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차이나조이 2015 편

지난 8월 2일. 중국을 대표하는 게임쇼 차이나조이 2015의 막이 내렸다. 개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이번 차이나조이는 중국 게임산업의 힘을 보여줬다. 이러한 차이나조이 2015를 지켜본 국내외 게임 관계자의 머리 속에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중국의 신문출판총서, 과학기술부, 국가체육총국 등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차이나조이는 현재 중국 게임시장의 모습을 한 자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의 장. 중국 게임시장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이기에 차이나조이 2015를 향한 국내 게임업계인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사실 차이나조이는 언제나 기자들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행사지.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가장 거대한 시장으로 불리는 중국 게임시장의 트랜드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니까요.
까는 놈: 그것도 그런데… 무덥기로 소문난 중국 상해의 한여름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취재라서 ‘도대체 올해는 누가 이 취재를 갈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거든.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하지만 올해는 뭐… 적어도 우리 편집부 내에서는 그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은 없었지요……
까는 놈: 그렇지. 편집부 전원이 다 갔으니까 -_-; 세상에 해외 게임쇼 취재를 편집부 전원이 다 가는 일이 생기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말리는 놈: 그래도 한준 선배는 전원이 출장 간다니까 좋아하지 않았습니까?
편드는 놈: 다 같이 가게 되면 취재도 용이하고, 혼자서 며칠 밤 새면서 기사 쓰지 않아도 되니까 덜 힘들긴 하죠. 실제로 그랬구요. 역시 혼자 보단 여럿! 숨 돌릴 틈은 가져가면서 일을 하니까 좋더라구요.

말리는 놈: 아니요. 한준 선배가 다 같이 가서 좋다고 한 이유는 그런 게 아닙니다. ‘아무래도 올해는 내가 가게 될 줄 알았는데… 나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 남들도 고생하니까 행복하다’라는 이유였어요. -_-;
까는 놈: 내 인생에서 행복을 찾기 어렵다면, 너희들의 불행 속에서 내 행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넓은 시각을 갖게 된 것 뿐이야!
편드는 놈: 사람들은 보통 그런 걸 물귀신이라고 합니다.

말리는 놈: 이러니저러니 해도 차이나조이를 다 같이 다녀왔고,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은 사실이에요. 다들 이번 출장에서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는지 한 번 말해보죠?

편드는 놈: 아무래도 저는 중국산 비디오게임들의 공식적인 데뷔 무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네요. 올해 7월에 중국이 비디오게임 시장을 전면 허용했는데, 이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다양한 중국산 비디오게임들이 차이나조이 2015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어요.

차이나조이2015_샨다게임즈부스_보더랜드온라인01
차이나조이2015_샨다게임즈부스_보더랜드온라인01

말리는 놈: 중국 문화부가 상해 자유무역구에서 만들어진 비디오게임을 중국 내 다른 지역에 판매할 수 있도록 했죠. 성장 한계치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던 세계 비디오게임 시장에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네요.

까는 놈: 몇 년 전부터 해외 유명 비디오게임 개발자들을 중국 게임사들이 거액에 스카우트 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그 소문이 사실이었나봐. 출품된 게임들의 수준이 제법 좋더라고. 그런데 게임의 수준과는 달리, 중국 비디오게임 시장이 곧바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아?

편드는 놈: 온라인, 모바일게임 시장이 이미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겠죠. 실제로 올해 내에 플레이스테이션4와 Xbox One의 중국내 예상 판매량이 그다지 높지 않기도 해요.
까는 놈: 불법복제가 워낙에 성행하는 나라라서… 소프트웨어 판매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고. 뭐…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라 이런 말 하는 것도 좀 민망하긴 하다.

말리는 놈: 가능성을 봤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둬야겠죠. 시장이 어떤 형태로 성장하고 자리잡을 것인지는 지금 상황에서는 알 수 없지만,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으니까요. 전세계 비디오게임 시장의 가장 거대한 엑스팩터가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까는 놈: 너는 뭐가 제일 흥미롭더냐. 역시 부스걸인가?
말리는 놈: 부스걸에는 그다지 관심 없습니다. 한준 선배는 저작권 인식이 높지 않다고 조금 전에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이번 차이나조이 2015에서는 IP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게임시장에서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라 제법 흥미롭더군요.

