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위기보고서] 개성 잃은 한국 모바일 게임, 연예인으로 구분해야 하나?
연예인 마케팅 홍수의 시대다. 이제는 연예인 광고 모델을 쓰지 않은 게임을 찾는 것이 더 힘들 정도로 게임 마케팅에서 연예인 활용은 기본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에도 게임 마케팅에 연예인을 기용하는 것이 드문 것은 아니었으나, 게임 마케팅의 영역이 TV로 확대된 이후부터는 그 어느 산업보다 연예인 활용이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차승원, 장동건, 하정우, 정우성, 이정재, 이름만 들으면 패션의류나 스마트폰, TV, 아파트 광고 모델 리스트처럼 들리지만, 전부 올해 게임 광고를 찍은 연예인들이다.
혁신적인 TV광고로 큰 성공을 거둔 클래시오브클랜 이후 많은 모바일 게임사들이 TV로 눈을 돌렸고, 연예인을 기용하기로 결정한 것까지는 너무나도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게임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TV 광고의 특성상 많이 알려진 연예인을 등장시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존에는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연예인 기용이라면 더욱 파급력이 크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 과열되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아무리 멋진 영화라고 하더라도 반복해서 보면 식상함을 느끼듯 연예인을 기용한 게임 광고도 식상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현재 연예인을 기용해 TV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게임들은 다른 장르에 비해 결제율이 높은 RPG에 집중되어 있다. 게다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시장에서 흥행성이 검증된 시스템만으로 안전하게 게임을 만들다보니 대부분 비슷비슷하게 나오고 있다. 게임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플레이 중인 게임 스크린샷 하나만으로는 어떤 게임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비싼 돈을 들여 모셔온 연예인들을 100% 다 쓰려다 보니 정작 실제 게임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부족해 게임성이 아니라 ‘홍보 연예인이 누구인지’로 게임을 구별해야 할 판이다.
더구나 대형 게임사들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다보니 중소 게임사들의 다양한 시도는 게이머들의 눈에 잘 띄지 않고 있다. TV 광고를 진행할 만큼 자금력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중소 게임사들에게 기회의 땅이었던 카카오 게임 플랫폼도 최근 들어서는 과거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게임들은 대형 게임사들이 수익성이 검증된 시스템으로 만들고, 대규모 마케팅으로 도배한 게임뿐이며, 오히려 해외 게임사들이 장르의 다양성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 때문인지 최근 넥슨은 엄청난 금액을 투자한 모바일 게임 ‘히트’ 발표회에서 앞으로 연예인에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게임성을 부각시키는 광고 전략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한, 생존형 RPG를 표방한 야생의 땅 듀랑고와 추억의 SRPG를 되살린 슈퍼판타지워 등 기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규 장르 발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신작FPS 애프터펄스를 선보인 게임빌, 드래그레이서, 챔피언 등을 선보인 네시삼십삼분 등 다른 회사들도 신규 장르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오랜만에 소식을 알린 로이게임즈의 이원술 대표는 복귀작 화이트데이를 불법 다운로드의 위험을 무릅쓰고 파격적으로 유료 다운로드 버전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연예인 마케팅이 필요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줄 만큼 뚜렷한 성과를 거둔 게임들은 없다. 하지만 연예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지만, 결국 그들이 계속 게임을 즐기게 만들려면 자신들만의 개성을 좀 더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모든 게임사들이 깨달아야 할 시기가 됐다. TV 광고 열풍을 몰고 온 클래시오브클랜 광고는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았어도 가장 게임을 빛나게 해준 광고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