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불붙은 차세대 게임기 대결
오랜 시간 게이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던 차세대 게임기 대결이 드디어 본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지난 2월 일찌감치 Xbox 시리즈X의 세부 스펙을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MS에 맞서 지난 12일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SIE / 이하 소니) 역시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이하 PS5)의 디자인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차세대 게임기 대전의 막이 오른 것이다.
오는 2020년 11월 연말 시즌에 맞추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두 차세대 게임기는 모두 8K 화질과 더욱 빨라진 그래픽 처리 능력 그리고 접근방식이 더욱 다양해진 게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을 보유한 것이 특징이다.
Xbox 시리즈X의 경우 AMD의 최신 Zen 2 및 RDNA 2 아키텍처 기반 커스텀 프로세서 탑재했으며, Xbox One 대비 프로세싱 파워가 4배 강력해졌고, Xbox One X 및 Xbox One 대비 각각 2배 및 8배 이상의 12테라플롭스(TFLOPS) GPU 성능을 제공한다.
아울러 특허 기술인 가변 레이트 쉐이딩(VRS)를 통해 개발자들이 시리즈 X의 최대 성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하드웨어 가속을 돕는 다이렉트X 레이트레이싱(DirectX Raytracing)을 탑재해 더욱 다이나믹하고 사실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PS5의 경우 세세한 세부 스펙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현재까지 발표된 정보에 따르면 8코어 3.5GHz AMD Zen 2 CPU를 탑재했으며, RDNA 2 10.3 테라 플롭의 성능을 지닌 GPU를 탑재한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소니가 몇 차례 간담회를 통해 그토록 강조한 825 기가바이트 커스텀 SSD를 장착해 PS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하드디스크 로딩 속도 문제를 더욱 확실히 해결했다.
두 기기의 세부 스펙을 살펴보면 양 기기 모두 8K 화질과 120 프레임 지원 그리고 4K UHD 블루레이 디스크를 지원하지만, 게임 처리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GPU와 CPU 모두 Xbox 시리즈X가 앞선 모습이다.
하위 호환에 대한 정책도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MS의 경우 Xbox One의 모든 게임은 물론,Xbox 360 및 Xbox1의 일부 게임이 Xbox 시리즈X에 구동될 것이라 밝혔다. 더욱이 이러한 하위호환 플레이를 더욱 원활하게 즐기기 위해 어떤 기기에서도 최적화된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는 ’스마트 딜리버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게이머들의 플레이를 돕겠다는 계획도 최근 발표했다.
확실한 계획을 밝힌 MS에 비해 하위 호환 기능에 대한 소니의 입장은 아직까지 유보 중이다. 해외 언론을 통해 상위 100개의 PS4 게임 대부분을 PS5로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와 어느 범위까지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독점작의 경우 PS5는 2세대 얼티메이트 스파이더맨 마일스 모랄레스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와 ’호라이즌2: 포비든 웨스트‘, ’그란투리스모7‘를 대표작으로 내세웠으며, Xbox 시리즈X는 ’헤일로 인피니티‘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소니에 비해 독점작을 그리 강조하지 않았다.
MS가 독점작을 강조하지 않은 시장의 중심이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급변하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7일 PC 최초로 출시된 ’페르소나4: 골든‘, PC 버전으로 시리즈 전체를 재출시 중인 ’용과같이‘ 시리즈와 같이 최근 게임 시장은 철옹성 같았던 플랫폼 독점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소니, 닌텐도과 같이 콘솔 기기와 개발 스튜디오를 동시에 갖춘 기업은 게임 타이틀과 콘솔 기기 판매를 위해 독점 라인업 정책을 유지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일반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게이머들의 유입을 특정 플랫폼으로 제한할 경우 매출에 큰 제약이 생기게 된다. 특히, 스팀과 에픽스토어 등을 통해 할인과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여 지속적인 판매도 가능한 작금의 상황에서 이러한 독점작 출시는 득보다 실이 크다.
실제로 프롬소프트의 타크소울 시리즈의 경우 마지막 게임인 다크소울3가 2016년 발매되었지만, 꾸준한 판매가 이어져 최근 시리즈 판매 1,000만장을 달성했다. 출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타이틀 판매량이 0에 수렴할 정도로 줄어들던 과거 게임 판매 방식과 달리 이제는 수년 동안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해져 지속적인 매출을 발생시키는 셈이다.
이에 콘솔 플랫폼을 지닌 게임사들의 직접 투자 혹은 산하 개발사가 아닌 이상 독점작 출시의 이득이 크게 줄어들어 콘솔 게임기의 매력을 더해주는 독점작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과는 달리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MS는 독점작보다 자신들이 서비스 중인 유료 구독 서비스 ’게임 패스‘를 더욱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중이다. MS는 Xbox One X가 PS4 Pro 보다 높은 성능을 지녔음에도 판매량에서 크게 밀리자, 이번 ’시리즈 X‘에서는 게임기 밖으로 경쟁 구도를 확대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윈도우 기반 PC에서 지원되는 ’게임 패스‘는 넷플릭스로 인해 대중화된 정기 구독 형태의 게임 서비스 콘텐츠다. 게이머는 월 구독료만 내면 다양한 게임을 제한 없이 설치하고, 플레이할 수 있으며, 게임 패스의 게임 라인업은 매일 혹은 매주 추가되거나 기간 한정으로 제공된다.
실제로 ’시리즈 X‘를 준비하면서 MS는 헤일로 인피니티, 기어스, 포르자 같은 기존 독점작을 PC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게임 패스에 포함시켰고,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를 더해 언제 어디서든 저렴한 비용으로 XBOX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 구축에 나선 상태다.
비록 “그럼 PC로 게임을 즐기면 되지 굳이 ’시리즈X‘를 살 이유가 없지 않나?”는 질문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MS 측은 ’시리즈 X‘ 수준의 플레이 환경을 갖춘 사양의 PC 가격보다 콘솔 기기의 가격이 더욱 저렴한 것과 콘솔 기기만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장점을 내세워 이러한 우려를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소니 역시 게임패스와 유사한 정기 구독 콘텐츠인 ’플레이스테이션 나우‘(이하 PS Now)를 보유하고 있다. PS Now는 정액 요금(월 6~10 달러)로 자사의 독점작은 물론, PS2~PS4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서비스다.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PS5의 멀티플레이 기능이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세대 기기에서 이 PS Now의 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으로 예측하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강력한 세컨드 파티와 자체 개발사들의 작품을 통해 성능과 편의성 부분에서 의문을 받던 스위치를 돈 주고도 못사는 게임기로 변모시킨 닌텐도의 사례도 PS5의 긍정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소니는 ’라스트오브어스‘, ’언차티드‘ 시리즈의 너티독, ’갓오브워‘ 시리즈의 산타모니카 스튜디오 등 강력한 세컨드 파티를 보유하고 있다. 비록 과거 완전 독점작으로 출시되는 게임의 수는 크게 줄었지만, 콘솔 기기의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킬러 타이틀은 여전히 독점작으로 출시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파이널판타지7을 플레이하기 위해 PS1를 구매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던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았을 때 게임 하나를 위해 콘솔을 구입하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독점작을 또다시 선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CD에서 클라우드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게임 시장의 트렌드에서 시작된 차세대 게임기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오는 11월이 그 어느 때 보다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