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나는 SCEK 카와우치 시로 사장 '몸은 떠나지만 마음은 한국에...'
"5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한국에서 있던 일중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한국의 팬 여러분들을 떠난다고 밝히는 지금입니다. 제가 없어도 계속 SCEK를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CEK)를 이끌었던 카와우치 시로 사장이 결국 한국을 떠난다.
카와우치 대표는 지난 2010년 5월 SCEK의 대표로 취임한 뒤 아시아의 콘솔 시장에서도 가장 어려운 소위 '불모지'로 꼽히는 한국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 그 능력을 입증한 인물.
아울러 지난 2013년 소니의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의 성공적인 런칭을 비롯해 온,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은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 지난 4월 16일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재팬아시아(이하 SCEJA)의 부사장으로 임명되는 등 소니 내에서도 크게 주목 받는 인사가 되기도 했다.
특히, 해외 지사의 대표임에도 불구 국내 게이머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콘솔 게이머들에게는 외국인 대표 그 이상의 존재로 자리매김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5년 간의 대표직을 놓고 한국을 떠나는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한국을 어떤 색으로 추억하고 있을까? 부산의 모 카페에서 사전 인터뷰를 신청한 기자를 상대로 진행된 티타임을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Q: 한국을 떠나는 것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사실 SCEJA 부사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아시아 전역의 업무와 SCEK 대표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부사장에 임명된 이후
본사에서는 일본에 와서 일을 하라고 권유했었지만 제가 한국에 남겠다고 강력히 주장해서 남아있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두 조직에서 업무를
처리하려니 결국 일에 치이는 상황이 반복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양 쪽 일 모두 놓치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간 죽도 밥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심 끝에 결국 SCEK 자리를 다른 이에게 넘겨주고 부사장의 업무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지난 4월 16일 SCEJA 부사장에 취임했을 때 이미 게이머들이 한국을 떠나지 말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만감이 교차할 것 같은데?
A: 정말인가요?(웃으며) 한국의 게이머들이 제가 없다고 슬퍼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만한 일입니다. 사실 한국의 게이머들이 현지화 타이틀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정말 슬픈 일이었는데, 그것을 실천하게 되어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 것은 앞으로도 제가 계속 집중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제가 한국을 떠나며 느끼는 아쉬움을 게이머들도 느낀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아시아 전역의
업무를 소화할 예정이니 한국에 올 기회는 많이 있습니다. 그때 꼭 저를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Q: 아쉬워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별도의 환송회를 열 계획은 없는가?
A: 그건 너무 뻔뻔한 일이라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웃음) 만약 환송회를 열면 아마 본사의 사람들이 “저 놈은 뭔데 자리를 옮긴다고
행사까지 열어?”라고 할 것 같으니까요.(웃음) 원래 제 퇴임 소식이 뉴스가 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좋았고, 게이머들이 좋아서 그들을 위해 ‘무언가 알 수 있는 것은 없을까?’라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죠. 그래서 훗날
한국의 게이머들이 한글화 타이틀을 보면서 “아 이건 카와우치 시로라는 사람이 한 일이야”라고 생각해 주실 만큼 로컬라이징(현지화)를 위해
노력해나갈 겁니다.
Q: 한국에 있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과 가장 기쁜 순간은 무엇이었나? 혹시 아쉬운 일은 PS3 런칭, 기뻤던 일은 PS4
발매인가?(웃음)
A: 정답!(격하게 웃으며) 농담입니다. 사실 한국에 와서 슬펐던 적은 없습니다. 단지 힘들었던 것은 조금 있었는데 바로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회의를 했던 일들이었습니다. 저는(시로 대표)는 회의를 오래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실제로 SCEK에서도 회의를 오래하지 않고 중요한
안건만 처리하는 식으로 일을 했었죠.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해외에서 하는 회의는 그것이 잘 안돼서 힘듭니다.
그리고 가장 기뻤던 순간은 당연히 PS4발매 때였습니다. 발매 당시 날씨가 굉장히 추웠는데 게이머들이 아랑곳 하지 않고 1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기다려 주셔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했고, 또 “아 내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구나!”하는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사실 그 날(PS4 발매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웃음)
Q: 저번 SCEK 컨퍼런스에서 ‘용과 같이: 키와미’의 한글화를 위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들었다. 그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는지?
A: 과거 일본에 중화권의 로컬라이징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중화권은 시장이 매우 커서 세가에서 흔쾌히 로컬라이징 요청에 응해 줬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세가 내부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계속 세가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세가게임즈의 나고시 토시히로를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정말로 한글화를 해달라고 울며 매달리기도 했었죠.(웃음) 그 결과 ‘용과
같이’의 기념비 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용과 같이: 키와미’의 한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한글화가 결정된 이후 가진
나고시와의 식사자리에서 앞으로도 세가의 작품을 한글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들었습니다. 그 때문이라도 ‘용과 같이: 키와미’
한글판의 흥행이 매우 중요합니다.
Q: 일본 본사에서 한국 지사로 발령이 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본사에서 지방으로 발령이 나는 지방 발령이나 ‘좌천’과 같이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 때의 기분을 솔직히 듣고 싶다.
A: 사실 이전에 일본 본사에서 한국으로 발령이 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어요. 때문에 한국 시장을 확인해 보자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 발령이 날 때만 해도 여기서 5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낼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Q: 국내 콘솔 게이머 중 카와우치 시로 대표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항상 품에 펜을 두고 다닌다고 알고 있는데 평소 사인
요청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A: 항상 펜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맞지만 정확히는 그 반대입니다.(웃음) 예전에 한 팬께서 사인을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마침 사인펜이
없어서 그 팬이 굉장히 실망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 슬퍼하는 표정을 잊지 못해 항상 사인을 할 수 있는 펜을 가지고 다닙니다.
Q: 한국 콘솔 시장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A: PS4 런칭 이후 보여준 한국 게이머들의 성원을 기점으로 한국 시장이 다른 여러 국가들에게 주목 받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때문에 한글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상태를 꾸준히 유지해나간다면 앞으로도 한국 콘솔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더 좋은 게임들과 함께 한국 개발사들의 VR 게임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선보인다면 앞으로의 시장 전망은
아주 밝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다. 카와우치 시로 대표에게 ‘눈물’이란?
A: 아마 PS4 런칭 때를 말씀하시는 듯 한데 앤드류 하우스 대표는 그 이후로 나를 보면 ‘울보’라고 놀린다.(웃음) 하지만 그때 도쿄의
스탭들도 그 광경을 보고 울컥했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어떻게든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고 싶다.(웃음) 당시를 돌이켜 보면
일본보다 PS4를 먼저 발매하려고 굉장히 많은 애를 썼는데, 단상에 올라 아래를 보니 그 추운 날씨 속에서도 그 동안 전자상가를 보면서 봤던
익숙한 얼굴의 팬들이 환한 미소를 띄고 무대를 보고 있었다. 그 얼굴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이전까지 고생했던 일들이 생각나 울컥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