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삼국지’가 아니라 ‘삼국전투기’이기 때문에 만들었다
초딩 여포, 오타쿠 유비. 기발한 캐릭터 해석과 패러디로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 최훈 작가의 인기 웹툰 삼국전투기가 모바일 게임으로 등장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위레드소프트가 개발한 동명의 모바일 게임 ‘삼국전투기’는 대형 퍼블리셔와 손을 잡지도 않고, 카카오 게임하기로 출시되지 않았으며,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삼국전투기 웹툰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져, 네이버 앱스토어와 티스토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워낙 많은 삼국지 게임이 등장하면서 삼국지 게임이라고 하면 식상하다는 편견까지 생길 정도이지만, 개성으로 똘똘 뭉친 원작 웹툰의 매력을 십분 살린 덕분에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삼국지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구나 최근 추콩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삼국지 게임에 굉장히 까다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는 중국 진출도 확정됐으니, 본고장에서 인정한 개성 있는 삼국지 게임이 된 셈이다.
“처음부터 삼국지 게임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삼국전투기이기 때문에 만들었습니다”
위레드소프트의 강지원 대표의 말에 따르면 삼국전투기가 게임화된 것은 개발진이 기획서를 들고 최훈 작가를 찾아가 설득했기 때문이다. 비중이 없는 등장인물까지 모두 캐릭터화시켰으며, 제갈량 사후까지 다룰 정도로 삼국지를 충실하게 연구하고 그린 만큼 삼국전투기가 색다른RPG를 만들기에 최적화된 아이템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삼국지 소재의 게임은 식상하다는 느낌 때문에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지만 삼국전투기 웹툰을 본 순간 기존 삼국지 게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게임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사실 최훈 작가는 삼국전투기를 게임화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예전에 다른 게임사에서 제안을 했을 때도 단번에 거절했으며, 위레드소프트의 기획서와 개발자의 열정을 보고 허락을 하긴 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강대표의 말에 따르면 게임이 완성된 뒤 플레이 소감을 물으니 게임이 완성됐다는게 가장 신기하다는 답변이 나왔을 정도다.
이정훈PD의 설명에 따르면 삼국전투기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게임 플레이 자체는 쉽게 만들었지만, 일반적인 모바일RPG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성을 담았다. 가장 큰 특징은 장수가 아닌 군단이 성장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장수마다 등장 시기에 따라 등급이 나눠져 있긴 하지만 레벨업은 할 수 없으며, 플레이를 통해 얻은 경험치는 장수가 아닌 군단을 성장시키는데 사용된다. 능력치를 올려주는 장비 아이템도, 사용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액티브 스킬도 모두 장수가 아닌 군단에 연결되어 있으며, 장수의 성장이 없기 때문에 다른 RPG에서 사용자들을 지치게 하는 강화나 합성도 없다. 대신 장수들은 등급이 높을수록 더 좋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며, 전투중에 조건이 만족되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도 더 위력적이다. 때문에 군단을 성장시켜 팀 구성 한계치를 올리고, 더 좋은 장수로 멤버를 교체하는 것이 강력해지는 방법이다. 다른 RPG와 비교하자면 군단이 캐릭터이고, 장수가 캐릭터가 착용하는 장비 같은 개념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야구TCG에서 팀을 구성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장수를 영입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무작위 뽑기가 기본이긴 하나, 영입된 장수를 활용해 다른 장수를 얻는 것은 최훈 작가가 좋아하는 야구를 활용했다. 쓸모 없는 장수를 최대 5명까지 방출하면 스카우터들이 출동해 무작위로 3명의 장수를 섭외해오며, 그중 한명을 선택해 영입 협상을 할 수 있다. 물론 방출하는 장수의 등급에 따라 스카우터들이 데려오는 장수들의 등급이 달라지며, 데려오는 장수의 등급에 따라 협상 성공 확률이 달라진다. 협상 실패가 두렵다면 아예 이적료(캐쉬)를 지급해 영입할 수도 있다. 장수의 성장 요소가 없기 때문에 그냥 버려질 수도 있는 저등급 카드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야구의 트레이드 시스템을 응용한 것이다.
“웹툰이 가진 개성을 게임에 그대로 담는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현재 플레이 하시는 분들도 그 점을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단역들까지 소홀히 넘기지 않고 캐릭터화시킨 것이 삼국전투기 웹툰의 가장 큰 매력인 만큼 게임도 웹툰의 특징을 그대로 녹여냈다. 유비만 해도 유표 밑에 휘하 장수로 있던 시절, 촉나라의 주인이 된 시절 등 등장시기에 따라 다른 특징과 등급을 가진 장수로 등장하며, 초딩으로 묘사되고 있는 여포는 반사 스킬이 장착되어 있는 등 원작의 개성을 반영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각 에피소드도 웹툰과 마찬가지로 유명 전투를 배경으로 한 챕터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 각 에피소드들을 플레이하다보면 원작을 다시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삼국전투기 게임이 출시된 이후 웹툰을 다시 1편부터 정주행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웹툰 순위가 다시 반등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관계도감이라는 요소가 있어 삼국지의 유명 고사성어나 같은 패러디로 구성된 캐릭터들을 수집하면 별도의 보상이 주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비, 관우, 장비를 모으면 ‘도원결의’ 도감이 완성되고, 웹툰에서 슬램덩크 캐릭터로 패러디된 조안민, 장소, 장굉, 여몽 등을 수집하면 ‘쌔게 덩크’ 도감이 완성되는 식이다. 강대표는 관계도감은 장수를 수집하는 재미를 위해 넣은 요소로, 이제는 역사가 흘러 웹툰에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장수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 원작팬들이 특히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네이버 앱스토어와 티스토어에만 출시되어 있고, 아직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는 출시하지 못했습니다. 추콩과 계약되면서 중국 출시 버전까지 준비해야 하다보니 다소 늦어지고 있네요”
대형 퍼블리셔가 아닌 독자 서비스를 결정했고, 카카오 게임하기로 출시한 것도 아니다보니 현재 삼국전투기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게임성 덕분에 웹툰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네이버 앱스토어 매출 6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강대표는 올해 여름 정도면 구글 플레이 버전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추콩과 준비중인 중국 버전도 열심히 준비해서 한국뿐만 아니라 삼국지의 본고장에서도 인정받는 개성있는 삼국지 게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작은 규모의 개발사가 독자 서비스를 하다보니 게임 업데이트, 혹은 서비스 종료될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앞으로 추가될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많으니 많이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