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딴지곰 겜덕연구소] 스타크래프트의 시초는 무슨 게임? RTS 게임의 원류를 찾다!
(해당 기사는 지난 2020년 12월 31일 네이버 포스트 게임동아 꿀딴지곰 겜덕연구소를 통해서 먼저 소개된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 [꿀딴지곰 겜덕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기자입니다. 이번에도 지식인에서 고전게임 전문 답변가로 활동하고 계신 꿀딴지곰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국민게임으로 추앙받던 스타크래프트의 원조격 게임이라 할 수 있는 RTS 게임의 발자취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략 게임, 한국 만큼 대중적인 나라가 있을까?]
꿀딴지곰 : 안녕하세요 조기자님. 이번에는 RTS 게임, 실시간 전략 게임의 발자취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군요. 사실 한국이란 나라는 참 특이하죠. 전세계 어느 나라 보다도 RTS 게임이 대중적으로 퍼진 나라라고나 할까요.
조기자 : 그렇습니다. PC방 열풍과 함께 맞물려 '스타크래프트'의 열풍은 한국을 e스포츠 종주국의 위치로 끌어올렸죠. '워크래프트3'와 '스타크래프트'의 선풍적인 인기로 인해 한국인 게이머들의 마음 속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을 RTS 게임의 불꽃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러한 '스타크래프트'의 원조격 게임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살펴보는 시간은 이 사회에서나 저 개인적으로나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꿀딴지곰 : 흐흐. 특히 조기자님은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취재를 다니면서.. 그 생생한 현장을 눈으로 접했던 분 아닌가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 눈도 좀 촉촉한 것 같고요.. ㅋㅋ
조기자 : 하핫. 뭐 눈가가 촉촉할 정도는 아니지만 (-_);; 이번 시간이 기대가 되긴 합니다 ^^
[RTS 전략 게임의 시초를 찾아서!]
꿀딴지곰 : 자아. 그럼 먼저 정리를 좀 해보겠습니다. 자원을 모으고 그 자원을 활용해 유닛을 생산해 전투를 벌이는 거대한 전장. 전략 시뮬레이션을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죠.
이처럼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는 RTS는 자원을 채취하고, 자원을 소모해 건물을 짓거나, 병력(유닛)을 생산해 상대방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로 진행되는 단순한 게임 룰을 가진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조기자님이 언급하셨지만, 이 장르의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20년째 국민게임으로 등극하고 있는 것은 물론, 명절마다 사용량이 급상승하는 신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꿀딴지곰 : 이 '스타크래프트'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e스포츠리그가 시작되었고, PC방 문화가 전국에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이 스타 리그의 성공으로 e스포츠가 세계 유수의 언론사에서 주목하는 시장으로 성장했으니 전략 시뮬레이션이 게임에 미친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죠.
국내에서 이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이하 RTS)과 턴제 전략 게임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등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은 RTS, 히어로즈마이트앤매직, 코에이 삼국지, 슈퍼로봇대전 등은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구분하는 것이 편합니다.
꿀딴지곰 : 여기에 최근에는 '토탈워' 시리즈를 비롯해 진행은 턴제,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등 각 장르의 장점이 융합된 게임도 등장하는 중이기도 하죠..이렇게 턴제 전략 게임은 시뮬레이션 이외에 여러 게임 장르에서도 혼합되어 등장하기 때문에 이번 포스팅에서는 자원을 소비해 유닛을 뽑는 시뮬레이션 기반의 게임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조기자 : 흐흐. 하긴 요즘은 장르 융합이 대세기도 하니까요. 명확하게 정의를 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논쟁이 생길 수 있겠죠. ^^
꿀딴지곰 : 자아 그러면! 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런 전략 시뮬레이션이 게임 역사에 처음 드러난 것은 게임업계의 태동기였던 1980대로 올라가게 됩니다.
실시간 전투를 도입했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1983년에 등장한 '스톤커스'(Stonkers)를 RTS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데요, '스톤커스'의 경우에는 지금 흔히 떠올리는 RTS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보병, 차량, 탱크, 서플라이 트럭 등을 키보드와 조이스틱을 통해 컨트롤할 수 있었죠.