예전에는 무단으로 사용하는 일이 태반이었던 캐릭터의 정식 라이선스를 확보해서 게임에 담아내는 움직임이나, 기존에 서비스되고 있는 인기 작품의 IP 사용권을 공식적으로 활용한 게임들이 눈에 띄었어요.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보이더라구요.

차이나조이2015_텐센트부스_콜오브듀티온라인01
차이나조이2015_텐센트부스_콜오브듀티온라인01

까는 놈: 전민기적… 그러니까 뮤 오리진의 성공 이후 중국 내에서 기존 인기 IP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려오긴 했지. 차이나조이 2015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편드는 놈: 확실히 해당 캐릭터나 작품의 팬들의 관심을 그대로 이어올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죠. 특히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하나의 회사가 독주하는 형태가 아니라 마켓마다 각기 다른 경쟁양상이 펼쳐질 정도로 뜨거운 경합이 펼쳐지고 있는데, IP를 확보한다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요.

말리는 놈: 수익을 내는 데 있어 좀 더 안정적인 방식이기도 해요. 이미 전민기적이라는 성공사례가 있기도 하구요. 게다가 정식으로 IP를 확보하게 되면 무단으로 IP를 사용하는 다른 업체들에게 공식적으로 제제를 가할 수도 있어서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에서 우위에 설 수도 있습니다.

까는 놈: 좀 씁쓸한 면이 있기도 해. 콜오브듀티 온라인이나 NBA2K 온라인 같은 경우를 보면서 그런 기분이 더 들었어. 이러한 인기 IP를 온라인게임화 하는 움직임은 과거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던 모습인데… 이러한 IP 확보 경쟁에서 한국 게임시장이 중국 게임시장에게 밀려난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더라고. 게다가 이런 IP를 확보한 게임들을 중국 내에서 개발 중이라는 것도 놀랍고.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는 했나 싶더라.

나는 차이나조이 2015 현장에서 한국 게임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 B2C 부스에 참가한 업체들의 무대에서는 부스걸들이 춤을 추는 배경음악으로 한국 가요가 나오고 있었지만, 정작 한국 게임은 찾아보기 어려웠거든.

말리는 놈: 어? 선배도 차이나조이 취재를 하긴 한 모양이군요. 만두만 먹고 다니는 줄 알았더니만...
까는 놈: 일하러 갔는데 일을 해야지! 아무렴 취재를 안 했겠냐?! 물론 만두는 먹고 다녔지만...

편드는 놈: 남들은 중국 가면 음식 입에 안 맞아서 고생한다는 경우도 꽤 많은데... 선배는 참 잘도 먹고 다니더만요.
까는 놈: 2010년 첫 중국 출장에서 불가사리 꼬치를 먹으면서 돌아다닌 이후로 중국 음식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진지 오래다.

말리는 놈: 그 정도면 중국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수준인데요.

차이나조이 퍼펙트월드 부스
차이나조이 퍼펙트월드 부스

편드는 놈: 차이나조이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확실히 이전에 비해서 한국 게임의 수가 줄어들기는 했어요.
말리는 놈: 애초에 중국에서 열리는 중국 게임쇼니까 중국 게임들이 위주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합니다만.

까는 놈: 차이나조이가 예전에는 뭐 한국 게임쇼였냐? 예나 지금이나 중국 게임쇼지만, 과거에는 한국 게임들이 화제를 만들었고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고. 하지만 올해는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졌어. 당장 B2B 부스에서도 한국 게임을 사겠다고 찾아오는 이들보다는 한국 게임의 IP를 확보하는데 더 중점을 둔 업체들이 많이 보였고. 물론 시장 상황이 바뀌었으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려는 중국 게임사들의 입장도 있겠지만… 이러한 형상의 기저에는 ‘우리가 너희보다 더 잘 만든다’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인다.

편드는 놈: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위기를 피부로 체감했군요?
까는 놈: 전쟁마저도 머리 수를 내세워서 하던 나라를 머리 수로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경쟁에서 앞서려면 기술이 앞서야 하는데, 그 기술마저 중국에 앞선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암울하지 않겠니.

이건 한국의 개발자들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니야. 중국의 개발자들을 놀랍게 바라보는 거지.

말리는 놈: 이래저래 한국과 중국의 게임시장이 더 치열한 경쟁을 거치게 될 것 같네요.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 것인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편드는 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기왕이면 한국 게임시장이 중국 게임시장을 앞지르는 모습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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