는 순간 퇴보하게 되니까.

전체적인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수준이 퇴보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건 내 억측일까? 사업 성공? 좋지. 중요해. 하지만 기둥뿌리를 뽑아서 거둔 성공이 얼마나 의미가 있어?

투자자, 사업자들이 문제없다고 말하는 게 정말로 애니팡2의 표절 논란 사태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게 될까? 그 사람들은 국내 게임 시장이 무너지면 다른 투자처를 찾아 떠나면 되는 사람들이라고.

편드는 놈: 그런데 말입니다. 한준 선배... 오늘 대사가 혼자만 너무 많습니다 -_-;
말리는 놈: 전 오늘이 데뷔전인데...

까는 놈: 뭐! 뭐! 그럼 너희들도 의견 많이 내면 되잖냐! 혼자 말 많이 하는 건 어디 쉬운 건 줄 아냐!
편드는 놈: 그것도 그렇지만... 사실 이번 건은 편을 들 것이 별로 없네요;
말리는 놈: ...말리고 싶지도 않고 말이죠.

<애니팡2는?>
국민게임 호칭을 얻은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가 애니팡2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출시한 퍼즐 모바일게임. 매치3 퍼즐의 룰을 따르고 있는 게임이기에 상당히 친숙하게 즐길 수 있다. 애니팡의 동물 캐릭터들을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영국의 개발사인 킹닷컴이 개발한 캔디크러시사가를 즐긴 이들이라면 '더욱 친숙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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