꿀딴지곰 : 이 '스톤커스'는 RTS라는 장르가 확립되기 이전에 출시된 게임이었기에 당시에는 RTS가 아닌 워게임으로 분류되었는데, 당시에도 많은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병력 생산이나, 자원의 채취와 같은 요소가 없었기에 현재의 RTS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이같은 실시간 전략 게임들은 '스톤커스'이후에도 많이 출시됐으며, 1989년에 등장한 '허족쯔바이'(Herzog Zwei)도 비슷한 맥락라고 할 수 있습니다.
꿀딴지곰 : '허족쯔바이'는 일부에서는 최초의 RTS로 봐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RTS의 요소들이 접목돼 있는 게임입니다. 유저들이 기지에서 병력을 생산하고 수송기를 이용해 다양한 유닛을 배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생산과 유닛의 배치라는 측면에서 현대의 RTS와 유사한 면이 있으나, 아쉽게도 조종할 수 있는 유닛이 수송기 한대 뿐이었기 때문에 완벽한 형태의 RTS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긴 합니다. 오히려 RTS보다 지금의 '디펜스 게임'과 더 흡사한 형태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 주장도 일리가 있는 거죠.
꿀딴지곰 : 그래서, 최초의 RTS 게임으로 논란을 가지지 않는 게임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웨스트우드의 '듄2'(Dune 2)입니다. RTS를 사실상 완성시켰다고 평가 받는 게임이죠.
1992년 출시된 '듄2'의 개발사 웨스트우드는 기존의 게임과는 차별화된 장르임을 부각시키고자 했고, 그 결과 패키지에 명확하게 'Real-tiem strategy'라고 표시해 RTS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자원의 채취, 건물의 건설, 병력 생산 등의 요소를 확립한 것은 물론, 전투를 치를 경우 직접 유닛을 컨트롤하는 방식과 각 가문별로 특색 있게 등장하는 유닛과 기술발전(테크트리) 등 현재의 RTS 대부분의 개념을 최초로 선보인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했죠.
꿀딴지곰 : 재미있는 것은 이 '듄2'가 사실 웨스트우드가 명작 SF 소설로 꼽히는 '듄'의 판권을 얻자 마자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원작대로 '듄'이라는 타이틀로 출시하려고 했으나 개발 기간 중 웨스트우드의 모회사이자 유통사인 인터랙티브에서 '듄'이라는 이름의 어드벤처 게임이 먼저 출시됐기 때문에 '듄2'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당시 인터넷의 부재 등으로 해외 소식이 상대적으로 늦었던 국내에서는 실제로 "'듄2'가 이렇게 재밌는데, 듄1은 어딨냐?"는 우스갯소리가 정말로 존재하기도 했었죠. ㅎㅎ
꿀딴지곰 : 이처럼 '듄2'에서 성립한 RTS는 이후 웨스트우드의 또다른 명작인 커맨드앤컨커(C&C) 시리즈의 성공으로 한 번 더 발전하게 됩니다. 또 1994년에는 '워크래프트'(War Craft)가 등장하는 등 PC의 발달에 힘입어 다수의 유닛이 등장해 전투를 치르는 RTS는 더욱 많은 작품이 출시되며 춘추 전국 시대를 맞게 되는데요, '듄2'에서 'C&C'로 넘어오는 많은 과정들이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등의 게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여담이지만 1998년 '듄2'의 리메이크 작품이라고볼 수 있는 '듄2000', 2001년에는 정식 후속작인 '엠퍼러: 배틀 포 듄'이 출시되면서 '듄'의 계보가 이어져갔으며, 아울러 '듄2'보다 1년 늦은 1993년에는 '스트롱홀드'(Strong Hold)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꿀딴지곰 : 이렇듯 가능성을 보여주던 RTS는 개인용 PC가 널리 보급되면서 발전과 보급 속도가 더 빨라졌는데, 1993년 펜티엄 기반의 PC가 등장하고 윈도우의 보급 등으로 마우스가 PC에서 중추적인 역할로 자리 잡은 이후에는, 마우스를 기반으로한 RTS가 인기 장르로 올라서기 시작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때를 RTS를 필두로 한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수의 유닛이나 거대한 맵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지금의 PC 조작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전략 시뮬레이션은 기존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진화해 나가게 된 것이죠.
