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마이티 넘버9과 이나후네 케이지

게임업계가 시끌벅적하다. 다양한 신작 소식과 기대작의 발매 등 긍정적인 요인으로 시끌벅적한 면도 있지만, 반대로 그다지 좋지 않은 요인으로 인한 웅성거림도 들을 수 있다.

게이머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 다양한 악재가 있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이나후네 케이지의 이야기다. 마이티 넘버9(Mighty No.9). 그가 개발 중인 게임이 그 중심에 있다.

캡콤의 간판 타이틀이었던 록맨 시리즈는 언젠가부터 팬들이 원하는 형태의 신작이 나오지 않고 있었고, 캡콤에서 록맨을 개발한 경력이 있는 이나후네 케이지가 마이티 넘버9의 개발을 알리자 사람들은 이 게임을 '록맨 시리즈의 비공식적인 정규 시리즈' 정도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마이티 넘버9의 개발비를 위한 펀딩을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 펀딩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록맨 시리즈를 원하는 팬은 여전히 많이 있었고, 자신의 돈을 게임 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다.

“록맨 시리즈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데 말뿐이 아니라 진짜 행동을 보여달라”고 말한 이나후네 케이지를 향해 게이머들은 “이러면 되겠냐?”라며 행동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약 1년이 지난 지금. 마이티 넘버9과 이나후네 케이지를 향한 게이머들의 비난이 감지되고 있다. 출시도 되지 않은 게임을 향해서 말이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나도 펀딩했다.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왠일입니까. 결과를 구매하기를 원하지 가능성에 투자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이.

까는 놈: '팬심'이라고 할까. '빠심'이라고 할까. 록맨 시리즈를 내 인생 최고의 게임으로 꼽는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 록맨의 아버지가 개발하는 게임에 투자를 하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지.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얼마나 펀딩했는데요?

까는 놈: 150달러.
말리는 놈: 저한테도 그렇게 돈 좀 써보시죠?
까는 놈: 거절한다. 이건 '죽은 록맨의 혼을 이어가줘요' 하는 요청이자 '신작을 개발해줘서 고마워요'하는 감사표현이야. 그리고 '어서 게임을 내 손에 쥐어줘!' 하는 기대감의 표현이기도 하고.

말리는 놈: 선배 같은 사람이 굉장히 많았죠. 작년 8월 31일에 킥스타터 펀딩이 시작됐는데 3일만에 목표액인 90만 달러가 모인 것을 보면요. 결국 킥스타터에서 진행되는 마이티 넘버9 펀딩에는 최종적으로 400만 달러가 넘는 돈이 모였어요.

마이티넘버9
마이티넘버9

까는 놈: 내 지분이 0.00375%나 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대주주가 된 느낌이다.
편드는 놈: 태평양에 빠진 꿀벌이 '내가 이 바다를 꿀바다로 만들겠어!' 라고 하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말리는 놈: 새우깡에도 새우 함유량이 8% 씩이나 된다는데… 그런데 그렇게 관심을 받은 게임이 왜 1년 만에 비난을 받고 있습니까.

까는 놈: 톡 까놓고 말해서. 자꾸 돈 내놓으라고 그래서 그래. 제일 처음에 목표 금액이 90만 달러였고, 최종적으로 400만 달러가 모였음에도 이나후네 케이지는 다시 한 번 펀딩을 시작해. 아니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지. 영어와 일본어 음성을 더빙하기 위해 20만 달러를 추가 펀딩했거든.

거기에 더해서 신규 라이벌 캐릭터 '레이'의 DLC를 추가한다고 펀딩을 새로 시작했는데… 이건 이거대로 문제가 됐어.

편드는 놈: 하지만 추가 펀딩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 아닌가요? 최초 펀딩에서 목표보다 많은 금액이 모이기는 했지만, 그만큼 게임의 볼륨도 늘어났고 출시되는 플랫폼도 엄청나게 다양해졌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PC버전으로만 개발될 예정이었는데 PS3, Xbox360, Wii U, PS4, Xbox One, PS비타, 3DS까지 최근 시판되고 있는 대부분의 플랫폼으로 게임이 나오니까요.

여기에 모드도 추가되고 스테이지도 추가되고, 온라인 배틀 레이스 모드까지 추가됐구요. 당초에 이 모든 것을 90만 달러에 하겠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90만 달러 이상의 돈이 모인만큼 더 많은 걸 선보이겠다고 말했으니 '당초 목표보다 돈 더 모아놓고 왜 자꾸 펀딩을 하냐'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어요.

