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하나로 도시를 좌지우지! 와치독스

이원태 lwtgo@hanmail.net

2012년 E3에서 공개된 영상 하나로 최대 기대작에 등극했던 와치독스가 발매됐다. 당시 보여준 영상에서는 주인공이 거리를 배회하면서 해킹을 통해 주변사람들의 정보를 살펴보고, 차를 탈취한 뒤 경찰차와 헬기의 추격전 끝에 유유히 차고를 해킹으로 열고 들어가 시동을 끄고 몸을 숨기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기존에 없었던 혁신적인 게임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오픈월드 게임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최상의 그래픽 퀄리티를 보여주며, 차세대 콘솔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게임세상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높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발매가 점점 다가오면서 공개되는 스크린샷들이 E3 데모퀄리티와 큰 차이를 보이며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논란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량을 올리고 있는 와치독스! 과연 어떤 재미를 가지고 있을지 리뷰를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와치독스 스크린샷
와치독스 스크린샷

E3 데모 퀄리티에는 못 미치지만 괜찮은 그래픽
와치독스가 그토록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이유는 바로 2012년 E3 데모퀄리티에 비해서 점점 수준이 낮아지는 그래픽 때문이었다. E3에 공개됐던 데모에서는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도시나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이고 바닥에 바람에 의해서 일어나는 작은 현상인 먼지가 휘날리거나 작은 잎사귀가 흩날리는 모습, 야간에는 사실적인 빛의 효과까지 정말 차세대기는 대단하다는 인상을 주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발매가 가까워지면서 이전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그래픽을 선보였고 차세대기에서 풀HD(1080P)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팬이 전부 안티로 돌아섰다.

와치독스 스크린샷
와치독스 스크린샷

분명 E3데모와는 확실히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PS4용이 PS3용 GTA5와 비교되는 식으로 굴욕을 당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대낮을 배경으로 했을 때는 곳곳에 디테일이 꽤 떨어지는 부분이 많이 보이고 실제로 너무 하다 싶은 장소들이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깔끔한 그래픽이고 특히 밤 배경이 됐을 경우에는 예전 E3에서 보여준 모습이 생각날 정도로 스타일리시 한 화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와치독스에서 주목할 점은 게임 속에서 재구성한 미국 시카고의 모습이 매우 사실적인 부분이다. 아마 시카고의 경치를 눈에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거리의 모습을 통해서 와치독스가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다.(관련해서 실제 시카고와 와치독스 속 모습을 비교한 영상도 있으니 찾아봐도 재미있을 것이다) 물론 그래픽 퀄리티 저하는 엄청난 기대감을 심어주고 결국은 뒷통수를 친 꼴이니 무조건 용서할 수 없는 짓이나 이전 세대에 비해서 충분히 아름다운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와치독스 스크린샷
와치독스 스크린샷

해킹은 버튼 하나면 만사 OK
와치독스의 메인 컨셉은 해킹이다. 어디서든 전자기기들을 찾아볼 수 있고, 그 모든 것을 해킹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곳을 배경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덕분에 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등을 조작하기도 하고 보안시스템에 접근해서 잠긴 문을 열거나 카메라를 활용해서 다양한 상황을 살핀다. 이 밖에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하여 장난을 치기도 하고 계좌를 해킹하여 돈을 빼내기도 한다. 이렇듯 해킹의 요소가 게임에 접목되어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계속된다. 덕분에 첫인상은 해킹으로 도대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게임의 전체를 보면 사실 해킹으로 할 수 있는 요소들은 한정이 돼 있고 전체적으로 반복적인 패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이 무뎌지는 것이 아쉽다. 추격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해킹은 신호등, 교량, 차단봉, 헬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전부 버튼 하나를 이용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종류는 다양해도 결국은 단순한 액션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보안시스템에 접근해서 락을 푸는 퍼즐은 꽤 괜찮은 느낌이었다. 어쌔신 크리드에서 비슷한 형태의 퍼즐을 자주 활용했었는데 와치독스에서 잘 활용해서 규칙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이 넘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실제로 해킹이 이렇게 쉽지는 않겠지만 스타트 지점에서 골까지 센서를 열어주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규칙으로 다양한 패턴을 준비했고, 후반으로 갈수록 시간제한의 개념이 더해지면서 꽤나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와치독스 스크린샷
와치독스 스크린샷

재미있는 것은 해킹을 이용한 부분이 잠입 뿐 아니라 전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총격전이 벌어 졌을 때 주변환경을 살펴보면 변압기나 차단막, 리프트 등이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을 활용하면 변압기를 터뜨려 중무장한 적을 쓰러트린다거나 차단막을 올려서 엄폐물을 만들고 적이 숨었을 때는 차단막을 해제시켜 무방비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스킬을 배울 수 있게 되는데 해킹능력을 키우면 적의 무전을 저지하거나 이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대규모 정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버튼 하나로 너무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서 상황은 급변하는 반면 컨트롤의 재미는 좀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누구나 쉽게 해킹을 이용해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볼 수 있는 점은 또 장점이기도 하니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 하다.