꿀딴지곰 : 특히, 1인칭 슈팅(FPS)의 아버지이자 현 멀티플레이의 기본을 선보인 '둠'의 등장으로 인해 멀티플레이를 통해 서로의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게이머 간의 대전(PvP)의 범위가 확정된 것도 이러한 열풍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1993년부터 10년간 등장한 게임의 타이틀도 엄청난데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문명, 마스터 오브 오리온, 에이지오브엠파이어, 히어로즈오브더마이트앤 매직 등 지금도 명작게임을 꼽을 때 열거되는 수많은 게임 시리즈가 바로 이 시기 출시되거나 가장 성공한 작품을 내놓으면서 전략 시뮬레이션은 전세계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장르로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됩니다.
조기자 : 동의합니다 교수님. 저도 이 시기가 황금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다수의 유닛과 전술, 전략의 등장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범람으로, 당시 PC 잡지나 해외 유명 매체에서는 이들 게임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글로 넘쳐났었거든요.
매달 쏟아지는 이들 전략 게임을 소개하는 전문 코너가 있을 정도여서 게임 매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발 빠르게 해외 소식을 접한 국내 게임 개발자들 역시 '스타크래프트'의 성공 이후 수많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선보이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구요 ^^
꿀딴지곰 : 그렇습니다. 저는 그러한 전성기 중에서도, 이 시기의 가장 대표적인 게임은 현재의 블리자드를 있게 한 게임인 '워크래프트'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로스트바이킹, 블랙쏜 등의 게임을 통해 실력 있는 중소 게임사의 위치에 올라선 블리자드는 직접 퍼블리싱을 목표로 게임을 개발하려고 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워크래프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원래는 근대를 다루려 했다가 개발진의 반대로 판타지로 개발된 것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
조기자 : 다만.. 첫 번째 게임인만큼 구설수도 많았죠. 우선 게임 플레이의 경우 웨스트우드의 명작 ‘듄2’와 거의 흡사해 ‘판타지 듄’이라는 비아냥을 받았고, 캐릭터의 모델링 중에서도 메인 종족인 오크는 워해머에서 등장한 오크의 특징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죠. 블리자드라고 해도 초창기는 표절을 넘어설 수 없었던 것 아닌지...
꿀딴지곰 : 흐흐 물론 그렇긴 하지만..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은 듄, 레드얼럿 등 당시 큰 붐이 일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하 RTS) 장르에 전성기를 이끌며 많은 판매고를 올렸고, 이러한 성과는 블리자드가 중소 게임사를 넘어 개발, 퍼블리싱 등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죠.
특히, '워크래프트'는 초창기부터 매우 기초적인 멀티플레이 모드를 지원했는데, 당시 캠페인과 자유게임으로 이뤄져 있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에 큰 변화를 주기도 했으며 멀티플레이가 핵심 콘텐츠로 성장할 것을 많은 이들에게 일깨워 주기도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꿀딴지곰 : 이에 한발짝 더 나아가 블리자드는 1995년 속편 ‘워크래프트2: 어둠의 파도’를 통해 당시 라이벌 게임으로 꼽히던 타이베리안선, 레드얼럿을 뛰어넘는 그래픽과 자원 채취, 유닛 구성, 전략 플레이 등 이전보다 진화한 게임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명작 게임사로 발돋움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꿀딴지곰 : 더욱이 속편인 3편에 이르러 블리자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이어지는 세계관을 확립하고, 나서스, 쓰랄 등 게임 역사에 영원불멸할 카리스마를 지닌 캐릭터까지 등장시키며 전세계 수 천만의 '와우저'를 양산하는 계기를 만들게 됩니다.
특히 3편은 오크, 휴먼, 언데드, 나이트 엘프 등 4개의 개성 있는 종족에 다양한 마법과 무기등이 등장하여 각광받았고, RPG의 경험치 요소가 들어가면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게 되죠.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의 '워크래프트3' 사랑은 엄청나서, 현재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게임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가 나오면 어떨까?)
조기자 : 저는 2003년도에 '워크래프트3'의 국내 유통사인 한빛소프트에 출입했었는데요, 이 '워크래프트3' 한정판이 예약판매가 시작된지 이틀 만에 2만 장이 완판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당시 인터파크, 게임시디, 소프라노, 온게임넷, 클릭바이 등 워크래프트3의 예약 판매가 이루어진 사이트들은 한동안 주문폭주로 접속장애와 서버 다운 등의 현상이 발생할 정도였으니.. 대단한 인기가 아닐 수 없었죠.
