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코로나로 침몰한 VR, AR은 메타버스로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지 1년 반, 비대면과 비접촉의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업계도 급진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본지에서는 창간 17주년을 맞이해 총 12부작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게임사의 대응과 시장 분석, 그리고 미래 변화에 대해 심도 있는 고찰을 해봅니다.>

전세계로 퍼진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게임업계가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의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태티스타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게임 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이후 2020년 1,550.8억 달러(한화 약 176조 1,863억)에 도달했고, 2023년까지 약 2,170억 달러(한화 약 246조 5,337억)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모든 게임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호황을 경험한 것은 아니다. 게임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VR, AR 게임들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존폐의 위기까지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VR테마파크
VR테마파크

비싼 기기 가격으로 인한 대중화 문제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던 VR은 VR테마파크라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 다시 성장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VR테마파크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으면서 다시 위기에 빠졌다.

VR테마파크는 밀집된 실내 공간에서, HMD를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사용하게 되는 형태이다보니 코로나19 방역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KT, 인터파크 등 대형 회사들까지 나설 정도로 VR테마파크가 유행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손님이 대폭 줄어들어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다.

신촌 브라이트 영업종료
신촌 브라이트 영업종료

포켓몬고의 성공과 함께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AR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밖에 나가서 즐기는 것을 컨셉으로 내세운 AR 게임의 특성상 실외 활동이 필수적이지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 때문에 다들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밖에 나간다고 하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장시간 외부 활동을 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AR 게임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식어버렸다.

캐나다 게임사 루디아가 지난 2018년 선보인 쥬라기 월드 얼라이브, 나이언틱이 지난 2019년 선보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연합, 국내 게임사 썸에이지가 선보인 고스트버스터즈AR 등 그동안 신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코로나19 사태에 함께 심각한 매출 하락을 경험했으며, 2020년 출시가 예상됐던 게임들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출시를 연기한 상태다.

강력한 IP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
강력한 IP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

AR 게임 시장을 연 포켓몬고는 외부활동 없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아이템 판매로 매출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AR게임이라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포켓몬 게임이라서 성공한 것이라는 의견에 힘을 더해주는 결과일 뿐이다.

이렇게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생긴 VR, AR이지만,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 덕분에 다시 부활의 기미가 보이는 중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를 뜻하는 메타와 현실을 뜻하는 유니버스가 결합된 개념인 만큼, AR, VR이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메타버스과 함께 주목받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개념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VR은 가상현실이라고 해서, 내가 HMD를 쓰고 가상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AR은 증강현실이라고 해서 스마트폰, 안경 등 현실을 비춘 화면에 가상의 정보를 띄우는 것을 말한다. 함께 거론되는 경우가 많은 MR은 혼합 현실이라고 해서, 현실과 가상의 정보가 서로 호응하는 것을 말한다.

AR 게임의 대명사 포켓몬고
AR 게임의 대명사 포켓몬고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의 주인공처럼 HMD를 끼고 게임속으로 들어가면 VR이고, 영화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이 헬멧을 쓴 상태에서 외부 상황과 각종 데이터를 함께 볼 수 있는게 AR이다. 마찬가지로 어벤져스에서 손 동작으로 컴퓨터 화면에 있는 정보를 끄집어내서 확대시키거나, 360도로 돌려보는 것이 MR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방법은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결국은 모두 가상세계와 현실의 만남이다.

MR의 대표주자. MS 홀로렌즈2
MR의 대표주자. MS 홀로렌즈2

현재 전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로블록스가 AR, VR, MR 없이도 메타버스 대표주자로 떠오른 것처럼 메타버스 자체는 AR, VR, MR이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하면 더욱 실감나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애플, 구글, MS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하드웨어 개발 등 이 분야를 장악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VR 기기를 쓰고 실제로 방문한 것처럼 모델하우스 혹은 자동차 실내를 구경하기도 하고, AR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피팅룸에서 자신의 실제 모습에 옷을 입혀서 옷맵시를 살펴보는 등 이미 실생활에 파고든 서비스도 많다.

메타버스의 상징으로 떠오른 로블록스
메타버스의 상징으로 떠오른 로블록스

이런 움직임은 VR, AR 게임사에게도 희소식이 될 수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 사람들이 가상 세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면, 결국 함께 모여서 대화 이상의 경험을 추구하게 될 것이고, 그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게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대중화된 개념이 아니다보니,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그 기간을 많이 단축시켜줄 수 있다. 생소한 개념이었던 AR이 포켓몬고 덕분에 전세계에 유행이 된 것처럼 말이다.

현재 메타버스 대표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로블록스, 포트나이트도 게임이고, 메타버스의 원시 고대 형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세컨드라이프도, 메타버스의 궁극형이라고 볼 수 있는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의 오아시스 플랫폼도 게임이다.

물론 비즈니스, 쇼핑 등 여러 가지 목적의 메타버스가 나오겠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기 마련이다. 한국의 메타버스 대표 주자로 주목받는 제페토도 시작은 아바타 플랫폼이었지만, 한국의 로블록스를 목표로 게임 콘텐츠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게임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는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게임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는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예상대로 메타버스가 새로운 대세로 정착이 된다면, 메타버스를 좀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VR, AR의 비중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VR, AR 게임사들에게 남은 숙제는 “그들이 매일 즐기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가”다.

초창기 기술력 부족으로 멀미 현상, 부족한 플레이 타임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VR은 오큘러스 퀘스트2 등 가성비까지 잡은 신형 기기와 놀라운 콘텐츠로 전세계 게이머들을 열광시킨 하프라이프 알릭스로 새로운 성장성을 보여준 상태다. AR은 포켓몬고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모범답안을 이미 제시했다. 현실 세계에서는 델타 변이로 인해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전망이니, 메타버스가 만든 새로운 세계에서는 VR, AR이 새로운 날개를 달 수 있을지 미래가 기대된다.

메타버스의 미래를 보여준 영화 레디플레이어원_출처 워너브라더스
메타버스의 미래를 보여준 영화 레디플레이어원_출처 워너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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