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동까지 재미있다. '마블스 스파이더맨'
게이머들 사이에 이런 농담이 있다. "영화는 마블, 게임은 DC"라는 이야기다.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국내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고, 게임은 락스테디의 배트맨 아캄 시리즈가 히어로 게임으로서 압도적인 완성도와 재미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물론 마블도 자사의 인기 캐릭터를 앞세운 게임들을 내놨다. 하지만, 락스테디가 보여준 게임의 모습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아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아캄시티는 히어로 게임의 완성판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승승장구하는 마블이 게임에선 한 수 접고 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이야기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지난 9월 7일 PS4로 새롭게 등장한 '마블스 스파이더맨'이 그 주인공이다. 게임의 개발은 PS4 초창기 인퍼머스 세컨드 선으로 실력을 보여준 인썸니악 게임즈가 맡았으며, 인썸니악 게임즈는 뛰어난 완성도와 재미로 게이머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제는 게임 시장에서도 마블이라는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모양새다. (본 리뷰는 PS4프로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인썸니악 게임즈가 개발을 맡은 '마블스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의 활동 배경인 뉴욕을 오픈 월드 형태로 게임을 구성했다. 마치 유비 소프트이 게임들 처럼 뉴욕을 구역으로 나누어, 감시탑을 복구해 구역을 오픈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퍼머스 세컨드 선을 통해 이미 오픈 월드 게임을 선보인 경험이 있기에 각종 밸런스나 게임 플레이 등에 대해서는 걱정 할 것 없이 풀어냈다.
거대한 뉴욕은 낮과 밤의 모습도 구현됐으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월스트리트, 타임 스퀘어와 같은 실제 뉴욕의 명소부터 시작해 어벤저스 타워 등 만화나 영화를 통해서 만날 수 있는 건물들까지 가득 들어차 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이 되어 오가는 재미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기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달리 허공에 거미줄을 뿌리고 스윙을 펼치는 등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 만족감도 더욱 높다.
포인트로 이동해 점프하면서 탄력을 얻고 웹 스윙을 펼쳐 도시를 누비는 스파이더맨의 동작을 보는 것 자체가 눈길을 사로잡고 재미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빠른 이동도 지원하지만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이동 자체도 게이머의 숙련도나 컨트롤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손맛도 살아있다.
게임의 전투 부분은 아무래도 아캄 시리즈에서 참고를 한 듯하다. 회피 동작에 기반한 전투가 물 흐르듯 펼쳐진다. 일대 다수의 전투가 펼쳐지는 게임의 특성상 회피를 살리는 플레이에 집중한 것을 보인다. 다만, 스파이더맨이라는 특성을 살려 거미줄을 타고 펼치는 액션과 공중 전투, 거미줄을 활용해 물건을 던지는 등의 공격하는 재미를 가미해 차별화를 꾀했다. 적게는 10에서 30콤보 이상까지 손쉽게 이어지며 짜릿한 느낌을 전한다.
여기에 HP를 회복하거나 적에게 강력한 공격을 날릴 수 있는 일종의 게이지 시스템도 '포커스 바' 한 종류만 존재한다. 안정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지 화끈한 액션으로 빠르게 위기를 탈출할지 결정하는 것도 게이머의 몫이다.
아울러 전투는 슈트의 업그레이드와 장비의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 슈트의 파워를 사용해 순식간에 적을 감전시킬 수도 있으며, 웹 슈터 장비를 활용해 적을 일찍부터 거미줄에 가두는 플레이 등 만화나 영화를 통해 만나봤던 스파이더맨의 다양한 기술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슈트의 외형은 덤이다. 세 가지 트리로 나누어진 스킬도 레벨이 오르면서 획득할 수 있어 전투 재미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증가한다.
게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게임의 스토리다. 게임을 오픈 월드로 구성하면서 스토리 무게가 가벼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날려 버려도 좋다. 오픈월드가 아닌 일자 진행형 게임으로 이번 '마블스 스파이더맨'을 만났더라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스파이더맨과 파커, MJ, 마일스 등 다양한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으며, 게임의 스토리는 영화 스파이더맨 그 이상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오픈월드로 구성되며 게임에 구성을 풍부하게 만든 곁가지 들이 게임을 조금 아쉽게 한다. 대부분의 사이드 미션이나 퀘스트가 구간별 반복에 그친다. 뉴욕의 수많은 랜드마크의 촬영, 가방 찾기, 비둘기 찾기, 태스크마스터 챌린지, 블랙 캣 잠복처, 연구시설 등 즐길 거리는 풍부하지만,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사이드 퀘스트를 통해 획득하는 보상이 슈트나 장비의 업그레이드에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플레이는 하지만, 몇 번이나 플레이하다 보면 똑같은 미션과 연출에도 제법 질릴 만하다. 게다가 컨트롤이 매우 뛰어난 플레이어라면 사실 사이드 퀘스트 같은 경우는 건너뛰어도 큰 무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소 아쉬운 점들은 다음번에 등장할지도 모르는 스파이더맨 게임에 더 큰 기대를 걸게 만들어 준다.
'마블스 스파이더맨'은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난 게임이다. 특히, 게임의 모든 화면에서 포토모드가 지원될 정도로 거의 모든 화면이 실시간 렌더링으로 진행되는 게임인 것을 염두에 두면, 게임이 보여준 외적 비주얼에도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그간, 게임계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온 마블이 이번 '마블스 스파이더맨'으로 확실히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모습이다. 벌써 '마블스 스파이더맨'의 후속작을 만나보고 싶은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