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같은 액션RPG 원 for Kakao, 틀을 깨는 변화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투자로 돌아선 카카오의 첫 퍼블리싱 게임 원 for Kakao가 드디어 출시됐다. 카카오의 약점이었던 하드코어 RPG 분야를 책임질 기대작으로 주목을 받은 이 게임은 사전 예약 110만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달성하면서 기존 모바일RPG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출시 첫날부터 구글 스토어에서 검색이 안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남궁훈 본부장이 구글이 카카오를 차별한다는 항의의 글을 올리는 등 게임 외적인 부분으로 더 주목을 받고 있으며, 엄청난 사전 예약 수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대만큼 순위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말이 맞는지, 카카오의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검색이 쉽지 않은 게임 제목 때문에 많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레이븐, 히트, 콘, 로스트킹덤 등과 같이 무기를 수집하는 액션RPG 장르인 원 for Kakao는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화려한 그래픽과 3 종류의 캐릭터를 번갈아 가며 키울 수 있는 자유로운 육성 시스템, 치열한 경쟁을 담은 PVP 등이 특징이다. 특히, O.N.E(Odium Never Ends. 증오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복수를 핵심 콘텐츠로 내세우면서 게이머들간의 물고 물리는 대결 구도를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원 for Kakao가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게이머들간의 대결 구도는 크게 수호, 습격, 복수, 수배라는 흐름으로 구성됐다. 수호는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캐릭터를 일정 시간 동안 탐색을 보내는 기능으로, 이 기능을 사용하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자동으로 성장을 하고, 아이템을 습득한다. 습격과 복수, 수배는 수호에서 이어지는 콘텐츠다. 다른 게이머가 수호를 보낸 캐릭터를 습격해 아이템을 탈취할 수 있으며, 아이템을 탈취당한 게이머는 그를 찾아서 직접 복수하거나, 자신이 속한 길드원에게 복수를 요청할 수도 있다. 만약 길드원을 동원해도 안될만큼 상대가 강하다면 전 서버에 현상 수배할 수도 있다. 효율적인 캐릭터 육성을 위해 수호를 필수 콘텐츠로 만들어 두고, 수호에서 습격, 복수로 이어지는 대결 구도로 게이머들의 경쟁 심리를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외의 부분은 그동안 등장했던 다른 액션RPG와 거의 흡사한 형태인 만큼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각종 장비를 습득하고, 그것을 강화하고 합성해 더 상위 단계의 무기를 습득하는 것의 반복이기 때문에 블레이드나 레이븐, 히트 등에서 이미 충분히 경험해봤던 것들이다.
다만, 세세한 부분을 살펴보면 자유롭게 캐릭터를 바꿔가며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카카오톡을 활용한 편리한 길드채팅 등 게이머들이 좀 더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다. 게임하기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잘 되는 게임들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던 카카오이기 때문에 첫 퍼블리싱 게임인 원 for Kakao에 그동안 습득한 노하우를 다 적용시킨 듯한 느낌이다. 분명 이 게임은 코어 크리에이티브의 첫 작품이지만, 언뜻 보기에는 넷마블이나 넥슨 같은 대기업에서 만든 대표작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세부적인 완성도가 뛰어나다.
안타까운 것은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이 재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게임은 분명 액션RPG의 교과서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뛰어난 게임이지만, 기존에 즐기던 액션RPG를 버리고 갈아타고 싶어질 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화려한 그래픽이 멋지기는 하나 이것은 이미 넥슨이 선보인 히트를 통해서 경험했던 일이고, 수호, 습격, 복수로 이어지는 경쟁 구도가 짜임새 있기는 하나, 이것 역시 기존에는 없었던 신선한 재미를 주는 콘텐츠라고 보기는 힘들다. 기존 게임의 흥행 공식을 잘 분석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요소들은 없지만,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재미요소들이 이미 다른 게임에서 경험해봤던 것들이기 때문에 신선한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 문제는 원 for Kakao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등장한 모든 액션RPG에 공통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워낙 많은 개발비가 투입되어야 하는 장르이다보니 파격적인 도전보다는 검증된 흥행 공식을 따라갈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세계관과 그래픽만 다른 비슷한 게임들만 계속 등장하면서 게이머들을 질리게 하고 있다. 같은 콘텐츠라도 수준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면 다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누구나 다 인정하는 유명한 IP를 탑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게이머들의 입장에서 액션RPG 장르는 레이븐, 히트에서 성장이 멈춰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래도 이번이 첫번째 퍼블리싱인 카카오 입장에서는 실패의 위험이 큰 무리한 도전보다는 이미 검증된 흥행공식을 따르는 무난한 선택이 더 합리적이었겠지만, 현재 원 for Kakao의 분위기를 보면 그리 좋은 선택이 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초반 유입이 중요한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검색 이슈로 인한 손해가 많이 아쉽겠지만, 사전 예약 110만을 기록하고, 대규모 TV 광고를 하고 있으며, 구글 플레이 다운로드 인기 순위 1위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위가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마케팅이 아닌 게임 자체의 문제, 즉 게이머들이 이런 방식의 게임에 질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액션RPG를 만들고 있는 개발사들이 원 for Kakao의 현재 성적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