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부터 날강두까지 돌발 변수 가득한 스포츠 게임 시장
바야흐로 여름 휴가 시즌이 도래했다. 게임 업계 최고의 성수기로도 불리는 이 여름 시즌은 스포츠 게임들의 신작 정보가 공개되는 시기이기도 하며, 이에 따라 야구, 축구 등 인기 종목의 신작 게임들이 연달아 새로운 소식이 들려와 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예년과는 다르게 국내외 정치 문제와 각종 돌발적인 이슈로 스포츠 게임들이 새로운 변수를 맞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국제 이벤트를 1년 앞두고 올림픽 특수를 노린 게임들 역시 등장하고 있지만,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우려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한일관계와 맞물리며, 국내 게이머들의 시선 역시 싸늘하게 식어가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올림픽 소재의 게임들이다. 전세계 게임사는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 시즌을 맞아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를 미니 게임 형식으로 즐길 수 있는 올림픽 게임들을 출시해 왔다.
더욱이 1964년 이후 56년 만에 도쿄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인 만큼 일본의 다양한 게임사에서 올림픽을 겨냥한 게임들이 출시를 예고했으며, 2016년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마리오의 배관을 타고 일본의 아베 총리가 등장하는 퍼포먼스 등으로 게임을 전면에 내세워 이전과는 다른 퀄리티의 게임들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방사능 유출 참사가 벌어진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도쿄 올림픽의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것을 비롯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농산물의 유통을 공공연히 이야기하며, 방사능 문제가 올림픽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고,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두 국가의 관계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최되는 도쿄 올림픽인 만큼 세계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와 기록 경쟁, 사이클, 펜싱 등 색다른 스포츠 종목의 재미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올림픽 게임의 재미가 반감될 수 있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올림픽 게임의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올림픽게임이 외부 이슈에 의해 직격탄을 맞았다면 축구 장르의 게임은 때아닌 참사에 따른 후폭풍을 겪고 있다. 지난 26일 진행된 K리그 올스타와 유벤투스 간의 친선전서 보여준 호날두의 무례한 행위와 유벤투스 구단 측의 배려 없는 행동은 국내 축구 팬은 물론, 국민 전체의 분노를 일으키며, 소송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메시와 함께 축구계를 양분하는 세계 최고의 슈퍼 스타인 호날두가 일방적인 팬 사인회 취소는 물론 단 1초도 그라운드에 오르지 않고, 경기 후 인터뷰도 하지 않은 채 귀국해 버리면서 단숨에 '우리형'에서 '날강두'로 불리며, 국내 팬덤이 일제히 등을 돌린 상황. 이에 축구 선수들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축구 게임들은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코나미에서 오는 9월 10일 출시를 앞두고 있는 '프로에볼루션 사커 2020'(이하 PES 2002 / 위닝 2020)다.
코나미는 지난 7월 17일 이탈리아의 명문 축구 클럽 ‘유벤투스’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음을 밝혔다. 해당 계약으로, '위닝 2020'에서 유벤투스 선수들의 최신 3D포토스캔으로 촬영된 페이스 모델링과 홈구장인 알리안츠 스타디움’을 선보이는 등 그 동안 라이선스 계약에 인색했던 코나미가 오랜 만에 큰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소식 이후 유벤투스의 인기가 국내에서 급락했다는 것. 국내에서 보여준 오만 방자한 태도로 인지도와 인기가 땅에 떨어진 유벤투스와 독점 계약을 맺은 것에 이어 현재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한일 관계까지 겹치며, 악재가 연달아 터진 모양새다.
더욱이 한글 자막은 물론, 한국어 해설까지 지원하며, 그동안그 동안 피파 시리즈에 밀렸던 국내 시장 공략 의지까지 보여줬지만, 연이어 찾아온 악재에 국내 흥행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오랜만에 한글화 소식으로 기대를 모았던 피파 시리즈의 최신작 ‘피파 20’은 이번 악재를 피한 모습이다. 오는 9월 27일 정식 출시를 확정지으며, 위닝과 정면 격돌을 예고한 ‘피파 20’은 버전업된 물리엔진 프로스트엔진을 통해 더욱 사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했고, ‘얼티메이트 팀’ 모드를 통해 나만의 드림팀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길거리 축구를 펼칠 수 있는 모드도 탑재하여 풍성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피파11’ 이후 10년 만에 진행된 한글화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 여기에 코나미의 유벤투스 라이선스 독점으로 피파 20에서는 유벤투스 팀이 가상의 팀(Piemonte Calcio)으로 등장한다. 어찌 보면 이탈리아 최고의 팀 중 하나를 게임 속에 만나지 못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유벤투스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은 국내 팬들에게는 희소식으로 들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포츠 온라인게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피파온라인4(이하 피온4) 역시 국내 축구 팬덤을 뒤흔든 대형 사태에서 한발짝 물러섰다. 런칭 당시 호날두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으로 화제를 끌었던 피온4이지만, 서비스사인 넥슨은 지난 5월 게임 메인 모델이었던 호날두와 계약을 종료한 바 있으며, 현재 브라질 국가대표인 네이마르를 메인 모델로 내세우고 있어 이번 '유벤투스 참사'의 여파를 빗겨 나갔다.
메인 모델 교체가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특히, 넥슨은 PC방 시장의 성수기인 여름 방학 시즌을 맞아 대규모 여름 업데이트를 진행했으며, 대표팀 모드에 PvE를 즐길 수 있는 '스쿼드 배틀', U-20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 선수 21인 추가 및 다양한 아이템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통해 여름 성수기 시즌의 포문을 연 모습이다.
이처럼 현재 스포츠 게임 시장은 정치적 이슈부터 다양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돌발변수가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과연 올 하반기 출시될 축구 게임의 전쟁과 오는 7월 개최될 도쿄 올림픽에서 또 다른 변수가 생길지 아니면, 부정적인 이슈를 걷어내고 긍정적인 이슈가 발생할 지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