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히스토리] 위아래로 흔들리는 그녀들의 격투게임 DOA -1부
‘잡혀간 공주를 되찾기 위한 용사의 모험’, ‘언제나 옆에서 주인공을 기다려주는 일편단심 히로인’ 그리고 ‘공략해야 하는 이성’에 이르기까지 게임에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이른바 ‘여캐’의 모습은 시대와 장르에 따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더욱이 ‘인간의 욕망을 담은 거울’이라 불리는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 중 상당수는 지켜주고 아껴주고 싶거나 성적 매력이 충만한 남성의 판타지를 담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
이러한 남성의 판타지를 노골적으로 담은 여성 캐릭터와 대전격투를 접목한 게임이 있다. 지난 2월 17 최신작 ‘데드 오어 얼라이브 5: 라스트 라운드’를 통해 다시 게이머들에게 돌아온 테크모의 대전격투 시리즈 ‘Dead or Alive’ (이하 DOA)가 그 주인공이다.
‘싸우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모토로 등장한 ‘DOA’는 철권, 버추어파이터와 함께 3D 격투 게임의 3대 산맥으로 불리는 테크모의 유명 게임 시리즈다. 특히, 서로 주먹을 치고 받는 다른 격투 게임에 반해 특유의 오묘한 ‘홀드 콤보’와 상하 좌우를 넘나들며 맵 전체를 사용하는 스테이지 구성 등 뛰어난 시스템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 유난히 돋보이는 신체를 가진 여성 캐릭터와 수 많은 코스튬 패키지 판매로 인해 ‘여캐나 감상하는 게임’ 혹은 ‘영화로 등장한 게임’ 정도로만 인식하는 게이머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DOA는 많이 이들이 말하는 ‘야겜’에 대전격투의 탈을 쓴 작품에 불과한 것일까? 지금부터 한번 알아보자.
DOA는 테크모 산하의 개발 스튜디오 Team Ninja(‘팀 닌자’)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이타가키 토모노부’의 손에서 시작된다. 국내 게이머들에게 ‘이빨까기’라는 별명으로 알려질 정도로 각종 독설과 도발을 일삼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테크모의 수뇌부와 격렬한 의견 충돌을 일으켰고, 결국 ‘팀닌자’에서 개발하는 새로운 게임의 성공에 대해 ‘내기’를 하기에 이른다.
자신의 경력을 담보로 개발에 매진하던 ‘이타가키’는 섹시 코드를 듬뿍 담은 여성캐릭터를 주연으로 한 대전격투 게임을 개발해 냈고, 새로운 게임의 타이틀을 ‘성공 혹은 실패’라는 극단적인 뜻을 담은 ‘Dead or Alive’로 결정해 1996년 그 첫 번째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는다.
세가의 3D 아케이드 기판 MODEL2(모델2)로 발매된 DOA는 방어와 반격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디펜시브 홀드’, 상대의 공격을 넘기며 공격을 이어가는 ‘오펜시브 홀드’ 등의 ‘홀드 시스템’과 링 외부로 떨어질 경우 캐릭터가 튕겨 콤보를 이어갈 수 있는 ‘데이저존’과 같은 참신한 시스템을 다수 선보여 대전격투 게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여기에 최신 기종을 통해 개발된 수려한 그래픽까지 여러모로 참신한 게임 시스템으로 무장한 DOA였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게임 시스템도, 스토리도 아닌 여성 캐릭터에 적용된 ‘바스트모핑’(여성의 가슴이 흔들리는 장면이나 연출을 표현한 기법)이었다.
90년대 중반은 이미 스트리트파이터, 버추어파이터, 철권, 킹오브파이터즈 등 수 많은 대전격투 게임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더욱이 신규 게임 이었던 DOA에 대한 관심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때문에 DOA는 게임성보다는 ‘바스트모핑’과 속옷 노출도 불사하는 여성 캐릭터의 과감한 움직임이 큰 화제에 올라 남성 게이머라면 한번씩 오락실에서 흘깃흘깃 훔쳐보는 게임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1년이 지난 1997년 당시 최고의 기술을 지닌 세가의 지원 속에 깔끔한 그래픽과 수 많은 캐릭터 코스튬 등을 담은 세가 세턴 버전을 선보여 많은 판매고를 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세턴 버전에 수록된 캐릭터 코스튬에 대한 선정성 논란이 가속화 되었고, 당시 게임으로써는 파격적인 캐릭터들의 움직임(조금만 움직여도 속옷이 보이는 등) 덕에 ‘게임성 보다는 보는 것에 치중한 게임’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붙기도 했다.
