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한국과 반대로 돌아가는 유럽, 북미의 게임산업 육성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4부: 세계가 바라보는 게임]
7화. 한국과 반대로 돌아가는 유럽, 북미의 게임산업 육성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은 게임사업을 하기 가장 어려운 환경이다”

각종 규제법안으로 국내 게임시장이 술렁일 당시 남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CEO 마이크 모하임의 발언이다. 해외 업체의 입장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본 국내 게임산업 현황에 대한 일침일 것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한국 게임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외 요인으로는 외산 게임의 강력한 공습과 중국 시장의 급성장, 국내 요인으로는 각종 규제법안에 억눌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상황이다. 이 중에서도 시행 중이거나, 입법이 시도 되고 있는 다양한 규제법안은 해외기업과 경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강력한 게임규제 움직임은 국내에서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해외의 각 나라들은 자국의 게임산업을 장려하고 육성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의 움직임과는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라 하겠다.

북미게임
북미게임

게임하면 떠오르는 가장 거대한 시장이라면 단연 북미시장이다. 북미의 게임산업은 리먼 쇼크 이후 급격하게 위축됐지만, 2010년부터는 다시 한 번 성장세를 타고 있다. 지난 5년간 평균 5.1%의 성장세를 보였고, 향후 몇 년 동안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비디오게임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스마트폰 게임시장과 온라인게임 시장의 성장이 더해져 연평균 5.6%의 성장을 거둘 것으로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BIS 월드는 전망했다.

미국은 게임산업 정책에 대한 특징은 자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임을 정부정책을 시행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는 있다. 미국의 스템(STEM) 정책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스템은 학생들이 게임을 제작하고 플레이하면서 성취욕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이런 성취욕을 학업으로 옮겨가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스페인이 게임산업에 대해 강력한 육성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2009년에스페인 정부는 비디오게임을 문화산업의 일부로 인정했으며, 이 시기부터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눈여겨 볼 것은 게임산업을 지원하는 특정 부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처가 금융, 해외진출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에서 다양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게임을 원인으로 꼽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시도 덕분에 미국의 게임에 대한 인식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실리콘밸리에서는 게임 개발자들이 벤처캐피털의 주요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스페인국기
스페인국기

스페인 문화부는 2013년부터 230만 유로(한화 약 31억 원)을 투입해 비디오게임을 포함한 온라인 문화 콘텐츠의 수요 확충을 위한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콘텐츠 산업의 기반을 닦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또한 산업에너지 관광부는 2010~2015년 사이에 비디오게임을 포함한 각종 IT 관련 민간사업 프로젝트에 1억 6,500만 유로(한화 약 2215억 원)를 투입했으며, 이중 게임 산업에만 3,850만 유로(한화 약 517억 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다. 이 예산은 10만 유로(한화 약 1억 3천 5백만 원) 이상의 개발비가 들어가는 프로젝트에 보조금 10%, EU 기준금리(0.592%)가 적용되는 금융 융자 비용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스페인 대외무역청에서는 비디오게임 지원부서를 새롭게 만들어 관련 업체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기도 하다.

폴란드에서도 게임 시장이 역동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비디오게임과 PC게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외국기업의 투자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폴란드의 게임시장 규모는 유럽 2위권 수준으로 평가되며, 이 때문에 많은 게임사들이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로서 폴란드를 주목하고 있다. 또한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최근에는 게임산업에서 대형 기업의 아웃소싱을 수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소셜게임에 특화된 개발팀이 구성되는 등 해외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해외 게임업체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임에 따라 조만간 폴란드와 한국 게임사들이 접촉하고 성과를 거두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오브클랜

핀란드는 스마트폰 게임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인 노키아가 몰락한 이후 핀란드의 IT 산업이 스마트폰 하드웨어 산업에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으며 덕분에 2013년에 헬싱키에서 열린 슬러시 컨퍼런스는 2012년에 비해 3배가 커진 규모로 마무리 됐다.

이런 성과는 핀란드 정부가 대대적으로 펼친 게임산업 육성정책의 결과물이다. 핀란드 정부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500만 유로(한화 약 470억 원)을 투입했으며, 이러한 투자의 결과로 노키아 몰락 이후 우려를 샀던 인재들의 해외 이탈을 막을 수 있었다.

유럽 게임시장에서 눈 여겨 볼 국가로는 독일도 빼놓을 수 없다. 독일에는 300개의 게임 개발사가 존재하며, 독일 게임산업협회(BIU)는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과 성장에 대한 기대로 게임산업 종사자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바이에른, 라인-메인, 함부르크와 베를린 지역에서는 게임에 대한 추가적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특히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지역은 주의 핵심 산업이었던 광산업이 쇠퇴기를 맞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게임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걸고 해외 게임사들을 유치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게임에 대해 강력한 심의 정책을 펼치는 나라라는 점이다. 오히려 폭력성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깐깐한 심의규정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임에도 게임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국내산업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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