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빠르게 다가오는 카카오톡의 위기..개혁을 서둘러야한다

"카카오톡 입점이요? 에이, 거기 입점할 수수료면 그냥 TV 광고를 하고 말죠."

최근 스마트폰 게임 개발사들을 만나면 이같은 얘기가 자주 나온다. 중소업체든 대형업체든 카카오톡 입점을 최대한 고려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카카오톡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만큼이나 달라질 줄이야. 황금알을 낳는 성공 도우미에서 개발사들에게 외면받는 존재로까지 인식이 변화하는데 고작 2년이라니, 변화의 속도가 놀랍다.

카카오톡
카카오톡

사실 생각해보면 카카오톡의 수수료 정책은 언제든 한계가 오는 것이 자명했다.

카카오톡이 게임업체에 해주는 것은 단 하나, 이용자들의 DB를 몰아주는 것이었다. 초창기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경우 이용자의 DB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했고, 때문에 개발사들은 카카오톡에 30%라는 비싼 수수료를 주고도 기꺼이 들어가겠다고 줄을 섰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웬만한 퍼블리셔든 중견 개발사든 이미 카카오톡 수준의 DB를 갖추어 가고 있고, 각 개발사들의 브랜드 인지도도 세져 카카오톡의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게임회사들로부터 더 큰 매출을 끌어내려고 3천만 원의 추가 마케팅 상품들을 개발하는 등 시대에 맞지 않는 행보를 해나갔다. 영향력은 급속히 떨어지면서도 돈 빼먹을 궁리만 하니 카카오톡에 대한 인식도 대거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하다 못해 해외 이용자 DB를 더 확충하거나, 혹은 지스타 게임쇼에 대규모 부스라도 열어 수많은 업체들을 지원해주기라도 했다면 지금처럼 게임업계에 '거머리'로 까지 불리우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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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시간은 흘렀고..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카카오톡이지만 이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우선 가장 강력한 아군이었던 넷마블이 카카오톡 입점을 필수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최근 넷마블에서 히트시키고 있는 '레이븐'은 하루에 10억 원 상당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카카오톡을 통하지 않았다.

넷마블 측에서는 장르에 따라 플랫폼 입점을 판단하겠다고 했지만, '몬스터 길들이기''세븐나이츠' 등과 '레이븐'의 장르적 구분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카카오톡 보이콧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개발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실제로 분석해보면 친 카카오톡 게임기업 중에서도 이미 433을 제외하고는 카카오톡 입점을 필수로 생각하는 개발사는 아무 곳도 없다.

네이버 앱스토어
네이버 앱스토어

여기에 최근 네이버의 약진 또한 카카오톡에게 큰 위협이다. '레이븐'을 성공시키는데 일조한 네이버는 게임 개발사들에게 귀를 쫑긋거리게 하는 새로운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TV 광고나 지하철 광고가 개발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갔고 일정 수준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도 카카오톡에게 악재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악재는 현실에 안주해 영향력을 확대해가지 않은 카카오톡의 안일한 대처, 그리고 더이상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신규 게임하기'를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는다는 2가지다.

다음카카오 기자간담회
다음카카오 기자간담회

그렇다면 카카오톡에게 대책은 없을까. 물론 있다. 카카오톡은 지금부터라도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확히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고 진단하며 영향력에 맞게 구조 개혁을 해나가야 한다.

첫 번째로는 수수료의 조정이 필요하다. 종전과 같이 꾸준히 30%를 받아내려면 적어도 메인을 새로 파고, 별도의 프로모션을 만들어 넣고, 기간에 맞게 꾸준히 노력하는 식으로 개발사가 만족할만한 '꾸준한'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적어도 초반에 DB를 몰아주는 동안에는 30%의 수수료를 받더라도 하는 역할이 없는 2~3개월 이후에는 기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수수료를 내리는 수수료 차등 정책도 고민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더 게임업계에서 인식이 악화될 수 밖에 없고 빠르게 고사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로는 해외 시장 등 새로운 DB의 확충이 필요하다. 이미 국내의 많은 개발사들은 카카오톡의 DB에 예전 만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때문에 해외 개척이라든지, 글로벌 진출과 관련된 묘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다른 해외의 플랫폼과의 적극적인 제휴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돈을 가져가는 만큼 국내 스마트폰 게임산업에 이바지할 것들을 찾아야 한다. 개발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들을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게임쇼 부스 지원이나 다음 배너 지원 등 개발사에게 추가 부담을 주지않고 지원 가능한 것들을 궁리해봐야 한다.

물론 카카오톡 입장에서는 이러한 '자세 낮추기'가 자존심 상하는 일로 느껴질 수 있다. 또 내부적 매출 압박 등에 의해 개혁 자체가 급진적으로 진행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카카오톡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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