이나후네 케이지도 “90만 달러로는 스테이지 6개 정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구요. 시작부터 작은 볼륨으로 기획된 게임이라니까요?

까는 놈: 하지만 본편이 출시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DLC 운운하면서 펀딩을 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아. 더군다나 최근 비디오게임 시장에는 무분별한 DLC 판매 때문에 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고 말야. 게다가 신규 캐릭터가 너무 '진겟타로보'와 닮았다는 지적도 있더라. 뭐 나는 '그냥 제로에다가 망토만 입힌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긴 하다만.

마이티넘버9
마이티넘버9

말리는 놈: 뭐 펀딩을 얼마를 하건 간에 일단 게임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게임의 퀄리티를 올리다 보면 예상보다 개발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경우도 흔하구요.

까는 놈: 그렇지. 게임만 잘 나오면 사실 이런 불만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하지만 게임이 잘 나올 것 같지 않다는 분위기까지 나돌아. 최근 공개된 게임의 테스트 버전을 보면 게임이 영 심심하게 보이거든.

우선은 그래픽이야. 킥스타터 펀딩 당시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2D를 보는 듯한 3D 모델링을 확인할 수 있는데, 테스트 버전에서는 초창기 횡스크롤 3D 액션게임을 보는 것 같은 캐릭터가 떡하니 등장하거든. 소개팅에 나갔는데 주선자가 줬던 사진과 닮은 것 같은 느낌만 가진 상대가 나왔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랄까?

말리는 놈: 뭐… 게임의 구성 요소가 그래픽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록맨 시리즈도 그래픽이 좋아서 인기가 있던 게임은 아니지 않습니까.

까는 놈: 록맨은 당시 플랫폼 성능 생각하면 제법 좋은 그래픽이었거든? 뭐 그건 넘어가고. 게임성도 영 심심하다는 게 문제. 록맨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는 꽉 짜여진 스테이지 디자인과 다양한 개성이 넘치는 보스전인데 그런 긴장감이 느껴지지가 않다는 게 마이티 넘버9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장이야.

편드는 놈: 개발 중인 버전이니까 그런거죠.
까는 놈: 나도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이나후네 케이지가 최근 KGC 2014에 와서 뭐라고 했는 줄 아냐? “내년 봄에 발매될 예정이고, 거의 다 완성됐다”고 말했어. 게임이 크게 달라질 일은 없다는 것이지. 물론 맵 디자인이나 오브젝트 배치를 다르게 해서 게임이 풍성하게 보이게 할 여지는 충분하긴 해.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 게임 진행과 구성을 독특하게 만들기는 워낙 어려우니 맵 디자인만 잘 해도 게임이 완전히 달라보이긴 하니까.

말리는 놈: 기대가 너무 커서 상대적으로 게임이 부족하게 보이는 걸 수도 있습니다.
까는 놈: 뭐 그렇지. 애초에 인디게임 개발 수준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갑자기 덩치가 몇 배 이상은 커진 셈이니… 90만 달러에 6개의 보스가 등장하는 PC용 인디게임이 대부분의 플랫폼으로 나오는 원작 시리즈 이상의 볼륨을 지닌 게임이 될 입장이 됐으니까.

뭐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여론이 워낙 악화된 상태라 어지간한 상태로 나와서는 뭇매를 맞을 거야. 제작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어쩌겠어. 원래 내 돈 들어가면 더 깐깐하게 보게 되는 법인 걸.

편드는 놈: 특히 선배처럼 돈 쓴 거에 생색 잘 내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까는 놈: 그런데 어째 너희들. 마이티 넘버9과 이나후네 케이지는 편들면서 나는 왜 디스하는거야? 남자 나이가 30대 중반을 향해 가면 디스에 민감해 진다니까? 막 상처받고 그런다니까?

말리는 놈: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왜 맨날 다른 사람들 디스하고 그럽니까. 아예 '놈놈놈' 기사에서도 역할이 까는 놈이면 말 다했지 -_-;;

까는 놈: ...이나후네 케이지도 이런 반응들을 보고 이러고 있는 거 아닐까?
편드는 놈: 뭐라구요?
까는 놈: '나를 욕하던가. 아니면 그리워 하던가'. 게임 잘 뽑아서 '나 씹던 놈들 이 다 빠지게 해버릴꺼야!' 라고 다짐할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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