또 지금은 사라진 게임 방송사인 MBC게임 리그 등 각종 리그가 출시 때부터 빠르게 돌아가던 기억도 나는군요;
꿀딴지곰 : 또 '시드마이어'의 대표작인 '문명'도 바로 이시기 절정기를 맞이합니다. 문명의 첫 작품은 1991년 등장했지만, 당시 PC 환경과 기술력은 청동기시대부터 미래까지 이어지는 게임의 시스템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고, 이 덕에 문명1은 '뭔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정작 재미는 없는'게임으로 혹평을 받아 그저 그런 게임으로 남을 뻔했던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운영체제가 윈도우 3.0으로 바뀌고, 저장매체 또한 대량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CD-ROM으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5년 후인 1996년 발매된 '문명2'는 게이머들에게 '타임머신'을 선물하며,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키게 됩니다.
꿀딴지곰 : 특히 '문명2'는 '문명1'에서 지적된 AI를 끌어올려 게이머들과 똑같은 수준 혹은 그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모습으로 진화해 4000년 이상의 역사를 보다 스펙터클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의회의 복장과 어투가 시대에 따라 변화하거나, 민주주의, 공산주의, 파시즘 등 어떤 정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는 등 지금의 문명의 기틀을 닦은 게임이 되었습니다.
조기자 : 개인적으로 이 당시에 '문명2'를 즐기면서 온 몸에 전율이 왔었네요. 아무리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라지만 이렇게 구현할 수 있었는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꿀딴지곰 : ㅎㅎㅎ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에 힘입어 '문명' 시리즈는 현재까지 등장하는 대표적인 프렌차이즈로 자리를 잡았으며, 6편까지 나온 시리즈 중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한 것은 물론, 이후로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해 문명2는 2001년 1월까지 무려 5년의 세월 동안 약 300만 장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었죠.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게임이 된 것이죠. (그렇지만 문명 온라인이 등장하면 어떨까?)
꿀딴지곰 : 턴제 전략게임의 명작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앤매직'도 이번 포스팅에 빼놓을 수 없는 게임입니다. 3DO에서 선보인 이 게임은 영웅으로 온 맵을 돌아다니며, 자원을 획득하고, 군대를 모집하며, 전투를 벌이거나 거점의 건물에 따라 모집할 수 있는 병종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영웅의 마법 혹은 특성이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등 지금의 턴제 게임의 전략을 한단계 높인 게임으로 칭송을 받았죠.
꿀딴지곰 : 특히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1편을 넘어 1996년 발매된 속편에서는 특정 군대를 업그레이드하고, 향상된 능력치를 가지는 이른바 업그레이드의 개념이 더해졌으며, 영웅의 스킬 또한 더욱 늘어나 더욱 큰 볼륨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아울러 캠페인 세력이 총 6개로 증가해 만티코어, 사이클롭스 등의 고대 몬스터부터, 지니, 타이탄 등의 정령 그리고 각종 악마를 부릴 수 있는 등 그야말로 판타지 장르에서 등장하는 유명 캐릭터가 총출동해 판타지 마니아들에게는 꿈의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조기자 : 저도 한동안 이 게임 시리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1인입니다. ㅎㅎ 비록 5편부터는 그저 그런 게임으로 전락했지만, 90년대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앤매직'은 판타지 기반의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의 기틀을 세웠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후 게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 게임이었다고 생각해요.
뭐.. 지금까지도 문명, 풋볼매니저에 이어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앤매직을 세계 3대 악마의 게임으로 부르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 그만큼 대단한 게임이 아닐 수 없었다고 봅니다.
꿀딴지곰 : 그리고 드디어! 이처럼 발전하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1998년에 급격한 전환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한국에서는 '민속놀이'로까지 불리는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하게 된 것이죠.
어디를 가도 찾아볼 수 있는 PC방. 청소년들의 선망 직업으로까지 떠올랐던 프로게이머.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부각된 e스포츠. 이 모든 것을 태동시킨 게임이 바로 '스타크래프트'와 그 확장팩인 '브루드워'였을 정도로 이 게임은 어마어마하게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세계 판매량의 절반 가량인 450만 장이 한국에서만 팔렸을 정도로 국내에서의 인기는 폭발적이었죠.
