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루이비통, 구찌... MZ세대 노리고 게임에 손 내미는 명품 브랜드들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명품 브랜드들이 연이어 게임업계와 손을 잡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월 코스피 입성을 앞두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는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와의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를 선보였다.
지난 9일 추가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X 테슬라 콜라보레이션에서는 테슬라 로드스터 및 사이버트럭 스킨이 출시됐다. 해당 스킨을 보유하고 있으면 플레이그라운드와 시작섬에서 차량을 호출할 수 있으며, 낙하 시에도 낙하산 대신 차량을 뽐낼 수 있다.
또한, 하이테크놀로지 모드’에서는 테슬라 슈퍼 공장을 만나볼 수 있다. 미션 달성 시 테슬라의 모델Y를 획득하게 되는데, 장애물을 피해 가며 자동 주행을 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테슬라 이전에도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글로리 화이트, 로얄 블랙, 글로리 오로라 등 6가지 색상의 맥라렌 570S 쿠페 스포츠카 스킨을 출시했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검은사막 모바일 판호 획득과 연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야심작 붉은사막으로 주목받고 있는 펄어비스도 지난 8일 검은사막에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와 손잡고 진행하는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선보였다.
검은사막 PC, 콘솔에서는 부가티 디자인을 한껏 살린 갑옷, 귀걸이, 마구 한정판 아이템이 등장했고, 검은사막 모바일에서도 의상, 외형 장식, 마갑 콜라보 상품을 선보였다. 검은사막 게임 내에서 슈퍼카로 불리는 환상마와 부가티의 이미지를 결합시킨 콜라보레이션이다.
증강현실(AR)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고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3자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아바타 전용 패션 아이템을 선보였다. 게이머들을 실내에서 야외로 나오게 만든 대표적인 AR 게임인 만큼 편안한 티셔츠와 모자, 가방 등으로 아이템이 구성됐으며 각 아이템에는 구찌와 노스페이스 로고를 합친 꽃무늬 패턴이 새겨졌다.
지난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명품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와 발렌티노의 온라인 패션쇼 장소로 선택됐다.
지난 2010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패션쇼 개최가 힘들어지자, 마크 제이콥스와 발렌티노가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온라인 패션쇼를 개최하고, 봄 신상품을 선보인 것. 이 때 공개된 31종의 의상들은 무료로 배포돼, 누구나 다 자신의 캐릭터들을 명품 브랜드로 꾸밀 수 있게 됐다.
구찌는 의상과 핸드백, 신발, 액세서리 등 아바타용 제품 60여 가지를 최근 메타버스로 주목받고 있는 네이버제트의 제페토 상점에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구찌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제페토 월드 내 ‘구찌 빌라’에서 제품을 착용하고 구매할 수 있다.
게임 캐릭터가 현실 세계로 나온 사례도 있다. 과거 파이널 판타지 13의 인기 캐릭터인 라이트닝은 루이비통 시리즈4의 모델로 선택돼 많은 관심을 모았다. 루이비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리그오브레전드와 손을 잡고, 게임 속 캐릭터인 키아나의 프레스티지 스킨을 선보이고, 실제로 착용할 수 있는 기성복 라인과 액세서리를 발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루이비통의 디자이너 니콜라스 제스키에르가 직접 디자인한 해당 스킨 복장은 총 47개로, 실제 루이비통의 판매 라인업에도 올랐다. 키아나의 스킨에 등장한 신발과 상,하의 등 총 6종의 의류 및 악세서리를 합치면 무려 1,270만 원이 넘는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이 연이어 게임업계와 손을 잡는 이유는 이른바 MZ 세대를 공략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981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7년 이후 태어난 Z세대가 연합한 MZ세대(20~30대)는 자신을 위한 소비에 적극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명품 브랜드 시장에 새로운 큰손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20~30대의 주된 놀이문화인 게임은 명품 브랜드들이 이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장소이며, 젊은층의 주된 놀이문화인 게임을 통해 명품 브랜드가 가진 낡은 이미지를 젊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로 변신시킬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백화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마케팅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게임 등 메타버스 플랫폼을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게임업계 입장에서도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이 게임의 이미지를 고급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기존에는 게임을 아이들의 놀이로만 바라보는 시선들이 강했지만, 누구나 선망하는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고품격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으며, 특히, 글로벌 시장 확대가 절실한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어느 국가에서나 통하는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이 통해 글로벌 인지도 향상을 노릴 수 있다.
이전까지는 한국 게임사들의 글로벌 인지도 부족으로 인해 명품 브랜드들의 선택을 받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등 해외에서 주목받는 게임들이 늘어나면서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후에는 또 어떤 국산 게임이 글로벌 대세로 떠올라서 명품 브랜드의 협업 파트너로 선택을 받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