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편

넥슨이 각 프로젝트별로 산재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자 지난 2007년부터 사내 행사로 시작된 자발적인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NDC)에 대한 소개다.

2007년 처음 시작할 당시에 33개 세션이 전부였던 소규모 행사였지만, 이후 매년 꾸준히 세션을 확대해 현재는 200여 명에 달하는 발표자들이 100~150여 개의 세션을 진행하기에 이를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다...라고 NDC 홈페이지에 설명이 나와있다.

사실이다. NDC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지식 공유의 장이 됐다. 넥슨과 넥슨 관계사 직원들은 물론 게임업계와 게임업계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행사가 컨퍼런스가 된 것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NDC가 개최됐다. 'Checkpoin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게임기획, 프로그래밍, 비주얼아트&사운드, 프로덕션, 사업마케팅&경영관리, 커리어, 인디게임 등 다양한 부문에 걸친 세션이 마련됐다.

ndc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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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이번에는 NDC 사상 최초로 넥슨 본사 사옥에서 진행됐지. 그동안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네. 판교… 게임동아가 자리한 신도림에서는 멀고도 먼 땅이지.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그 먼 곳에서 진행됐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한 거 보면, NDC의 위상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네요. 게다가 날씨까지 더웠는데 말이죠.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판교 지역에 게임사가 많이 밀집해 있으니, 업계인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지 모릅니다. 투덜거리는 건 우리들 밖에 없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한준 선배는 툭하면 투덜거리기만 하니까, 선배가 투덜거리는 건 이제는 그냥 ‘저 사람 천성이겠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까는 놈: 뭐? 너 지금 넥슨 편드냐? 넌 내가 중요해 넥슨이 중요해?
편드는 놈: 넥슨이요. 왜 당연한 걸 물어보고 그래요.
말리는 놈: 여기 자기가 자기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까는 놈: 내 편은 하나도 없구만 -_- 내 얘기 해봐야 뭐하나. NDC 이야기나 하자. 이번 NDC에서 뭐가 가장 기억에 남던?

편드는 놈: 김용하 PD가 강연한 모에론이요.
말리는 놈: …아니 뭐. 나쁜 강연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니까 느낌이 묘하네요.

ndc 2014 모에론
ndc 2014 모에론

까는 놈: ‘나는 오덕입니다’라고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편드는 놈: 강연 소재가 재미있었어요. 듣고나서는 ‘이걸 어떻게 기사로 옮겨야하나’하는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굉장히 추상적인 소재를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다음에 그것을 분석한 시도 그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강연 이후에 네티즌들 반응도 뜨거웠잖아요.

기술을 전달하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흥미롭게 들을 수 있으면서 대중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강연이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네요. 보통 컨퍼런스라고 하면 딱딱하고 경직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잖습니까.

말리는 놈: 역시 빵빵한 강연자들의 면모도 빼놓을 순 없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길남 박사, 넥슨의 박지원 신임 대표와 넥슨 저팬의 오웬 마호니 대표, 엑스엘 게임즈의 송재경 대표, 엔도어즈의 김태곤 PD, 택티컬 커맨더스로 강연을 펼친 정상원 부사장, 야생의 땅: 듀랑고를 개발 중인 이은석 디렉터까지 한 번에 만나볼 수 있었으니까요.

NDC 14
NDC 14

편드는 놈: 전길남 박사를 제외하면 현재 국내 게임업계에서 모두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네요.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까 강연자 면면이 빼어나긴 하네요.

까는 놈: 이런 형태의 컨퍼런스가 가진 매력이자 장점이지. 유명인들의 경험과 지식을 직접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 말야.

그런데 송재경 대표는 강연 이름이 ‘MMORPG Checkpoints – What’s Next’로 MMORPG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것 같았는데, 막상 강연은 문명 온라인을 소개하는 자리여서 좀 의아하긴 했다 -_-; 작년이었나 재작년에는 아키에이지만 소개하고 갔던 것 같은데;;

편드는 놈: 본인 스스로도 인정한 부분이잖아요. 이거 준비하는 데 제법 고생해야 하는데, 강연자 측도 얻어가는 게 있어야죠. 저는 솔직해서 좋던데요.

