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티 넘버9'은 나오기라도 한다, 다른 게임은 뭐하니?
[게임동아 김원회 기자] 오는 6월 21일, 콤셉트가 개발한 액션게임 '마이티 넘버9' 자막 한국어 버전이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 및 플레이스테이션3용으로 국내에 출시된다. 지난 2013년 8월 첫 공개 후 약 3년 만의 결실이다. '마이티 넘버9'은 '록맨의 아버지'라 불리는 캡콤 출신의 이나후네 케이지 콤셉트 대표가 액션게임 '록맨 시리즈'의 정신적인 후속작을 표방한 작품으로, 공개 직후부터 화제를 모았다.
게이머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 중에는 2013년 공개 후 약 385만 달러 모금에 성공했던 크라우드 펀딩 이력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마이티 넘버9'은 2012년 롤플레잉게임 '웨이스트랜드 2'의 약 300만 달러,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의 약 400만 달러 모금 성공 사례에 이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명맥이 끊어졌던 유명 게임시리즈를 되살리는 행렬에 동참했다. 또한, '마이티 넘버9' 이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게임들이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이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사례는 단연 액션 어드벤처게임 '쉔무3'다. '쉔무3'는 지난 2015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모습을 드러내 '킥스타터 최다 모금 비디오게임', '최단 기간 100만 달러 모금 달성 비디오 게임' 부문으로 기네스 기록을 세우는 등 게임 관련 크라우드 펀딩의 새 역사를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쉔무3'는 약 630만 달러 모금을 달성해 PS4, PC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PC용 롤플레잉게임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역시 게임 관련 크라우드 펀딩 모범 사례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2013년 약 90만 달러 모금에 성공한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은 '마이티 넘버9'에 비해 주목도는 떨어졌지만, 2014년 출시 후 높은 완성도에 힘입어 전문가와 다수의 게이머에게 호평을 받았다. 개발사 라리안 스튜디오는 2015년에도 후속작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2'의 크라우드 펀딩을 약 201만 달러 모금이라는 성적으로 성공시켜 2016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게임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마이티 넘버9'에 앞서 게임 크라우드 펀딩을 주도했던 '웨이스트랜드2',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역시 각각 2014년, 2015년 출시돼 모금에 참여했던 게이머들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악마성 시리즈' 부활을 콘셉트로 내세워 약 550만 달러 모금을 성사시킨 '블러드 스테인드'의 시연 버전이 E3 2016에서 공개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발이 진행된 게임 모두에게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티 넘버9'만 하더라도 출시 전부터 음성 더빙, 추가 캐릭터 다운로드 콘텐츠 구현을 위해 후속 모금이 진행되자 게임을 인질로 삼아 '구걸'에 가까운 크라우드 펀딩 참여를 요구한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이어진 수차례의 출시일 연기 역시 게이머들에게 빈축을 샀다.
출시일이 미뤄지는 과정에서 약속했던 것보다 모자란 게임 퀄리티도 문제가 됐다. 크라우드 펀딩 당시에 공개된 사진에선 2D 그래픽과 유사한 3D 모델링을 갖췄던 모습이 테스트 버전에서 상당히 다른 그래픽으로 바뀐 사례를 비롯해 지난 2016년 5월 공개된 홍보 영상에서 드러난 기대 이하의 연출에 이르기까지 '마이티 넘버9'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은 게임 중 비판 받는 게임은 '마이티 넘버9'만이 아니다. 특히, 출시일 연기와 관련해서 문제가 많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는 2012년 약 200만 달러 모금에 성공한 시뮬레이션게임 '스타 시티즌'이 있다. 해당 게임은 2014년부터 일부 콘텐츠만 나눠 공개됐을 뿐 정식 출시일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특히, '스타 시티즌'의 개발사 클라우드 임페리움 게임스는 크라우드 펀딩 종료 후에도 '스타 시티즌' 홈페이지를 통해 특전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금일 기준 약 1억1천5백만 달러까지 개발비를 확보한 상황이어서 게이머들의 기대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다. 2013년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의 정신적인 후속작을 자처해 약 420만 달러 모금을 달성한 롤플레잉게임 '토먼트 타이드 오브 누메네라' 역시 2016년 출시 예정이지만 개발 중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얼리 액세스' 버전만 2016년 1월에 출시됐을 뿐 정식 버전은 아직 베일에 감춰졌다.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약 1천9백만 원 모금을 달성한 PC용 전략게임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은 2013년 2월 크라우드 펀딩 종료 후 현재까지 출시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4월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6에서 시연 버전이 공개됐으나 아직 정식 출시까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2013년 약 800만 원 모금을 이끌어낸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알케미스트'도 정식 출시일이 정해지지 않은 와중에 2015년 10월 이후 소식이 끊겼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차례의 연기와 논란에 휘말렸던 '마이티 넘버9' 사례에서 보듯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게임 개발엔 결코 밝은 미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금에 참여한 게이머들을 실망시키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게임 개발에 향하는 의구심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