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월급도 뽑기로 받아보지? 게이머들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공감하는 이유

[지난해에 본지에서는 50부에 이르는 장기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뤄왔다. 이후에도 본지에서는 한국 게임사들의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게임산업 위기보고서'를 비정기 연재하기로 했다]

국회 정무위원장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발의한 확률형 아이템 관련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으로 인해 또 다시 게임 업계 규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우택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회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경우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 비율, 획득확률 그리고 보상아이템의 가치 등에 대한 정보를 게임이용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 사용자들의 지나친 과소비를 줄이고 사행성 조장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법안 발의의 취지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확률형 아이템 관련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역시 산업을 위축시킬 위험이 큰 과잉 규제이며, 해외 게임과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를 주축으로 준비중인 자율규제안에 맡겨달라는 입장이다. 이미 K-IDEA는 지난해 11월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안을 발표했으며, 올해 상반기 내에 실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게임업계가 이런 준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에 대한 게이머들의 지지는 놀라울 정도다. 과거 강제적 셧다운제나 게임중독법 논란이 벌어지던 때와 달리 게이머들은 업체의 자율규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게임업계에 강한 불만과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부에서 발표한 게임관련 법안마다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게이머들이 이번 법안에 적극 찬성하는 이유는 그만큼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피해에 공감하고 있으며, 개정안 내용이 상식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현재 매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게임들 대부분이 확률형 뽑기 시스템을 주축으로 한 과금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엄청난 금액을 쓰더라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해 더 많은 금액을 쓰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몇몇 게임에서는 뽑기 아이템을 구입해서 나온 아이템을 또 다시 합성해서 다른 아이템을 얻게 되는 2중, 3중 확률형 아이템 구조를 도입한 경우도 있어 게이머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는 “게임사 직원들의 월급을 확률형 뽑기로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개정안 내용도 무작정 확률형 아이템 제도를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 비율, 획득확률 그리고 보상아이템의 가치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자는 상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비상식으로 가득했던 게임중독법이나 강제적 셧다운제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 현재 게이머들의 여론이다.

랜덤박스 이미지
랜덤박스 이미지

게임업계에서 준비하고 있는 자율 규제안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그동안 게임업계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늘어나는 매출에 취해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을 게이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지난 2008년에 이미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안을 발표하는 등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자율 규제를 얘기했지만 게임사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아 지금까지 계속 흐지부지되고 있었다.

또한, 작년 11월에 K-IDEA가 발표한 자율규제안 역시 전체이용가 게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현재 확률형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사행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게 게이머들의 입장이다.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확률은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게이머들은 이 역시 “얼마나 확률을 낮게 설정했으면 공개할 수 없다고 얘기하겠냐. 확률을 보면 결제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정도로 낮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게임사들을 비난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한 다른 국가의 대응도 눈여겨볼 만 하다. 일본은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인해 지난 2012년 확률형 아이템을 2중으로 적용한 콤푸가챠(뽑기로 얻은 아이템을 조합해 다른 아이템을 얻는 방식)를 금지했으며, 업체들 역시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현재 많은 게임사들이 진출을 노리고 있는 중국 역시 구체적인 법안을 준비한 것은 아니나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인식하고 실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장치를 넘어서 도박에 가까워지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문제의 심각성을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