까는 놈: 청중도 얻어가는 게 있어야지;; 하여간에 좀 아쉬웠어. 국내 MMORPG 초석을 다진 인물의 노하우나 날카로운 분석 같은 걸 듣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말이야. ‘콘솔의 미래는 없다’는 분석이 있긴 했지만, ‘아니면 말고’ 식이었으니 -_-;

ndc14 송재경
ndc14 송재경

편드는 놈: 콘솔에 대한 견해는 송재경 대표 개인의 의견이니까 그에 대해 비판할 필요는 없지요.
까는 놈: 개인의 의견이라기 보다는 ‘난 콘솔에 관심이 없다’는 느낌마저 받았으니 하는 소리지 -_-; 개인의 의견이야 얼마든지 존중할 수 있지만 자칫 무책임해 보일 수 있잖아.

말리는 놈: NDC 전반적으로는 배워갈 것이 많지 않았습니까? 프로그래밍, 서버 관리처럼 기사화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부분도 많았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으면서 자신의 현재 상황과 비교하면서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세션도 많았구요.

까는 놈: 확실히 횟수가 진행될수록 현업 종사자들의 노하우가 본격적으로 전수되고 있는 것 같아. 김태곤 PD 같은 경우는 영웅의 군단의 사례를 들어서 모바일게임 개발 단계에서 다양한 수준의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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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시 김정주 회장과 넥슨과 넥슨 저팬의 박지원, 오웬 마호니 대표가 자리했던 첫 날의 강연. ‘게임 회사 CEO의 역할’이 가장 기억에 남네.

편드는 놈: 넥슨 경영진을 우대하기 위한 정치적인 발언 같습니다.
말리는 놈: 소인배의 마음가짐과 행보를 보이시네요.

까는 놈: ‘이렇게 칭찬하면 저 잘 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좋게 봐줄지도 몰라. 헤헤헤’ 하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_-; 아니. 그런 걸 떠나서 정말 인상적이었다니까?

근래에 우리끼리 이런 이야기 했잖아. 시장에서도 많은 이야기고. 넥슨이 성공작은 꾸준히 내고 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신규 IP를 내기보다는 기존의 게임을 답습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이야기 말이야. 이에 대해 넥슨이 자신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는 의미가 있어.

김정주 회장도 강연 중에 대놓고 물어봤잖아. '우리는 인수합병만 하고 개발은 안 합니까?' 라고 말이야. 넥슨 스스로도 자신들이 보여 온 최근 몇년 사이의 이러한 행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해. 그리고 이에 대한 개선 의지도 보였고 말이야.

그래서 굉장히 흥미롭다는 거야. 어떤 달라진 행보를 보일 것인지 말야. 변화와 투자의 성과는 곧장 드러나지 않아. 때문에 분기마다 실적을 발표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것을 공론화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변화를 위한 투자를 거듭하는 와중에 수치로 드러다는 단기적인 실적이 자칫 하락할 수도 있거든.

말리는 놈: 요컨데 이번 NDC에서 넥슨이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향후 거취에 대한 실루엣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컨퍼런스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네요.

까는 놈: 여기에 하나 더 말하자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는 것도 너무 반가웠어. 돈 잘 버는 음악보다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대중의 평가가 좋고,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처럼. 돈이 되는 게임보다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이들에게 게이머들은 마음을 열기 마련이니까.

나는 저 이야기가 너무 반가웠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이야. 기자가 아니라 한 명의 게이머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동안 게임업계가 재미보다는 너무 돈만 추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거든. 너무 듣고 싶었던 말이었는지는 몰라도 눈물이 찔끔 나더라. 아 그리고 인상적인 거 하나 더 있다.

편드는 놈: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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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는 놈: 강연할 때 보니까 김정주 회장 마이크 잡고 있는 팔뚝이 불뚝불뚝한 게 되게 두꺼워졌더라. 전완근하고 삼두근 갈라지는 거 보고 놀랐어;; 운동 열심히 하나 봐. 여름도 다가오는데 ‘국내 게임업계 몸짱 대표들’ 이라는 기사를 써볼까...

말리는 놈: '기레기' 소리 들을 일 있어요?! 그리고 기자라는 양반이 취재는 안 하고 팔뚝은 왜 쳐다보고 앉았어요!!
편드는 놈: 편집장님이 이 사실을 알면 ‘취재를 보내놨더니 팔뚝만 쳐다보고 왔냐’고 하실지도 모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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