이후 PS버전을 다시 아케이드 버전으로 옮긴 ‘DOA++’를 출시해 새로운 실험을 마친 ‘이타가키’는 1999년 당시 최고의 아케이드 기판으로 꼽히던 NAOMI(나오미)를 통해 ‘DOA2’를 발매한다. ‘DOA2’는 전작보다 확실하게 향상된 그래픽과 꺾기, 잡기, 던지기 등의 다양한 모션이 추가된 것을 비롯해 태그 시스템과 같이 게임 곳곳이 업그레이드 된 상태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중에서도 배경을 뚫고 옆으로 이동하는 것은 물론, 상대를 밀어낼 경우 아래로 떨어지는 ‘고저차’를 도입한 스테이지는 당시 대전격투 마니아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으며, 이는 향후 많은 3D 격투게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오펜시브 홀더’를 삭제하고 ‘디펜시브 홀드’에 대대적인 변경이 이루어졌으며, 버튼으로 가드를 할 수 있는 등 게이머간의 심리전이 강조된 DOA 특유의 게임플레이를 확립하기에 이른다. ‘사실상 DOA 시리즈는 2편에서 완성됐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대전격투 게임의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DOA2’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IMF의 여파를 정통으로 겪고 있던 국내 게임 시장에서 상당한 금액을 자랑한 ‘나오미’ 기판은 소수의 게임장에서만 운영되었고, 이마저도 당시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철권 태그토너먼트’에 집중되어 있어, ‘DOA2’를 접한 게이머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렇듯 국내에서 그 인지도를 쌓아가지 못한 DOA 시리즈였지만 2002년 Xbox 진영으로 등장한 ‘DOA3’는 국내 게이머들에게 큰 화제로 떠오르게 된다. 2000년대 들어 라이벌인 세가마저 붕괴시키며 PS2 천하를 만들던 소니에 맞선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게임기 Xbox를 개발 중이었지만 게임 타이틀 부재에 고심했고, 이에 DOA 시리즈를 독점으로 참전시키는데 성공한다.
PS2를 상회하는 성능을 지닌 Xbox의 기능을 십분 활용한 ‘DOA3’는 Xbox 출시와 함께 발매되었고, 대전격투 게임 사상 최고의 그래픽을 통해 구현된 고퀄리티 코스튬, 보다 다양해진 캐릭터, 더욱 부드러워진 모션, 공중 잡기 등의 새로운 시스템까지 그야말로 Xbox를 구매한 게이머라면 필수로 구매해야 할 타이틀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게이머들의 호평 또한 이어져 ‘DOA3’는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며 아시아, 북미, 유럽을 막론하고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은 타이틀이기도 했다. 특히, 국내 게이머들에게 그 존재감을 유감없이 과시하여 ‘DOA3’를 통해 시리즈에 입문한 게이머들도 더러 있을 정도였다.
이후 ‘이타가키’는 ‘DOA2’의 리메이크 작이자 ‘온라인 대전’ 에 최적화된 ‘DOA 얼티메이트’를 선보이며 또 한번 실험에 나서게 된다. 대전격투 게임의 ‘온라인 대전’은 이전부터 시도돼 왔지만, 초 단위로 승패가 갈리는 장르의 특성상 ‘멈춤 현상’이 걸핏하면 이어져 그 가능성에 비해 아직 미숙한 시스템으로 남아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DOA의 개발진은 ‘Xbox 라이브’ 기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온라인 대전’ 기능을 선보였고, 이전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게이머들에게 제공했다. 여기에 ‘DOA2’를 단순히 리메이크한 것을 넘어 완전 새롭게 리뉴얼된 스테이지와 더욱 다양하게 변화한 ‘홀드 시스템’ 등 단순 ‘홀드’ 싸움 위주였던 기존의 게임 플레이에 새로이 심리전을 더해 더욱 진화한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DOA 얼티메이트’의 변화는 2006년 Xbox의 차세대 게임기 Xbox 360으로 발매된 ‘DOA4’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당시 최고의 해상도인 720p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60프레임을 유지하는 경악스러운 그래픽에 관절마다 다르게 움직이는 캐릭터 모션(물론 극강의 바스트모핑도 포함)까지 ‘DOA4’는 Xbox 360의 ‘테크 데모’(기기의 그래픽 성능에 집중한 소프트웨어)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또한, 불리한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홀드 시스템과 낭떠러지 밑으로 상대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벽을 부수고 이동하는 스테이지 이동까지 여러모로 박력 넘치는 구성으로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 사실. 특히, ‘DOA4’는 ‘DOA 얼티메이트’에서 한발 진화한 쾌적한 ‘온라인 대전’을 선보였는데, 이 시스템이 얼마나 대단했는가 하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든 대전격투 게임들의 비교 대상에 오르내릴 정도다.
