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거북한 게임업계, 연애 밀당의 법칙을 배워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게임업체들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논란이 되자 온갖 규제로 시달리고 있는 게임업계에 또다른 규제가 더해지는 것은 게임산업의 발전에 좋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게이머들의 비난이 생각보다 거세고, 자칫 손을 놓고 있다가는 정우택 의원의 규제 법안이 정식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게임산업협회가 만든 자율 규제안을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하지만, 여전히 이를 따르고 있는 업체들보다 따르지 않고 있는 업체들이 훨씬 더 많으며, 이번 자율 규제안에는 성인 등급 게임은 제외되어 있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공개한 업체들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진심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 법안이 통과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있으며, 공개한 확률 조차 못 믿겠다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 자율규제안에 참여한 게임사들은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고, 자율규제안을 시행하면 매출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지만, 아직 게이머들에게는 이런 진심이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번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현재 인기 있는 게임들 대부분이 확률형 아이템 방식으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높은 수익률 덕분에 다른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등한시 했다.

게임사들이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 모 연예인의 이름이 붙은 ㅊㄹ게임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률형 아이템 방식을 포기하기 못하는 것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온라인 게임 시절부터 이미 일반화된 확률형 아이템 판매가 이제와서 갑자기 논란이 된 것이 당황스럽겠지만, 게이머들의 비난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달콤한 수익률 때문에 눈이 멀어 “이정도는 괜찮겠지, 이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계속 무리수를 던져왔으면서, 그것의 부작용을 애써 모른척 하고 있었을 뿐이다.

산업이 나오고, 법안이 나오고 하니 이해관계가 복잡해보일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을 남녀 관계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지금의 상황을 너무나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남녀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면 자신의 시간, 돈을 투자해 상대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을 하기 마련이다. 이 와중에서 상대가 기대했던 반응을 보이면 더 열심히 투자를 하고, 잘되면 연인이라는 목표점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가 기대했던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일방적인 짝사랑이 되면 대부분 포기하기 마련이다.

현재 게임사들과 게이머들의 상황은 짝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기대감을 가지고 상대가 좋아하는 행동(결제)을 하지만, 상대방은 평소 그것을 좋아한다고 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반응(좋은 아이템)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심한 경우에는 좋아하는 행동을 여러번 반복해야만 겨우 얻을 수 있는 것(컴플리트 가챠)을 요구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프라다 한정판 가방에 까르띠에 보석을 가득 채워오면 손 잡주는 것을 고려는 해볼게”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런 상대를 끝까지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상대가 한명만 있는 것도 아니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썸관계(게임사와 이용자)를 유지하고 싶다면 상대방의 기대치가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데, 현재 게임사들의 정책은 기대치가 유지되기는커녕 자신이 호구가 됐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심지어는 운영자들이 일반적으로는 구하기 힘든 아이템으로 도배를 하고 일반인들을 농락하는 것이 발각돼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입장을 바꿔서 일반 게이머 입장이 되어본다면 그들도 폭발할만한 상황임이 분명하다.

현재 게이머들은 과거와 달리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게임을 선구매하는 크라우드 펀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확률형 아이템도 적정 수위를 지킨다면 수집의 재미요소로 받아들인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 모델에 대한 불만도 아예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확률을 알고 합리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는 것 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 정도 하면 상대방이 반응을 보여줄 것이라는 확신이 서야 투자를 할 것 아닌가! 자율규제안에 동참하는 것이 게이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귀찮은 일이 아니라, 게이머들과 썸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매너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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