와치독스 스크린샷
와치독스 스크린샷

GTA와 비교하기엔 모자라나 입문으로는 충분하다.
오픈월드형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얼마나 다양한 재미요소를 게임 속에서 즐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오픈월드형 게임에서 전설로 군림하고 있는 GTA시리즈도 다양한 즐길거리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와치독스도 오픈월드형 게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양한 즐길거리와 서브미션을 담으려고 노력은 했다. 하지만 GTA급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기본적인 메인 스토리 외에 즐길 수 있는 서브미션은 있지만 그 외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은 GTA에 비해서 한참 못 미친다. 몇 개의 미니게임들이 있고 모든 사람 해킹하기, 노래 모으기 같은 수집의 요소도 있지만 실제로 즐긴다고 할만한 요소가 부족하다. 예를 들면 GTA는 자동차 외에도 비행기를 탈 수 있는데 와치독스는 일단 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미니게임에서 거미형 로봇을 조종한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긴 있다)

와치독스 스크린샷
와치독스 스크린샷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하는 게임인 만큼 그래픽 외에도 얼마만큼 다양한 즐길거리를 담고 있을까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와치독스를 어쌔신 크리드 1에 비교하기도 한다. 어쌔신 크리드는 게임초반에 큰 기대를 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반복된 미션에 지루함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와치독스 역시 큰 기대에 비해서는 즐길 콘텐츠가 좀 모자란 느낌이 든다. 특히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만들었던 UBI이고 그 동안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그 기대치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었는데 결론적으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래도 좀 편안한 마음으로 스토리나 미션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진행이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듯 하다.

와치독스 스크린샷
와치독스 스크린샷

긴장감 넘치는 온라인 해킹
와치독스를 즐기면서 가장 즐거운 요소를 하나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플레이어간의 온라인해킹 요소이다. 큰 반항이 없이 그저 플레이어에게 무너져야만 하는 다른 NPC들과는 달리 플레이어는 그 입장 자체가 다르다. 덕분에 해킹을 하는 사람이든 당하는 사람이든 서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숨바꼭질을 할 때 자신이 숨은 장소에 술래가 다가왔을 때의 그 긴장감... 그리고 술래가 발견하지 못하고 끝났을 때의 성취감이 와치독스의 플레이어 해킹에서 잘 구현돼 있다. 게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해킹을 당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그 해킹의 진원지 주변을 수색하게 되는데 수많은 NPC 속에서 해킹하고 있는 대상을 찾는 재미가 상당하다. 물론 반대의 경우는 일단 해킹을 시도해놓고 찾지 못할 것 같은 장소에 숨고 상대가 다가올 때 임기응변으로 장소를 옮기거나 주변환경을 이용해서 시야에서 벗어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가 대면했을 때의 그 살벌함!? 직접 해보게 된다면 확실히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 밖에 레이스를 다른 사람들과 즐기거나 미행, 암호해독과 같은 온라인 콘텐츠가 있으니 PSN플러스에 가입이 돼 있다면 충분히 즐겨보도록 하자. (참고로 1:1 해킹은 가입돼 있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와치독스 스크린샷
와치독스 스크린샷

캐릭터 스킬은 자유롭게 배운다.
주인공 에이든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미션을 해결할 때마다 포인트를 받게 되고 이를 통해서 스킬포인트를 입수한다. 스킬포인트를 사용해서 필요한 스킬을 배울 수 있는데 해킹, 제작, 전투와 같이 분류가 따로 있어서 자신이 특별히 약한 부분이라거나 필요한 스킬을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가 있다. RPG도 아니고 스킬포인트를 이용해서 스킬을 배우는 것이 귀찮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스킬을 하나씩 개방하면서 전략성이 늘어나는 것도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해킹관련 점수를 통해서 해방할 수 있는 스킬도 있으니 자신의 악명을 높여서 좀 더 다양한 스킬을 배워보라!

와치독스 스크린샷
와치독스 스크린샷

시작이 나쁘지는 않다.
와치독스는 발매초반부터 논란이 있긴 했지만 세계적으로 높은 판매량을 선보이면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제 UBI하면 믿고 산다는 인식이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와치독스는 꽤 괜찮은 게임이다. 특히 현재 PS4에서 즐길 게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PS4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프트라고 할 수 있다. 한글화도 됐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데 전혀 무리도 없으니 할만한 게임이 없나 찾고 있는 사람들은 부담 없이 즐길 만 한 게임이다. 여러분도 버튼 하나로 해킹의 고수가 되어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인 와치독스의 세계를 한 번 경험해보도록!

와치독스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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