조기자 :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 e스포츠 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 전설의 게임. 그 시절을 함께 겪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마음까지 들 정도입니다. ^^
꿀딴지곰 : 더욱이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은 국내 젊은 남성들의 취미생활 양상을 완전히 바꿔놨다는데 의미가 큽니다. 당구를 치러 몰려다니던 청년들은 당구장이 아닌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며, 청소년들은 그동안 다니던 오락실이 아닌 PC방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아케이드 시장의 쇠락이 '스타크래프트'의 출시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조기자 : 70년대 후반 생들 이후에는 당구를 잘 못치는 분들이 많아진 것이 바로 이 '스타크래프트' 때문이죠. ㅎㅎ
꿀딴지곰 : 또한, '스타크래프트'의 래더랭킹 상위권을 한국 게이머들이 독식하는 등 '스타크래프트'의 출시 이후에 국내 게이머들의 위상이 해외시장에서 높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나타났고, 하나의 게임이 한 국가의 문화 양식과 신규 직업을 탄생시킨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꿀딴지곰 : 하지만 전략 시뮬레이션의 전성기는 ‘밀레니엄’의 공포를 벗어난 2000년부터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장르의 인기에 힘입어 차세대 스타, 워크래프트를 표방한 ‘양산형 RTS’ 게임들이 마구 등장하게 되자 게이머들은 점차 RTS 장르에 대한 흥미도를 잃어 갔으며,
더 이상 복잡한 전략과 전술을 파고들어야 하는 게임보다 콜오브듀티, 배틀필드 등 수려한 그래픽과 스토리를 접목시킨 FPS, 다양한 장르의 장점을 흡수한 실감나는 RPG를 찾기 시작하게 된 것이죠.
꿀딴지곰 : 급격한 트렌드의 변화 속에 2000년대 중반 들어 RTS 게임들의 명맥이 끊기게 되고 맙니다. ‘토탈워'와 같은 턴제와 RTS가 조합된 게임이나 기존 대형 프렌차이즈만 등장하는 것에 그쳐, 90년대 전성기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전략 시뮬레이션의 몰락은 순식간에 이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한 동안 그 자취를 찾을 길이 없을 정도로 게이머들의 눈 밖에 났던 장르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이대로 끝나게 된 건 아닙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한 모바일게임 시장이 도래하면서, 터치 인터페이스와 함께 전략 게임들은 또 다시 새로운 융합을 거쳐 현재까지도 다양한 게임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략 게임은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게 될 거라고 보여집니다. ^^
조기자 : 휴.. 교수님. 이렇게 오늘은 전략 게임의 시초부터 스타크래프트까지 알아보게 되었네요. 상당히 많은 내용을 거쳤는데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꿀딴지곰 : 흐흐. 오늘도 꽤 많은 얘기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애초에 한 2부 정도로 구성해서 더 자세하게 소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독자분들의 관심도가 어느정도일지 몰라서 촉박하게나마 한 편의 포스팅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게임의 시초 관련 글이 조회수 폭망.. ㅠ_ㅠ)
조기자 : 개인적으로 요즘 주로 즐기는 장르는 아니지만, 전세계적인 호감도와 폭발력을 알고 있는 장르라서 매우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오늘도 고생많으셨습니다. 교수님. ^^
꿀딴지곰 : 네. 조기자님도 수고많으셨습니다. 다음 시간에 봬요~
조기자 : 네 고생하셨습니다! 자아! 이번 시간에는 '스타크래프트의 원조격 전략 게임’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요, 혹시나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조기자 (igelau@donga.com)나 어릴적 추억의 고전게임 이름이 궁금할때 꿀딴지곰 지식인 질문하기http://kin.naver.com/profile/valmoonk 로 문의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꿀딴지곰 소개 :
레트로 게임의 세계란 '알면 알수록 넓고 깊다'며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레트로 게임 전문가. 10년째 지식인에서 사람들의 잊어버린 게임에 대한 추억을 찾아주고 있는 전문 앤서러이자 굉장한 수준의 레트로 게임 헌터이기도 하다.
조기자 소개 :
먼산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나니 레트로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임기자. MSX부터 시작해 과거 추억을 가진 게임물이라면 닥치는대로 분석하고 관심을 가지며, 레트로 게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레트로 장터나 네오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다양한 레트로 게임 개조를 취미삼아 진행중이며 버추어파이터 쪽에서는 igelau로 알려져있다.