이처럼 언제나 진화를 거듭하며 승승장구를 이어온 DOA 시리즈였지만 DOA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팀 닌자’의 프로듀서 ‘이타가키’와 테크모의 불화가 이어지면서 게임 출시가 중단되기에 이른다. 오랜 시간의 갈등 끝에 결국 ‘이타가키’와 ‘팀 닌자’의 멤버 상당수가 테크모를 퇴사하게 되고 이 빈자리를 ‘하야시 요스케’가 맡게 되면서 DOA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5년의 공백을 뒤로한 채 2011 동경게임쇼에서 최초로 공개된 ‘DOA5’는 그야말로 올해의 화제의 게임으로 꼽히기 충분했다. 더욱이 시리즈의 명맥조차 이어가지 못하던 ‘버추어파이터’의 주인공 ‘아키라’의 참전은 원작 팬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죽었던 아키라가 DOA에서 살아난 격이었으니…)
이전까지 고집해온 Xbox 진영 단독 출시가 아닌 PS3와 Xbox 360 멀티 타이틀로 발매된 ‘DOA5’는 2012년 출시 이후 확장판을 출시하는 것으로 시리즈의 방향성을 바꾸게 된다.
특히, DOA5는 이전까지 이어져 내려온 여성 캐릭터의 섹스 어필에 정점을 찍게 된다. 캐릭터가 땅에 구를 경우 옷에 흙이 묻는다던가 물에 젖으면 속살이 비치기도 하며, 캐릭터가 흘린 땀이 목덜미에 흐르는 등 그야말로 남성 게이머라면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의 표현을 선보인 것이다. 비록 이에 부담을 느낀 게이머를 위해 옵션에서 이 기능을 ON/OFF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를 OFF로 해놓은 이는 거의 없었다.
여기에 더욱 발전된 캐릭터 모델링을 통해 마치 실사 같은 여성 캐릭터를 구현해 놓은 것은 물론, 쉽고 간편한 캡처 시스템을 도입해 더욱 수위 높은 스크린샷을 개인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것도 이 게임이 ‘덕후 게임’으로 불리는데 한 몫 했다.
더욱이 새로이 ‘팀 닌자’의 프로듀서에 오른 ‘히야시 요스케’가 “파이팅 엔터테인먼트”라고 언급할 정도로 주변 사물에 의해 폭발하는 ‘데인저 존’, 기계 오작동으로 변화하는 스테이지 등 단순한 대전격투를 넘어 스테이지의 상황에 따라 전황이 바뀌는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전 시리즈의 격투 시스템은 유지한 채 더욱 볼거리, 즐길 거리를 늘린 셈이다.
이후 테크모는 ‘DOA5’를 중심으로 한 확장판 판매에 돌입한다. 2013년 9월 아케이드 이식버전이기도 한 ‘DOA5: 얼티메이트’가 발매된다. ‘DOA5: 얼티메이트’는 수영복, 웨이터, 경찰복 등 그야말로 수백 가지의 캐릭터 코스튬을 담은 다운로드 콘텐츠(DLC)를 무료 혹은 유료로 선보였다. 이를 모두 구입할 경우 PS3 본채 가격을 넘는 만만치 않은 금액을 자랑해 대전격투가 아닌 ‘여캐 옷이나 갈아 입히는 게임’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는데 일조했다.(공식 대회에서 금지된 코스튬이 절반이나 될 정도니 이들 복장이 얼마나 높은 수위인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지난 2월 17일. DOA5의 완전판으로 불리는 ‘DOA5: 라스트 라운드’가 발매됐다. ‘DOA5: 라스트 라운드’는 차세대 기기인 PS4, Xbox One 뿐만 아니라 최초로 PC로 등장해 DOA5의 완전판으로 불리며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어설픈 번역 때문에 게이머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으며, 2월~6월까지 오로지 ‘의상 DLC’만 받을 수 있는 ‘시즌패스’를 무려 ‘110,800원’(한국 PSN 기준)에 판매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의상을 판매할 것인지에 대한 비난이 벌써부터 벌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DOA5: 라스트 라운드’의 무료 코스튬은 무려 427벌, 여기에 유료인 272벌과 6월까지 판매될 유료 의상이 68벌까지로 예정되어 있으니, 앞으로 어떤 DLC를 선보일지 테크모와 ‘팀 닌자’의 움직임에 게이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록 그 특유의 선정성 덕에 '덕후 게임'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긴 하지만 오랜 시간 시리즈를 이어오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DOA 시리즈. 하지만 DOA 시리즈의 영향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DOA를 소재로 한 수 많은 외전들이 있기 때문.
이어지는 [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위아래로 흔들리는 그녀들의 격투게임 DOA -2부에서는 DOA를 소재로 한 외전 게임들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